한국으로 돌아온지 딱 일주일만에 다시 인천공항으로…아침 비행기를 타고 가는건 처음이라, 해가 떠 있는 인천 바닷가의 모습이 약간 낯설었다.
이스탄불행 비행편이 2시간 정도 지연되면서 빠듯했던 환승시간이 뛰어서 환승해도 겨우 탈까말까하는 시간으로 바뀌었고, 일단은 가보자는 생각
약간의 행운은 옆자리에 아무도 없어서 다소 편하게 왔다는 점! 옆자리만 비어있어도 비즈니스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비행이 편안하다
그렇게 사라예보행 비행으로 환승해야했던 우리는 결국 기존비행편을 놓쳐버렸고 그 다음날 오후 비행기편을 새로 받아야했다. 이날 문제가 터키공항 내 활주로에 문제가 있어서 지연됐다고 하던데, 내가 탔던 비행편만 문제는 아니었던지라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출장 중에 날이 바뀌어서 비행편이 변경되는 경우는 처음이라, 원래 묵기러 했던 호텔이랑 차량업체 급하게 연락을 해서 취소 및 변경을 해야했다. 그래도 이제는 짬이 좀 차서 그런지 불안한 마음보다는 뭐 어쩌겠어 하는수 없지라는 마음이라 오히려 편안했다.
터키공항 측의 일방적인 비행편 스케줄 변경이었던터라 호텔을 제공해주는데, 이 때 입국심사로 나가서 터키공항 호텔데스크로 갔어야 했다. 순간적으로 나는 환승편 플랫폼으로 가야하는줄 알고, 출장진을 이끌고 빙 둘러서 다시 출구를 헤맸다. 으 이런 실수를 하다니 뭔가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라 괜시리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다행히 다들 잘 따라와주셨지만, 혼자만의 자책. 우리가 호텔데스크 도착할때도 줄이 상당히 길었는데, 우리 뒤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제공받은 호텔. 시간이 애매해서 이스탄불을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다른 분들은 기왕 이렇게 됐으니 이스탄불이라도 둘러보고 싶어 하셨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럴 시간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었다. 더 이상의 돌발변수를 용납할 수는 없다는 그런 나만의 부담감.
이스탄불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나는 이스탄불이 괜시리 편안하다.
새벽에 잠을 깨우는 모스크에서는 나오는 아잔(코란암송소리)도 반가웠다. 이스탄불을 환승 할때마다 사람들에게 나의 과거인연을 이야기하면 다들 신기해한다. 그럴때마다 그냥 이유는 없이 뿌듯함.
놀이공원과 쇼핑센터가 연결되어 있돈 호텔. 묘하게 중국 어디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의 공간. 중국국기와 비슷한 색깔의 터키국기도 한몫하는 듯.
알고보니 이날이 터키건립 100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여기저기에 터키 국기가 걸려있었다. 원래도 터키는 평상시에 터키국기로 가득해서 인지를 못했는데 가게상점마다 다 국기로 꾸며놓은 것은 처음봐서 검색을 해보니.
묘하게 잘 꾸며놓은 듯 아닌 듯 애매한 쇼핑센터
호텔에 살짝 납치된 느낌으로 머물다 이스탄불공항으로 이동
공항과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어진 다소 현대적인 디자인의 모스크
이미 우리 짐은 헤어진지 오래됐던 터라, 빨리 입국장에 들어가서 라운지에 간단히(간단해 보이는 비쥬얼은 아니지만) 점심을 해결했다.
쉽지 않았던 사라예보행. 출장 준비할때부터 여러 난관이 많았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에피소드를 남겨주다니 ㅎㅎㅎㅎ 리투아니아 출장 중에 호텔과 차량 어레인지 하고, 파트너기관과 연락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해보니 불과 일주일도 안되었던 일이구나.
사라예보는 낮은 산들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집들이 주황색 지붕으로 되어있고, 디자인도 일정하게 통일성을 갖춘 모습이라 귀여운 느낌
지금까지 갔던 공항중에 가장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사라예보공항
소들은 풀을 뜯고 놀아요
파트너기관이 사라예보가 아닌 바냐루카에 있어서 다시 차를 타고 3시간 반 가량을 이동해야했다.
장시간의 비행에 지쳐서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동하는 길이 예뻐서 로드트립을 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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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너무 다 귀여움. 뭔가 다 쬐깐해가지고 벽면은 다양한 색상이지만 지붕만은 다들 똑같은 모자를 쓴 것 같아 보인다.
중간에 한번 쉬기 위해 내렸더니 벌써 노을이 지고 있다
세르비아에서 유명한 Plazma라는 비스킷. 여기에서는 아이스크림까지. 막간의 상식을 공유하자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1국가 2체제로 이뤄져있다.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와 연합된 보헤연방 그리고 세르비아계로 이뤄진 Srpska 공화국. 대통령도 각 민족별로 1인이 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하여 돌아가며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아주 특이한 구조다. 아마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 아주 복잡하고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지만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복합된 매력적인 나라이기도 하다.
바냐루카는 보헤 내에 세르비아계공화국인 Srpska 공화국의 수도.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고 현지 맥주를 마시며 피곤함을 달랜다. 맥주맛은 알코올 맛이 약해서 깔끔하고 시원.
아주 대량의 케밥이 나왔다. 영어로 된 메뉴판도 없고 사장님도 영어 소통이 전혀 안되는 분이라 가장 대표메뉴를 시켰는데 맛은 있었지만 상당한 양에 물려버림. 그리고 여기서 카드계산을 못한다는 아주 당황스러운 발언을 하셔서 결국 환전을 못한체로 유로로 계산했다. 보헤는 유로랑 고정환율제를 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는 아니었지만 괜시리 손해보는 느낌.
저녁을 먹으니 배가 불러서 소화시킬겸 다음날 있을 파트너기관과의 미팅장소로 이동하여 사전답사를 하러 갔다.
바냐루카의 상징과도 같은 러시아정교회 성당. 아까도 말했다시피 세르비아계 사람들이 다수인 이 곳은 종교도 사라예보랑은 다소 다르다. 사라예보는 이슬람을 믿는 보스니아계 그리고 카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러시아정교회 건물이 바냐루카만큼 흔하지 않다.
Srpska 공화국 대통령실건물. 공화국체제이기 때문에 별도의 독립적인 헌법과 법률을 갖추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라는 하나의 나라로써 법률을 적용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복잡하지만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기는 나라인듯.
조용한 밤
호텔로 돌아와서 이틀동안 못갈아입은 옷을 벗어던지고 다음날 있을 미팅을 위해 준비를 하다 잠에 들었다. 그야말로 쓰러지듯이 잠듬. 그리고 4시쯤 기상하게 되는 미라클모닝.
일찍 일어난 새가 일출도 본다
늘 먹을건 없지만 그래도 안먹으면 손해같은 호텔조식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혼자서 아침산책을 나섰다.
바냐루카의 첫 인상은 밤 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곳이라 나를 신기하게 보는 눈빛마저도 재밌다. 중국인들을 몇몇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기한가보다 (약간 즐기는 편)
날씨가 너무 좋았던 이 날
바냐루카의 딱 중심에 있는 성당, 하루에 두번정도 종소리가 들린다
평화로운 분위기
유일하게 약간 유럽느낌이라고 하긴 애매하고 유고연방의 느낌이 섞인듯한 건물들이 모여있던 거리
그리고 전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차
바냐루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Kastel Fortress로 가는 길
입장료는 없음
들어가자마자 너무 내 스타일의 평화로운 분위기. 바냐루카에서 여기만 갔가왔으면 뭐 사실 다 봤다고 할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굳게 닫히 아치형 철문도 동화같은 상상력이 자극됨
그 사이로 보이는 햇볕에 반짝이는 강물
요새의 벽으로 올라가니 보이는 낚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바냐루카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까지
이런 갬성과 분위기에 미쳐버리는 나
뭔가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아시려나 몰라
날씨 진짜…이 날이 아마 최고의 날씨였던 것 같아 사진을 못남긴게 아쉽
혼자서 풍경사진을 찍다 다시 호텔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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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건물이 없어서 하늘이 엄청 가깝고 넓게 느껴진다
Srpska 공화국의 국기는 러시아 국기를 위아래로 뒤집으면 됨
다시 해떠있을 때 보는 대통령실 건물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빨간불로 몇초동안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주는데, 진짜 효과가 좋은듯. 이 아이디어는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봤던 것 같은데 왜 아직도 도입이 안되는걸까. 무단횡단 비율을 확 낮출수 있을 것 같은데.
파트너기관 처음으로 대면하며 오전오후 내내 미팅을 진행했던 날. 내가 생각한만큼 미팅의 완성도가 높진 않았지먼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아 그리고 영어로 소통이 어려워서 통역사를 써야했는데, 통역사의 목소리톤이 너무 낮고 듣기가 어려워서 진을 뺐다. 영어로 직접 소통하는게 얼마나 큰 메리트인지 깨달은 날.
점심먹으러 간 식당. 대부분의 식당이 펍과 같이 운영돼고 있어서 술집과 식당의 경계가 애매한 곳들이 많다. 그리고 실내흡연…너무 싫어
그래도 음식은 마음에 들어쓰. 샐러드를 먹었지만 여기는 화덕피자가 찐.
모든 일정을 끝내고 출장진과 함께 기념사진. 나 이번에 진짜 인복이 아주 터져버렸구나 느낀다. 리투아니아도 그렇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까지, 함께하는 분들이 너무 다 좋으신 분들. 이러니 욕심이 나는수밖에. 전문지식이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할지라도 내가 맡은 역할을 더 능동적으로 해내고자 하는 마음. 익숙하지 않은 주제들이었지만 끊임없이 배우는 기회들이라 나의 업무가 나는 꽤나 마음에 든다.
저녁식사 전 다시 찾은 요새
해가 저물어가니 색다른 느낌
오후 4시반만 돼도 어둑어둑해지는 10월 말
갬성 미쳐
아직 얼굴이 장시간의 비행과 이동이 가득해서 사진들에 아주 피곤가득
바냐루카에 유일한 모스크
마트구경 중. 거의 세르비아 마트같다. Plazma도 가득이고 세르비아 과실담금주인 Rakija도 팔고 있었다. 가격은 좀 더 저렴. 물가 아주 착함. 1마르크가 700원 정도이니 한박스에 천원 정도하는 과자들더 꽤 많다.
1kg에 7천원 하는 돼지고기, 양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소고기까지 육류위주의 식단임을 보여주는. 그리고 삼겹살 비쥬얼…삼겹살 고기보다는 그와 같이 먹는 김치와 쌈장 깻잎 쌀밥 그리고 된장찌개가 벌써 그리워짐
결국 여기서 사간건 Plazma 뿐 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도 사라예보에서도 꽤 이 과자를 먹는 것 같아서 보헤 기념으로 샀다고 정신승리. 사실상 출장지가 사라예보가 아닌 바냐루카니까 (그래 그래서 그런것 뿐이야)
저녁으로는 중식당에 갔는데, 다른 메뉴는 뭐 그저 그랬고 이 스프링롤이 아주 미쳤음. 수제로 만든 스프링롤은 처음이라 겉은 바삭하고 결대로 부서지고 안은 촉촉한 숙주와 채소들이 가득. 어쨌든 이미 일주일 있었던 것만 같은 바냐루카에서의 하루가 끝이 났다. 한국 도착 비행기에서 쓰는 블로그 포스팅 (시간이 아주 잘 가는 구만) 나머지는 집에 가서 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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