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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범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본질에는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이는 집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안정적인 쉼터가 아닌 돈, 투자, 자본의 관점으로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런 접근 자체가 부실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떤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회주택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기 보다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전세라는 시스템 자체가 근원적인 문제 그리고 대출에 따른 부담을 누가 지고 있는가, 누가 수혜를 받고 있는가, 모순적인 행태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볼수 있었다.

나도 현재 집을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서 얻었고 그 이유는 월세 보다 전세 대출 이자를 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내가 전세금 전체를 내 돈으로 지불해야했다면, 절대 이런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내 돈을 누군가에게 무이자로 담보로 맡기는 것에 대한 불안이면서 그 돈을 통해 내가 포기해야하는 투자기회(이자 포함)에 대한 비용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대출을 통해서 전세금을 마련하든 나의 돈으로 마련하든 이 돈을 확실히 돌려 받을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주도록 우리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는 이상 보호받아야할 세입자의 권리는 집주인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정해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집주인이 돈을 돌려줄수 있음을 증빙하고 보증하는 방식이 되어야하지만 (혹은 세입자에게 그 집을 아예 주겠다라던가) 그렇게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집값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항상 느꼈던 점은 집값이 올라가도 야단법석이고 내려가도 야단법석이라는 점이다. 집값이 안정되도록 노력하면 사람들는 이를 싫어한다. 그 원인에서 전세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고 집을 거주의 공간이 아닌 인생의 모든 것을 투자한 자본으로만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정책대출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이익은 다주택자와 건설업자에게 갈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거주권을 보장받아야한 무주택자들에게 전가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느꼈던 점은 정말 집을 소유해야하는가? 우리가 집을 서유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 중 첫번째는 집값 상승에 편승하여 억대에 가까운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고 두번째는 불안한 거주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집값이 무한대로 상승해야만 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 그리고 그 상승을 견인하는 것이 정말 순수한 수요와 공급에 의한 것인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세입자라고 할지라도 주거 안정성을 충분히 보장받도록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책의 저자는 사회주택을 그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사회주택에 대해서 근본적인 와닿음은 다소 부족했다. 좀 더 디테일하게 현재의 공공주택 정책을 어떻게 더 거시적 차원에서 확장할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주택문제와 정책에 대해 인식할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근본적인 우리나라의 문제 해결에 국토균형발전이 가장 절실하다는 점이 더 확인되는 중. 우리는 서울이라는 공화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은가.

사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은 항상 잠복해 있었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해도 다음 날 0시부터 확 정일자의 대항력이 생기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대 인이 전세 계약 직후 대출을 받아 그 집에 저당권이 설정되면 세입 자의 보증금이 후순위채권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임대인이 다음 세입자가 내는 돈을 받아서 주겠다며 새 임차인이 구해질 때까지 보증금 지급을 미루는 사례는 더 흔했다. 그러나 이는 일탈행위 또는 제도의 사각지대 정도로만 치부되었고,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p.20

만약 임대인이 전세를 끼고 갭투자로 집을 살 때는 어떨까? 최근의 깡통 전세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100%도 넘는 경우가 많지 만, 대개 전세보증금은 집값의 50~80%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으 니 편의상 80%로 잡아보자. 그럼 5억 원짜리 집의 전세금이 4억 원 이라는 이야기니,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자기 자본 1억 원만 있으면 된다. 여기서부터 실수요자(1주택자)보다 투자자가 유리해진다.

그뿐이 아니다. 1주택자는 빌린 돈 2억 원에 대해 본인이 이자 를 낸다. 그런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빌린 돈 4억 원은 무이자다.

임대인 즉, 다주택자는 실수요자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동원할 수 있 을 뿐만 아니라 이자도 내지 않는 것이다(이를 자신이 거주할 집이 이미 있는 경우의 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면 어떤 효 과가 나타날까? 전세금 대출의 경우 대개 보증금의 80%까지 빌려 준다(신혼부부에게는 90%까지 빌려주기도 한다).

이때 전세금이 집값의 80% 정도고 그에 대해 80%를 대출해준다면, 결국 집값의 64%까 지 투자자들을 위한 자금을 제도적으로 공급해주는 셈이다. 거기 에 대한 이자는 임차인이 낸다. 임차인은 다주택자가 집을 살 돈을 160%에 대해서는 무이자로, 64%에 대해서는 본인이 이자를 내면서 빌려주는 것이다 p.22

 

대출금 외에도 세입자 자신의 돈까지 합친 대한민국의 전세자금 총액은 얼마일까?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세와 반전세를 합쳐 1056조 원이라고 한다.5 전세자금 대출액은 그중 약 17% 정 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그 정도 덜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제도적으로 대한민국의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세 제도의 가장 큰 비극은 세입자들도 '집값 상승 동맹'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증금을 무사히 받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이는 전세 사기와 같은 일탈행위 때문이 아니라 전세의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에 따른 것이다. 시세가 하락해서 다음 세입자에게 받을 보증금이 더 적어지는 역전세나, 심지어 집 값이 전세보증금 밑으로 떨어진 깡통 전세 때문에 생기는 피해가 그 증거다.

전세의 본질은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세입자의 보증금 마저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악 의적으로 세입자를 속이는 전세 사기가 아니더라도, 애초부터 전세 는 마치 '폰지사기'와 같이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집이 계속 지어지고 그 집값이 계속 오르던 시 전에 이를 깨닫지 못했다. P.28

하지만 생각해보자. 30년 동안 저축해도 살 수 없는 집값이니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고 한다. 그 말을 뒤집으면, 그렇게 대출받은 돈은 30년 동안 저축해도 갚을 수 없는 금액이라는 뜻이 된다. 결국 돈을 벌어서 갚지 못하니 집을 팔아서 부채를 갚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집값이 올라야 한다.

현재 기준으로 30년이 걸려도 못 사던 집을 이제 조카 세대에는 40년, 자식 세대에는 50년이 걸려도 못 사 게 되더라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은행 입장에서도 집값이 올라야 한다. 돈을 빌린 이가 성실하게 원리금을 갚아주면 상관없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담보물인 주택을 팔아 돈을 회수해야 하는데 집값이 물가 이상으로 오르지 않았다면 곤란해진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는 모두가 집값 안정을 바라는 동시에 아무도 집값 안정을 바라지 않는다.

이 와중에 주택은 점점 더 다주택자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시 장이 과열되는 가격 상승기에 영끌과 패닉 바잉으로 집을 마련했던 이들은 금리가 오르면 하우스푸어가 되어 곡소리를 내게 된다. 대 출금을 갚기 힘들어진 이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해도 매수자는 나타 나지 않으니 집값은 내려간다. 이때 나온 집들은 누가 사들일까? 결 국 자금 여유나 담보력 있는 다주택자들이다. P.42

전세 위기 극복도 마찬가지다. 앞서 현재의 전세보증금을 차분하게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임대인들이 빚을 내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의 성격도 마찬가지로 장기 저리 공급자금융이다. 대출을 받은 임대인들이 그 이자를 일부 월세로 받고자 한다면, 이는 임차인에 게 부담이 된다. 그러니 임차인에게 전가될 부담을 줄이려면 임대료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임대인을 위한 장기 저리 금융도 필요할 것이다. P.48

나라가 경제적으로 잘살게 될수록 자가소유율이 높아질 것이라 생 각하기 쉽다. 외국 사례들을 보면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다. 복지 국가일수록 사회주택의 비중이 높고, 자가소유율은 우리와 비슷하 거나 오히려 낮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복지국가는 '내 집을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라기보다 '세입자도 마음 편히 사는 나라'라고 봐 야 할 것 같다. P.104

인구 증가가 아니라 정체 내지는 감소, 노동의 유연화에 따른 사회 양극화나, 여기에 대응하는 일자리 창 출과 지역 역량 강화와 같이 이 시대가 직면한 과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시대에 맞는 인구, 산업구조와 이에 따른 도시의 낙후 또는 쇠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대응 전략 중 하나는 공급자에게 맞춰졌던 무게중심을 수요자와 사용자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앞으로의 주거 공간 은 다양한 산업 형태 종사자, 가족 구성, 사람 들을 위한 주거 서비 스,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공간을 같이 제공하는 종합과 융합의 플 랫폼 역할을 해내야 한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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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심이 있는 것, 말하고 싶은 것, 변화시키고 싶은 것. 그런 것들을 마주할 수 있는 책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의 특징은 내가 메모하고 싶은 문구들이 엄청 많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라는 책은 제목 자체로 나의 지향점과 비슷하다.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듣고 이해할 기회를 가지고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대화다. 대화 중에서 쟁점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한 논리적인 상호작용이다.

아래에 책 문구들을 기록하고 다시 강조하고 싶은 문장들을 선택하면서, 공감을 하면서도 예전과 같은 불타오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점점 침묵을 선택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맞는 말이지만 올바른 주장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고 어떤 생각을 가지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

그런데 너무나 빨리 지친다. 너무나도 많은 문제들이 줄어들기는 커녕 더 흔하게 더 자주 목격되고 발생된다. 그래서 더 분노해야하는데 갈수록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상황이 너무 불편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내가 참겠다는 것 조차 내가 남성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이기적이고 선별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자극적인 범죄에 대한 기사들과 댓글을 냉철히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더 공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공부가 아니라 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지금 직장에서 하는 일과 별개로 내가 이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 책의 저자인 아리안 사비시는 내가 논쟁하고 싶은 대부분의 주제들을 아주 깔끔하고 깊이있게 이 책을 통해 담아낸 것 같다.

우리는 개인 대 개인으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위한 길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사회에 끼친 유해성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실에서 삼자 대면을 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남성성이 폭력성으로 발현되는 것을 지금까지 묵인하고 인정하고 그 사회를 유지시켜온 것들에 대해 분석하고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함이 점점 더 명확해지는 요즘이다.

특정 그룹이 혐오와 범죄의 대상이 되는 세상 그 자체가 문제고,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지금 당장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이분법적이고 침묵과 분열을 강조하는 기성사회의 폭력 해체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억압의 언어는 폭력을 나타내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폭력입니다. 억압의 언어는 지식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지식을 제한합니다. 윤리 없는 법의 악의적 언어든, 소수자를 소외하려고 고안된, 인종주의적 약탈을 문학적 분칠로 감춘 언어든. 억압의 언어는 반드시 몰아내고 개조하고 규명해야 합니다. - 토니 모리슨,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1993)

남성성(masculinity)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해롭다. 하지만 화학 요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유독성과 이런저런 부작용 이 있는 걸 알지만 거기서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포기가 안 되는 것이다. 남성들은 그들에게 권력, 자율성, 사회적 지위를 약속하는 바로 그 행동들로 인해 해를 입는다. 가장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지만 그로 인해 더 큰 경제력과 자율성 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불행한 가정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도 더 키울 수 있다.

이렇듯 남성 들이 남성성의 이상을 충족시킬 때의 이점은 일반적으로 부작용 을 눈감을 수 있을 만큼 크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오로지 부작용만 있다. 여성성(femininity)의 성취란 육체적으로 매력 있고 상냥하며 온화하고 공감 능력과 배려심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그 것은 곧 타인, 특히 남성의 성적, 정서적, 가정적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자신을 지우고 희생하며 자율성을 양도해야 한다. 여성이 이러한 여성성의 이상을 충족하 지 못하면 투명 인간 취급받고 외면당하거나 적대감과 폭력에 노출된다. P39

갈 색 피부의 이민자로 수십 년을 살면서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낸 적이 없음을 깨닫고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 같은 사람의 분노는 걸핏하면 타인의 안전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그로 인 해 실제로 위협받는 것은 아버지 자신의 안전이지만) 분노 표출은 전적 으로 금지되었다. 줄을 서 있다가 새치기를 당해도 혀를 깨물며 참 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고도 분노를 속으로 삭였으며, 다른 사람들이 무례하게 구는 상황에서도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나는 피부색이 밝아서 가끔 백인으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이는 분노를 표현할 여지가 내게 더 많이 주어졌다는 뜻이다. 화내는 여성은 인기가 없지만 나의 분노는 (내가 백인 여성처럼 보이기에) 두려움보다 는 경멸과 조롱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높다. P.49

흑인 남성을 원래 공격적인 존재로 묘사하면 결국 그들에게 압도적으로 사용되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경향 이 있다. 하지만 <컬러 퍼플〉은 결코 흑인 남성이 유별나게 폭력적 이라고 암시하지 않고 오히려 흑인 남성이 폭력적으로 사회화된다 는 사실을 직시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회화된 이유는 그들이 흑인 이라서가 아니라 남성이라서다. P.53

"남자들이 여자에게 위협을 느끼는 이유가 뭐야?" 남자인 친구에게 물어봤다. "여자들이 자기를 비웃을까 봐 두려워하지. 자기네들의 세계관을 약화시킬까 봐." 그 친구가 말했다. 나는 나중에 여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여자들이 남자에게 위협을 느끼는 이유가 뭐야?""살해당할지도 모르니까 두렵죠." 그들이 말했다. - 마거릿 애트우드 <두번째 말> 2011 / P.90

영국에서 살해당한 전체 여성의 절반은 파트너 혹은 전 파트너 의 손에 죽었고(남성의 경우 이 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매주 두 명의 여성이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쓰고 편집하는 데 2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영국에서는 3백 명 넘는 여성이 살해당했고 그중 92퍼센트는 남성의 범죄였으며, 특히 절반가 량은 파트너나 전 파트너가 범인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살 해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여성은 자신 이 연인으로 사귀었던 남성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여성은 연인을 잠재적인 살인자로 생각해야 하는 인지부조화를 피할 수 없는 것 이다. 게다가 폭력적인 파트너와 헤어지려고 하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살해당할 위험에 취약해진다." 도망치는 것도 종종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간단하지가 않다. P.95

남성성은 힘과 지배력을 과시하고 약점이나 취약성을 억압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성은 신봉자들에게 용기, 자기주장, 독립성, 체 력을 단련하고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종종 공격성, 폭력, 과장된 (이성애적) 성욕 과시에는 보상을 한다. 시스젠더, 이성애적 규범에 서 벗어나는 것을 적대시하고 남성 지배를 위협하거나 남성의 신 체적, 정서적 욕구를 우선시하지 않는 여성은 응징한다.

영국에서 남성에 대해 친절과 배려를 연상하는 사람은 성인의 3퍼센트에 불 과했고 존중, 지지, 정직을 연상하는 사람은 단 1퍼센트였다." 정서적 지원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에서도 젊은 남성의 절반 이상 이 그런 것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며 3분의 2는 더욱더 남자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했다.

남성성의 이상에 순응해야 한다는 압력은 한쪽 눈을 뜨고 하는 기도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시작된다. 남자아이들은 여전히 슬픔.고통, 연민, 사랑을 드러내지 말라는 말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 로 듣고 자란다. 그러한 메시지는 모든 방향에서 날아온다. 97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활동가 앤드리아 드워킨은 1983년 연설에서 남성들은 다른 남성의 잘못에 맞서고 도전하기 위해서 하는 일 이 거의 없다고 한탄했다. 남성들은 그저 페미니스트들이 자기들 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지겹도록 불평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이봐, 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마. 포르노 제작 자들한테 가서 말해. 포주들한테 가서 말해. 전쟁 도발자에게나 말 해. 강간을 옹호하고 축하하는 인간들, 강간에 호의적인 사상가들이 나 붙잡고 말하라고, 나에게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난 여자일 뿐이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 남자들이 당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거지. 그들이 공적인 무대에서 당신을 대표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들이 당신을 대표하는게 아니라면 그들한테 가서 말을 해야지. P.118

* 말을 해봤자 치러야 할 대가는 크고 돌아오는 것은 부실하다. 기 이한 질문들이 피해자에게 쏟아진다.*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겁니 까?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 겁니까? 이게 그 사람에게 무 슨 의미인지 모릅니까?" 케이트 맨은 특히 이 마지막 질문이 '힘퍼 시(himpathy)', 즉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ne)에게 자연스럽게 향하 는 과도한 공감(sympathy)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시도 유색인종 남성에 대해서는 그리 선뜻 생기지 않는데, 이 부분은 뒤 에서 다시 얘기하겠다.) 학대당한 여자가 느끼는 공포보다 누명을 쓴 남자가 느끼는 공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그 래서 걸핏하면 여자 쪽이 거짓말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부터 하고 P.184

섹스에 대해서 거짓말하고 섹스를 하면서 고통받는 것은 우리 가 불완전한 세계에서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권력은 우리 가 자신의 욕망에 순응하도록 내몰고 우리는 그 욕망에 부응하지 못할 때 화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말한다. 여성은 그들 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남성에게 굴욕감을 주지 않기 위 해 오르가슴을 연기한다. 남성이 불쾌해하는 것이 잠재적으로 더 위험하기 때문에 성적 쾌락을 가장하는 편이 낫다.

캐서린 앤젤이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에서 지적했듯이 여성 자신의 쾌락에 대한 생각이 여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성이 섹스에서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도)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껄끄럽다. 우리는 여성이 자기 자신도 뚜렷이 알아볼 수 있는 욕망을 쉬이 형성 할 만한 조건 속에서 살고 있지 않다.P.192

철학자들은 발화가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경우를 화행(5A, speech act)이라고 지칭한다. 1962년에 철학자 J. L. 오스틴0.1. Austin)은 뭔가를 말하는 것은 뭔가를 하는 것"임을 관찰하고 처음으로 화행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이론화했다.26 발화는 단순히 의미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입 밖으로 냄으로 써 실제로 뭔가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말은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상사가 "넌 해 고야!"라고 말한다면 바로 그 사실에 의하여 그 말을 듣는 이가 직 장을 잃는 사태가 발생한다. 성관계를 하는 중에 상대가 "그만하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성관계에 대한 그들의 동의가 실질적으로 철회된 것이다. 따라서 이때 성행위를 계속한다면 그것은 성폭행이 되고 일부 나라에서는 범죄로 간주된다. 말이 행위의 지속을 도 덕적 과오, 나아가 위법으로 만든 것이다. 이렇듯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어떤 것을 바꿀 힘을 지니는 때가 제법 많다.P. 243

사회 규범은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지만 규범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우리가 접하는 정보에 민감하다. 담배에 대한 규제를 본받아 육류 제품이나 패스트패션 포장지에도 도덕적 경고문이 실 린다면 어떨까?

이 상품은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에서 한 달에 90달러를 받는 노동자가 만들었습니다. 원단은 토양 황폐화와 물 부족을 일으키는 면화 농업에서 생산된 면과 화석 연료에서 추출한 아크릴 혼방입니다. 이 제품은 세탁시 미세 플라스틱을 해양에 배출합니다.

나의 제안은 반쯤만 진지하다. 자본주의 정부가 이런 식으로 소비를 억제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타블로이드 신문의 헤드라인이 상상된다. 대중이 무슨 죄, 고기를 포기하라니' 하지만 경고문 에 제시된 정보는 사실이고, 그러한 조치가 지나친 훈계질이나 우 리의 의사 결정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소비 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부재 자체가 이미 하나의 도덕적 입장이다. P.344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사례로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의류 재봉사들 은 그냥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가난한 유색인종 여성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망하거나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은 그냥 운 나쁜 사람이 아니라 주로 남반구의 유색인종이다. 남반구 인구, 저임금 노동자, 환경이 평가절하되는 이유는 경제가 그 평가절하를 바 탕으로 삼아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 점이 이 시스템에는 자명하다.

세계의 공장들은 남반구에 있고 그곳의 인력은 주로 저임금 유색 인종 여성 노동자다. 상황이 이렇게 지속되는 한, 북반구의 페미니즘 운동과 인종차별반대 운동은 겉치레에 불과하다.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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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쉬워보이는 책이라서 골랐는데 그런 책일수록 더 기억에 남는건 없는것 같다.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특히 일본 작가가 쓰는 HR 관련 된 내용은 특별할 것이 있을까 하고 기대를 하고 보면 항상 너무 평범하고 뻔한 느낌이라 읽고나면 허무하다. 대부분 일본 작가들이 쓴 책에서 좀 공통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사회과학 서적이 아닌 자기계발이나 투자 등의 개인적인 것들에 대한 조언류의 내용들이 그런한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생각해 볼수 있는 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리더의 안목에 충족하는 인재가 과연 나랑은 얼마나 가까운가 하는 것이다. 내가 리더로써 사람을 발탁해야하는 포지션에 언제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써 조직에 있을 것인가 어떤 점을 드러내고 어떤 점을 감추거나 자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그런 인재들에 부합하는 점은 극대화 될수 있도록 기피해야할 대상의 유형에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좀 반선해볼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특별한 인사이트를 이 책에서 찾기를 원한다면 적합하지 않은것 같고 가볍게 훑어 읽는건 괜츈한듯. 한마디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대충 훑어만 보시라는 것.

리더인데 이 책을 읽어야만 인재를 구별해낼수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 같고, 인사관리 혹은 발탁 업무를 처음 맡게 되는 분들께 그래도 나름의 기준점을 제시해줄수 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나도 HR에 관심이 있는데…ㅎ 순전히 내가 사람을 잘 본다는 자신감 그리고 사람을 분석하는걸 좋아한다는 것 때문이긴 하다. 그럴수록 자기 객관화를 더 하게 되는데 문제점을 알지만 쉽게 고치지 못하니 내 스스로 HR의 입장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렇게 하다보면 주위 사람들과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을 그리고 그들이 나와 함께 일하고 싶도록 만들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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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무감각해져가나 싶다가도 여름이 찾아오면 더워 죽겠다는 말이 더 이상 말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는 세상. 정말 더위에 죽을수 있다는게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될수도 있는 세상이다. 여름은 더위라는 계절과는 또 다르게 정의되는것 같다. 지금은 여름이 아니라 무더위외 폭염이라는 이름으로 계절을 명명해야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염살인이라는 강력한 제목을 가진 이 책에 손이 안갈수가 있을까. 그러나 책 제목의 강렬함과는 달리 책 내용은 대부분 폭염과 관련한 일상적 에피소드들 (물론 섬뜩하고 문제의식이 강한) 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웠다. 어떠한 방향에 대한 제안이라기 보다는 폭염살인이 이미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함을 찾기 어려웠다.

차라리 그 살인을 폭염을 만들어낸 실질적 주범이 무엇인지 그게 우리 일상에서 어떤 가해로 인해 발생한것인지 속속히 파헤치는 내용이었다면 제목에 걸맞는 촌철살인의 글이 될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폭염과 살인이라는 두 단어를 합해지는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일깨우려 한다는 차원에서 유의미해보인다.

 

폭염이 극단화될수록 이런 질문은 우리의 뇌리를 맴돌 것이다. "이 사태는 누구의 책임인가" 누가 화석연료를 태우고 폭염을 일으켰는가는 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다. 165

누구의 책임이라고 특정영역 혹은 이해관계자에 초점을 맞추는것이 문제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우리 모두 조금씩은 적어도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시스템에서 살아왔고 생존과 적응을 반복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무엇인 문제인가에 대해 더 집중해야할 것이다.

우리의 지금 이 시스템이 왜 문제가 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그 기술을 확산하고 저비용으로 돌리기 의해 어떤 혁신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투자와 대비를 해서 구조를 바꾸는가 하는 등이다.

하지만 전쟁이 물고은 식량 위기는 전 세계의 식량이 실제로 부족해져서 일어난 일이 아닌 만큼 어떻게 생각하면 다소 인위적 인 면이 있었다. 시장에서 우크라이나산 밀이 사라졌을 때도 시정 에는 여전히 많은 곡물이 유통되고 있었다. 돈을 얼마나 들여서 어떤 식으로 유통시키느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악용한 것은 단순히 푸틴만이 아니었다. 무역업자들은 널을 뛰듯 변하는 시세 차이를, 해운 회사는 곡물이 절실한 사람들의 절망적 상황을, 비로 회사는 생산량을 반드시 늘리고자 하는 농부들의 염원을 이용해서 한몫 잡으려 한다. 파시스트 정치인들은 치솟는 식 품 가격이 민주주의가 실패한 증거라며 기뻐한다 198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답이 아닌 결과론적 승복에 합류하며 그 결과를 합리화하는 것에 있다. 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 답을 원하지 않는 자들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에어컨은 다분히 미국적인 안락함의 상징이었고 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타인과 다른 종, 그리고 주변 세상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리하여 안락한 생활은 클릭 한 번으로 미래를 점점 망가뜨린다 326

에어컨을 트는게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 혼날까 무서운 일이었는데 어느새 부모님조차도 전기비보다는 더위에 더 무서움을 느끼는 날씨가 됐다. 우리가 더위를 피하려는 수단이 문제일까? 왜 그것이 문제일까?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지 않을수 없을까? 환경보호와 혁신은 어쩌면 가장 가까이 있는 것 아닐지

 

게다가 그런 살인 폭염은 파키스탄인이 자초한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파키스탄이 내뿜는 양은 약 0.5퍼 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파키스탄인 1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 국인 1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 후 위기의 현실이 이렇다. 부자들이 오염시키고 나머지 사람들이 고통받는다 356

나의 선택이지만 그 책임은 그 선택을 하지 않은 이들도 함께 나누고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억울한 세상. 연민과 동정이 아닌 책임감과 부채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것. 스스로 모순된 인간이 되지 않아야지.

이건 만들어진 더위다. 계 획된 더위다. 지금 우리는 "판사님, 저희가 1급 더위를 만든 죄를 지 었습니다. 부디 선처해주십시오"라고 해야 할 판이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기후에 그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 고 있었다. 미국인 발명가 유니스 푸트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열을 가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1856년이었다.'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가 화석연료를 태우면 대기가 뜨거워진다는 사 실을 증명한 것은 1896년이었다.

더구나 이런 실상을 단지 과학자 들만 알았던 것도 아니다.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 경고를 전해 들었고,' 그의 뒤를 이은 수많은 대통령도 마찬가 지였다. 1977년 무렵 엑손(현재의 엑손모빌)은 화석연료를 수십 년 태우면 대기가 뜨거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그 런 변화를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예측한 사내 기후 모델도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석연료를 계속 태워온 것은 물론, 닥치 는 대로 태우는 일도 멈추지 않았다. 456

언제까지 미룰수 있을까. 모든 문제들이 그렇다. 미루고 미루다 누군가 죽음으로 끝나야 심각성을 깨닫고 그 때에는 이미 초기보다 100배의 노력을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때는 이미 우리 모두가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시스템이 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쪼개어 부작용을 막아야 할것이다. 비단 기후위기만의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모든 미래에 대한 안일한 태도와 탐욕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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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봤던 한국 드라마 중에

아니다 국내외 드라마를 다 포함해서 가장

재밌었던 넷플릭스 추천작을 하나 고르라면

지금 포스팅하려는 #돌풍 을 찐으로 선택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드라마에 엄청난 팬은

아니어서 매우 선택적으로 내 취향에 맞는걸 보는편인데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끈 한드 중에서도 난 안본것도

많을 만큼 엄청 취향을 타서 보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의 특징은 캐릭터의 입체성과

여러 캐릭터들이 각 에피소드와 전체적인 전개에서

각자의 서사와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이 모든 걸 갖추고 있다. 물론 두 주연배우는

설경구와 김희애라고 할수 있고 전체적인 분량도 그들이

많지만 그 주변 캐릭터들의 비중도 상당하고 다양한 인물의

관점에서 사건과 에피를 다룬다는 점에서 몰입도가 더 높았다

 

초장부터 대통령 암살이라는 큰 사건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이동하면서 진실을 보여주는데

그게 하나도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머리속으로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근데 이 퍼즐의 맞춤이 뻔하지 않고

쉴새없는 반전의 연속으로 이뤄져서 긴장을 늦출수 없다

정치드라마의 특성상 클리쉐만 가득하거나 혹은 선과 악의

구도를 명확하게 하는 다소 뻔한 전개였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돌풍에서는 정치를 소재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치적 권력다툼과 대중의 반발과 지지

그 사이에서 정치인들의 정치적 거래를 모두 목도하게 한다

드라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정치를 아주 쉽게 떠올리게 할만큼

현실성도 있고 시원하게 밝혀진 적은 없지만 있을직법한

그 비하인드를 몰래 지켜보는 기분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정치적 성향과도 무관하게 볼수 있는 이유는

이 드라마는 절대적인 선도 악도 없다는 것이다

각자의 욕망에 따라서 행동할뿐이고 그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지켜보면서 그 어떠한 인물에게도 쉽게

감정이입하지 않으면서 각 캐릭터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된다

어떠한 가치판단의 영역으로 이끌어내기 보다는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저게 최선이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아 그럴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저래선

안된다라는 내적인 와리가리가 생겨나고 인물의 행동을 보면

통쾌하면서도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캐릭터들로부터 느낄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각 캐릭터들이 입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장기출장하는 내내 숙소에서

이 넷플 시리즈를 보면서 보냈는데 너무 미친듯이

반전이 계속 돼서 아 속으로 이제 그만해…이제 멈춰…라고

말할만큼 휘몰아친다 ㅋㅋㅋㅋㅋㅋ 이제 그냥 끝내자 ㅠ

라고 생각하면 또 다른 반전과 사건이 생기는 아주 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드라마였다. 끝내 근데 끝내지마 근데 끝내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다소 오그라들수도 있을 것 같은 캐릭터의 어떤 과함도

그럴수 있겠다 저 인물이라면 그럴만하다라는 납득하게 된다

일단 현재까지 내가 본 한드 중에는

이걸 가장 내 취향 넷플 시리즈 1위로 꼽고싶다

#넷플리스추천 #드라마돌풍 #설경구 #김희애 #정치드라마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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