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은 한국과 미국은 물론 홍콩, 대만,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싱가포르 등 14개 국가에서 1위에 올랐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는 2위였다.
강남대 문화콘텐츠학과 안진경 교수 역시오징어 게임과 같은 소위 '배틀로얄'(최후의 1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벌이는 생존싸움)류 서사의 유행이 경쟁의 고도화와 같은 사회문화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오징어 게임이"'한국의 고전 놀이'라는 신선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돈 그리고 인간의 도구화에 대한 저항감이라는 코드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타문화에 대해 익숙함과 새로움을 다 줄 수 있다는 점이 성공에 기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 역시 "보통 전문가들은 이런 장르의 경우 표절 시비를 가리기 위해 드라마 등장인물의 동선이나 설치 등이 유사한지 등을 본다"며"극 중 등장하는 '오징어 게임' 혹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고전 놀이를 차용한 것만으로 표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최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호러 영화 등이 연이어 인기를 끈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대중들이 이제는 뜨뜻미지근한 콘텐츠에는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중파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폭력적이고, 섹슈얼한 콘텐츠가 부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외국에서의 평가 또한 우호적이다. 영상 콘텐츠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오징어 게임>의 신선도 지수는 이날 현재 100%다. 평점을 준 전문가는 7명으로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전원이 호평했다.일반 관객의 평점을 보여주는 팝콘 지수는 88%(322명 참여)다.
또 다른 평점 사이트 아이엠디비(IMDb)에서 <오징어 게임>은 10점 만점에 8.3점을 기록하고 있다. 8점대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평점을 매긴 1만6393명 중 28.4%인 4654명이 10점 만점을 줬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데스 게임 형태의 콘텐츠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그 안에 담은 캐릭터가 차별점을 지닌다”며“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노인 등 주로 잉여집단이나 낙오자로 그려져온 소수자들을 주요 인물로 설정한 것도 극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극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에게 공정이란 무엇인지를 곱씹게 만드는 주제의식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많다.
국내에선 평소 다양한 국외 콘텐츠를 접해온 이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에다 한국 영화·드라마 특유의 신파적 요소를 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익숙한 것과 익숙한 것의 조합이 기시감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이 외국 시청자들에겐 되레 흥미를 당기는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황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오징어 게임'은)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이다.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든 30초 안에 게임 룰을 이해할 수 있어 사람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작품은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우지만, 이 작품은 '루저'의 이야기다. 어떤 영웅이나 승자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호평이 주를 이루지만 국내에서는'젠더 감수성 부재' 등을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는 점도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녀(김주령 분)가 한 행동도 여성 비하나 혐오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 놓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바디 프린팅 문제도 여성의 도구화라기보다는 VIP로 대변되는 권력들이 사람을 어디까지 경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 밖에 여러 요소도 1970~1980년대 시절 보편적 기억을 끄집어내 썼을 뿐, 남성에 초점을 맞춰서 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드라마는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데스(생존) 게임'이다.'데스 게임'이란 사람 목숨을 걸고 벌이는 게임을 극화한 장르로, 만화 '라이어 게임', 영화 '배틀로얄', '신이 말하는 대로' 등 일본 작품이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런 장르는 일본을 제외하곤 찾아 보기 어려워 세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야기에는 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드라마는 극한의 경쟁으로 내모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게임 참가자들은 사업 실패와 이혼, 사채, 사기, 도박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이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규칙으로 경쟁한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지만 게임 관리자들은 각자의 능력만으로 상금을 딸 수 있다고 강변하며 '평등'을 강조한다.
성공회대학교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극 중에서 어떤 부분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야기 전개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특정 성을 폄훼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촬영한 게 아니라면 여혐, 남혐 논란으로까지 번질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체 극 중에서 그 장면이 꼭 필요한 내용이냐 아니냐가 우선 증명돼야 한다”며 “독재시대처럼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 자체를 드라마에서 금지한다면 이는 창작의 자유가 저해되는 것과 같다.
창작의 자유는 어느 정도 허용하되, 창작자들도 전체 스토리에 대해 필요하지 않은 장면들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오징어 게임>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건, 그 세계에서 어떤 희망을 보고 있어서가 아니다. 대신 현실을 똑 빼닮은 그 세계를 냉소하고 있어서다. 어쩌면 우리는 저 세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라고 결코 믿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또한어떤 공정이나 평등을 부르짖는 힘 있는 자들의 목소리를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기훈이 설계자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듯이, 태생적으로 계급이 나뉘어져 ‘아빠 찬스’가 그 사람의 ‘운’처럼 치부되는 경쟁사회 속에서 <오징어 게임>은 불쾌하지만 적어도 폭로의 쾌감을 선사한다.
청년들이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그 정서 속에는 분노와 허탈감, 조롱, 냉소 같은 감정들이 깔려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징어 게임>은 지금 현재 현실 버전으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러니 그 누가 이 냉소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건 어쩌면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게다.
전 세계의 청년들이 <오징어 게임>의 냉소에 열광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진짜 말처럼 뛰고 또 뛰는 서민들은, 게임 바깥으로 튀어나오지 않고서는 결코 끝나지 않을 현실 버전의 경쟁 게임 속에서 몇몇 기득권자들의 즐거움(행복)을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으니.
게다가 이에 대한 추가적인 묘사 없이 전형적인 악인의 모습을 한 참가자들은 끝까지 악하고 주인공의 일행들은 이유도 없이 선한 행보를 걷는 등 납작한 인간성의 묘사를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의 경우, 상황마다 행보와 발언의 일관성에 대해 괴리가 느껴질 정도이다.
주인공이 직전 게임에서 치매노인의 상황파악력을 이용하여 그에게 사기를 치고 난 후, 다음 게임에서 자신 앞의 사람을 밀어죽인 친구를 나무라는 모습은 그야말로 '내로남불'로 보인다.
탈북자ㆍ외국인 노동자ㆍ노조원ㆍ노인 등,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의 일행-선인들은 이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와 연관해서 생각하면 게임 주최자들이 반복해서 외치면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 '평등'은 현실사회의 기계적 평등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는가?
그러면<오징어 게임>은 갑자기 사회가 자신들은 평등하다 외치면서 '기회의 평등'만 강조하면서 결국 약자들을 낙오시킨다는 극-사실주의 현실반영 작품이 된다.
제작진이 이를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시즌2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참가자들은 사업 실패와 이혼, 사채, 사기, 도박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탈락이 곧 죽음인 이곳에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게임 관리자들은 각자의 능력만으로 상금을 딸 수 있다고 강변하며 ’평등‘을 강조한다.
다만 화제성과 별도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엇갈린다. 일본발(發) ’데스게임‘에 익숙한 국내에서는 만화 ’라이어 게임‘,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등 일본 작품을 짜깁기한 것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캐릭터들이 전형적이고 묘사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진행 속도가 느려 지루하고 억지스럽다는 혹평도 있다.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여성과 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 약자에 대한 묘사가 시대착오적이어서 불편하다는 시각도 잇따른다.
배역의 이름조차 시대착오적인 한미녀(김주령 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생존을 위해 남성을 유혹하고, 자신의 육체를 도구로 활용하는 여성의 모습은 철저히 남성 시각을 반영한 그릇된 판타지다.이러한 캐릭터는 여성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며 여성 시청자, 관객이 등 돌린 지 오래다.
특히 한미녀가 자신의 육체에 담배를 숨기는 장면은 온라인상에서 "불쾌해서 못 보겠다"는 지적마저 나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한미녀를 향해 가해지는 남성 캐릭터들의 성희롱이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묘사되는 점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마지막까지 이렇다 할 반전도, 활약도 없이 남성들의 희롱에 할 수 있는 건 욕설밖에 없는 캐릭터에 그친다.
남성을 이용하는 여성. 그러한 여성에게 가해지는 각종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정당화시키려는 듯한 연출은 감독의 왜곡된 젠더 인식을 그대로 노출하고 만다.
여성을 묘사하며 '약자'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놓은 설정과 여성의 시체 훼손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것도 모자라 집단 강간을 연상시키는 불필요한 대사와 연출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극 후반 보디페인팅을 한 여성들이 가구처럼 놓여 백인 남성들의 수단으로 쓰이는 장면이 논란에 방점을 찍는다.이처럼 '오징어게임'은 여성을 그저 성적 대상화, 도구화 한 장면, 대사로 범벅된 얼룩져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왜곡된 시선은 이뿐 아니다. 어수룩한 외국인 노동자, 노인 묘사도 아쉽다.게임의 진행자는 "게임을 하는 동안 모두가 평등하다"라고 말하지만, 평등하게 묘사되지 않는다.여성, 노인은 힘이 세지 않아 불리하다는 식의 1차원적 묘사를 노골적으로 해놓고 일부 남성 캐릭터는 묘안을 내 생존을 이어간다. 이러한 설정은 그 자체로 모순이기에 이러한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연출자가 '풍자'를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를 극에 담고자 했다면, 그 메시지가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 약자라 규정지은 소수의 희생 없이 다수를 이해시키는 올바른 풍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혐오'가 아닌 '풍자'를 통해서 말이다.
미녀(김주령)의 행동에 불쾌함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서바이벌의 참가자들 중 한 명인 미녀는 생존, 그리고 돈이라는 목표를 위해 몸을 성적으로 활용한다.황 감독은 이 장면과 관련해 여성 혐오의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때의 행동을 보여준 거다. 인간이 최악의 상황에 놓였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VIP 모임 장면 속 보디페인팅을 한 여성들이 도구처럼 사용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권력자들이 사람을 어디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도구화된 인물들이) 모두 다 여성인 것도 아니에요. VIP별로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도구처럼 서 있죠. 여성의 도구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아요. 인간을 도구화 하는 VIP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보디페인팅을 활용했어요.
디지털의 배신이라는 책을 읽다가 내가 전혀 듣지 못했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안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처럼 대부분의 국민이 이 개정안의 핵심을 알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이 개정안의 핵심을 빅데이터산업 육성과 데이터 활용을 통한 경제성장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비록 1차 개정안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고 현재 2차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와 보호가 강화되었긴 하지만 여전히 개선 될 부분이 있어보인다.
1차 개정안에서 개인의 동의 없이도 개인의 정보에 대한 기업의 활용이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대다수의 국민이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 또한 알았다면 그 문제를 당연히 블로그에 다뤘을 텐데 말이다.
논란이 아닌 빅데이터 경제를 선두한다는 자화자찬과 기업의 자유로운 개인 데이터 활용에 환호하던 언론들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웠다. EU와 미국 더 가까운 중국과 일본만 해도 개인의 데이터 활용 대한 규제와 보호가 더 엄격하고 그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이 마이데이터산업의 핵심을 인지하고 있어야 겠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상반기 처리가 무산된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 대해, 올 하반기 처리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은 ▲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산정 기준을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에서 '전체 매출액'으로 전환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제재를 과징금 등 경제벌 위주로 전환 ▲사전 동의 외 적법한 개인정보 처리 요건 다양화 ▲'마이데이터' 사업의 법적 근거인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개정안을 두고개인정보처리자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계와, 정보 주체인 국민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는 각각 규제가 강화·완화된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개인정보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입장과, 프라이버시를 위해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제공하고자 하는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전체 매출액으로 기준을 전환하는 것이 국제법과의 균형을 고려해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중국, 캐나다 등의 국가는 전체 매출액의 5%를 개인정보법 위반 과징금 최대 산정 기준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분야는 국제적 상호운용성이 매우 중요한 분야로, 저희만의 독자적 법규를 만들게 되면 '갈라파고스 규제'가 돼버린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미래 산업 혈관으로 불리는 데이터 산업 고도화를 위해 유관 법 체계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일원화한다. 법 체계 일원화를 통해 금융, 유통, 통신 등 이종 산업권별 마이데이터 산업을 실핏줄로 연결하고 통합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한국을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보다 빨리 진입시키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국내 마이데이터 관련 법 체계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부처가 협력하는 단일 마이데이터 거버넌스로 통합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처음 주재한 23차 전체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의결했다. 기존 신용정보법·민원처리법·전자정부법 등으로 흩어진 법률을 정비, 국가 차원의 효율적이고 질서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조치다.
개정안에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 지정 등 내용이 포함됐다.산업별 세부 지원 내용은 향후 부처별로 관련 법률 고시 정비를 통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단, 개인정보보호법과 별도로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 개별 법률을 정비한다.
데이터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보호와 보안의 필요성도 더욱 커진다. 특히 개인정보는 가장 민감한 데이터 중 하나다.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를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규정한다. 성명·주민등록번호·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물론이고 다른 정보와 결합 시 특정할 수 있는 정보도 포함된다.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정보보호 분야에서 이정표를 세운 제도로 평가받는다. 유럽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유럽 내 시민 등 정보 주체 대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모바일·인터넷 서비스와 게임 등 국경을 넘나드는 사업의 경우 GDPR에 대한 이해가 요구돼 2018년 시행 전후로 국내 기업들도 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EU GDPR은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심각한 위반 시 최대 전 세계 연간 매출의 4% 또는 2000만유로(약 267억원) 중 액수가 더 큰 쪽이 부과된다. 첫 대상은 미국 구글이었다. 프랑스 정보보호 주관기관인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는 2019년 초 구글에 GDPR을 근거로 5000만유로(약 668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GDPR의 이런 조치는 미국 기업 IT 서비스에 의존도가 높은 유럽시장의 특성상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2020년 8월 5일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인정보 관련 규정이 이 법으로 이관되었고, 가명정보 도입 등으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음. 그러나세계 주요국이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개인정보이동권 등 신기술 환경에 부응하는 정보주체의 권리 강화 사항은 개정 법률에 도입되지 못하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중 규제가 해소되지 않아 수범자의 불필요한 혼란과 부담을 야기하고 있음.
이에디지털 환경에서 약화될 우려가 있는 국민의 정보주권을 강화하고, 이 법에 특례의 형태로 남아있는 규정들을 일반규정으로 일원화하여 법 적용의 혼란과 이중부담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 또한 신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영상정보에 대한 합리적 처리기준을 마련하고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국외이전 규정을 정비하고자 함.
나아가 형벌 중심의 제재를 경제적 제재 중심으로 전환하여 수범자의 의무준수를 강화하고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함. 이를 통해지난 입법과정에 반영되지 못한 미비점을 해소하는 한편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통한 신뢰 기반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려는 것임.
1. 데이터 3법이란?
데이터 이용을 활성화하는「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 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 신용정보법)」등 3가지 법률을 통칭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핵심 자원인 데이터의 이용 활성화를 통한 신산업 육성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특히,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인터넷기반 정보통신 자원통합(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이용이 필요하다. 한편 안전한 데이터 이용을 위한 사회적 규범 정립도 시급하다.데이터 이용에 관한 규제 혁신과 개인정보 보호 협치(거너번스) 체계 정비의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3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18.11.15)
법률 개정안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주관으로 관계부처·시민단체·산업계·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해커톤’ 회의 합의결과*(’18.2,’18.4)와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의 특별권고 사항**(‘18.5)을 반영한 입법조치다. 시민단체, 산업계, 법조계,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마련됐다.
* (해커톤 합의) 가명정보의 정의 및 활용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 (국회 특별권고) 관련 법률의 중복조항 정비, 개인정보 보호 거버넌스 체계 논의 등
데이터 3법 개정안은 2020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률 개정안 주요내용
-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가명정보 개념 도입
- 관련 법률의 유사·중복 규정을 정비하고 추진체계를 일원화 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 협치(거버넌스) 체계의 효율화
- 데이터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 처리자의 책임 강화
- 모호한 ‘개인정보’ 판단 기준의 명확화
개인정보 보호위원회가 EU 적정성 평가를 계기로 현행 개인정보보호 법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를 촉구한다.EU 적정성 평가 통과만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더욱 위태로워진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하며,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는 이 점을 가장 중심에 두어야 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 있어서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영장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는 민감정보도 포함된다.정보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 파일은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에 등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목적으로 어떠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이에 따라 정보주체의 열람 및 정정‧삭제권과 처리정지권의 행사, 정보주체의 고지 받을 권리 또한 제한된다.
둘째,가명처리만 하면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목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활용하고 결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개인정보 도둑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개인정보보호법, 이른바 ‘데이터 3법’)의 핵심조항들도 추후 EU 정보보호이사회(EDPB) 및 회원국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셋째,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GDPR의 핵심적인 조항들이 많이 빠져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2차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개인정보의 자동화된 처리에 대한 규정이 현재 빠져있고, 개인정보 중심설계나 기본설정 등 개인정보 처리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규정은 2차 개정안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밝힌 개정안의 주요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개인정보 개념 명확화: 모호했던 개인정보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익명화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제외
- 가명정보와 개인정보의 이용범위 확대: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
- 정보집합물 결합 근거 마련: 기업 간 데이터 결합은 전문기관에서 수행하고 기관 외부로 반출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반출
"한국은 개인의료정보 보호 측면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나라다. 국민 모두에게 주민등록번호라는 고유식별정보가 존재하고, 일 년에 수차례 대량의 개인 정보 유출이 발생하는 나라다. 게다가 한국은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기에 개인의 진료정보, 약물사용 자료, 건강검진 자료 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규모로 집적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건강보험 적용 및 이용을 위한 행정적 목적으로 이러한 의료 정보 외에도 개인의 소득, 주소, 직장 등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집적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아무리 가명화된 개인의료정보라도 다른 개인정보를 활용해 얼마든지 개인이 식별될 위험성이 높다."
2019년 11월, 시민단체는 개인정보보호법안의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앞두고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여론조사전문기관인 서든포스트에서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81.9%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추진 사실 자체를 몰랐으며, 66.3%가 가명정보를 동의없이 기업 간 제공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었다.
특히 정치적 견해, 건강, 의료 정보 등 민감정보라도 가명처리 후 본인 동의없이 수집, 이용하는 것에 대해 80.3%가 반대했다.
시민 단체들은 "데이터산업이 커지면 그동안에도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집적해 온 금융기업 등 일부 관련 기업들은 환호할 것이고 데이터산업의 부가가치는 일부 기업에 집중될 것이다.
그러나정보주체인 국민들은 개인정보 권리 침해, 데이터 관련 범죄 증가, 국가와 기업의 국민 감시 및 차별 심화 등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가장 사적이고 민감해 보호받아야 할 각종 질병 정보, 가족력이나 유전병 정보 등 건강 정보에 의료 관련 기업은 물론이고 의료와 관계 없는 온갖 영리기업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빅데이터의 안전장치로 ‘가명 처리’와 ‘개인 동의’를 내세운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에 따른 민감정보 중 ‘건강’에 관한 정보를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를 하겠다는 것과 정보 제공의 주체를 개인으로 넘겨 ‘동의’를 해야만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구멍은 존재한다. 비식별화 한 데이터의 재식별이 가능한 이유는 유전정보 자체가 개인식별정보이며, 유전정보는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암호화할 수 없다. 또 민간 기업이 가지고 있는 신용정보 등 다른 개인정보와 결합하면 개인 식별이 어렵지 않다는 점도 맹점이다.
정부는 개인정보를, ‘빅데이터 시대 원유 = 데이터’로 프레임화 하여 유럽개인정보보호법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수용하고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에 있어서 균형을 잡으려한 것처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 발생된 결과는 참혹하다.
우선, 「개인정보 보호법」은 「정보통신망법」을 모두 폐지하면서도 「정보통신망법」 수준의 보호조치를 담을 것을 의결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6개 부대의견을 단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고,유럽개인정보보호법을 도입하여 활용과 관련된 가명처리 조항을 입법화하였다고 하면서도 정작 유럽개인정보보호법의 중요한 보호장치인 프로파일링 보호조치(유럽개인정보보호법 제4절)의 도입 없이 이를 입법화했다
신용정보법은 2014년 전 경제인구의 75%가 피해자로 추정되는 대규모 해킹사건의 반성적 고려로 도입된 신용정보회사의 부수적 영리활동 제한도 모두 허용하였고, 영리적 상인의 개인정보처리에 대하여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우회할 수 있는 근거조항으로 계속적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패싱하고 있다.
정부는 위의 법들이 개정된 이후 정부는 법적 근거 없이 해설과 보도자료로 의료데이터를 포함한 민감정보까지도 동의 없이 가명처리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해 왔다.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새로 출범한 위원회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한 정책적 판단이나 결단을 적시에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러한 맥락에서 급격한 기술발전과 세계화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분야에서 발생한 새로운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법률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됐다.2012년 1월 25일 처음으로 유럽개인정보보호법이 제안됐고, 이후 수년간 논의 끝에 2016년 4월 14일 유럽의회에서 의결되어 2018년 5월 25일 시행되었다.
유럽개인정보보호법은 프로파일링 시대에 개인정보처리 원칙과 개인정보주체의 권리, 보호조치 등을 과거 지침directive보다 구체화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천만 유로 또는 직전 회계연도의 연간 전 세계 총 매출의 4%에 이르는 행정 과징금 중 높은 금액의 처분을 받게 하는 등 행정과징금의 액수도 상향 조정하였다.
미국에서도 시민들의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강화에 대한 요구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서 소비자개인정보보호법CCPA·California Consumer Privacy Act이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주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해당 주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근간을 일찌감치 마련했다. 미국은 비식별 정보에 대해 민간 자율규제 체제로 전환했으며, 일본도 빅데이터 활용 기반의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마련했다.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시행, 중국은 개인정보 활용을 사휴 규제 체제로 전환했다.
우리나라는 금융을 시작으로 다른 영역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보안원은 5월부터 데이터 공급자와 수요자의 간 데이터 조회, 계약, 결제 등을 돕는 '금융데이터거래소'를 운영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의료·금융·공공·교통·생활·소상공인' 등 6개 분야에서 8개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과제를 선정한 상태다.
하지만'개인정보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표적으로 '주문내역정보'를 포함한 쇼핑 정보를 의무로 제공해야 것과 관련된 논란이 한창이다.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11번가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업체와 금융사들로 구성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주문내역정보를 제공할 의무는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안 우려도 남아있다.여러 금융사를 거치는 가명처리 정보는 유출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 제도 등을 도입해 금융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법에서는 ‘조치의무 위반’과 ‘유출’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를 불문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일응 규정되어 있다(이 부분이 이른바 ‘인터파크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다).개정안에서는 과징금 부과 시 인과관계를 고려하도록 명문화되었다(64조의 2 3항 5호). 그러면 개인정보 처리자의 행위와 인과관계 없는 엉뚱한 사고에 대해서 과징금을 물릴 일은 없어질 것이다.
둘째 위와 같은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고객정보를 유출 당하면 현행법에서는 그 기업·기관뿐만 아니라 보안 담당자 개인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73조 1호). 이에 대해 “기업·기관이 담당자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고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개정안은 이 지적을 받아들여 처벌조항을 삭제하고 있으므로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기관이든, 담당자 개인이든 고객정보 해킹을 당했을 때 형사처벌을 받을 일은 없어진다. 물론 행정제재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여전히 부과된다.
넷째 현행법상 개인정보 수집 허용요건 중 “정보 주체와의 계약 체결 및 이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가 있다.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굳이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오히려 명시적 동의 절차를 강제하면 정보 주체를 ‘예스(yes) 거수기’ 취급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필수 수집항목(이른바 contractual necessity)에 대해서는 동의 절차를 면제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그런데 현행법상 ‘불가피하게’라는 수식어로 이 동의면제 사유를 매우 좁고 보수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개정안은 ‘불가피하게’를 삭제함으로써 그러한 경직성을 완화하고 있다(15조 1항 4호).
1년 휴면회원의 개인정보 파기 규제(39조의 6)가 폐지된다. 이 규제로 군에 입대하거나 해외유학 등을 다녀오면 계정이 정지되어버려 오히려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는데, 개정안에서 이를 수용한 것이다.
여덟째시민에 의한 견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규제 단체나 소비자 단체 등이 시중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대해서 그 위법 여부를 주무부처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된다(30조의 2).
아홉째정보 주체에게 이른바 ‘프로파일링 거부권’이 주어진다. 자동화된 개인정보 처리에만 의존하여 정보 주체의 생명·신체·정신·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 정보 주체는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나아가 공공기관의 프로파일링에 대해서는 거부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37조의 2).
개인정보위의 역할과 관련해 분명한 역할을 요구하는 지적도 있다. 보호와 활용이라는 종합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만, 사안에 따라 보호 또는 활용 한쪽에 치우치는 입장을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는 두가지 역할을 함께 맡은 부처라는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산업계는 지나친 규제를 우려하고 시민단체 등은 데이터 활용에만 치우쳐 보호 역할을 도외시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개인정보위가 보호와 활용 모두를 담당하다 보니 부처간 역할·규제의 중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하반기 개인정보법 2차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시작하며 법령 정비에 나선다.지난해 데이터 3법 시행 과정에서 조속한 시행을 위해 법안에 담지 못했던 온·오프라인 규제 일원화,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 분쟁조정 제도 실질화, 과징금 산정 기준 상향 등이 내용에 포함된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데이터3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정보보호 내용이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 통합되고 개인정보 이용 가능 범위가 늘어난 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개인정보의 가명정보 처리 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연구, 통계, 공익적 기록 보존 등 3개 목적 하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가명정보는 추가정보의 사용 없이는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개인정보를 말한다. 추가정보와 결합하면 재식별이 가능해 별도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가명화에는 해시함수 등을 통한 일방향 암호화, 랜덤 번호값 매칭 등이 활용된다. 이 때 재식별화가 가능한 추가 정보는 해시함수의 종류, 입력값, 비밀번호 등이며 랜덤 매칭의 경우는 매칭 테이블이 해당된다.
익명정보는 더 이상 특정개인인 신용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정보로, 재식별가능성이 거의 없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고 보호 조치도 불필요하다.
또한정보주체가 동의한 목적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고 정보주체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기업의 정보 결합 시 이로 인해 개인 식별이 가능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매칭 암호화 이후 전문기관에 맡겨 결합을 진행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페이스북이 국내 사용자 1800만명 중 3분의 1 이상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제3자 서비스 제공 회사에 넘겼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특정한 인물을 가명 처리해 동의 없이 해당 개인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이 작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1개월 만에 발생한 사건이다.
간혹 자사의 이익만을 생각해 데이터 정책을 만들고 필요 이상의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수집된 데이터양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세금을 부과하면 기업들이 고객 데이터에 욕심 내지 않고 필요한 데이터만 수집하게 될 것이다. 해당 세금은 데이터 위반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비례하는 책임 벌금을 대체할 수 있다.
'데이터양에 비례한 세금 매기기'는 시장의 효율성을 회복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그 어느 누구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고객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3자가 고객 데이터를 오용하는 문제는 반드시 이야기되고 바로잡혀야 한다.
과거 주 40시간제 도입 당시(강조하건대 주 52시간이 아니라 주 40시간이 원칙이다), 재벌과 경제신문 등은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거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시행 후 조사해보니 10인 이상 제조업체 1인당 실질 부가가치 산출이 약 1.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KDI 정책포럼 자료, 2017년 11월) 줄었다곤 하지만 한국의 노동시간은 지금도 너무 길다.
사람이 계속 죽어나갈 만큼 길다.과로사 통계가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오이시디 나라임에도 아직 과로사의 법적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다. 헨리 포드가 주 40시간 근무제를 선언한 때가 무려 1926년이었다.노동시간, 더 줄여야 한다.
덴마크, 스웨덴 등은 이미 주 4일제를 법제화했고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주 4일제 근무를 일부 근로자들에 시범 진행한 바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에서도 주 4입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진보 정당 ‘마스 파이스’는 연방정부에 지속적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산업부는 근무 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 삭감이 이뤄지지 않도록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시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의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국내 직원의 10%를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험하고 있다. 주 4일 근무제를 시작한 직원은 급여의 15%가 삭감된다. 텔레포니카 측은 생산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주 4일 근무제를 확대한단 방침이다.
뉴질랜드 부동산 회사인 퍼페츄얼 가디언은 2018년에 주 4일 근무제를 시범도입한 뒤 현재는 주 4일제를 전격 시행하고 있다. 앤드류 반스 퍼페츄얼 가디언 창립자는 “회사는 어려움을 겪지 않고 번창하고 있다”라면서 “직원은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건강, 자원봉사에 할애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기로 손꼽히는 일본에서도 주 4일제 근무를 시범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금융기업인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은 약 4만5000명의 직원에게 주 3일 또는 4일 근무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 지사는 지난해 2300명의 직원에게 금요일 휴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MS 일본 지사의 생산성은 40%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 업체 소프트웨어 델솔은 급여 삭감 없이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자 회사 실적이 개선됐다.페드로 코르테스 델솔 마케팅 이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주 4일제를 시작하면서 인력을 15% 늘렸다”라면서 “매출은 20% 증가했고 결근은 크게 줄었다”라고 밝혔다.
사람인이 성인남녀 4천155명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83.6%는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휴식권이 보장되고 워라밸 문화가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고, 추분한 재충전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질 수 있으며,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휴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내수가 진작되고 경제가 성장하고, 자녀 돌봄 등이 용이해질 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기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주4일 근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사람들은임금 삭감을 가장 걱정하고 있으며, 업무량이 줄지 않고 업무 강도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주4일 근무제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아이슬란드, 스페인, 뉴질랜드 등에서는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특히 아이슬란드는 지난 4년간 주4일제를 실시했는데 대체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주당 40시간에서 35~36시간으로 줄이는 실험이다.
노동시간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업장에서 생산성이 늘거나 유지됐다는 평가다. 반면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나아졌고, 번아웃도 방지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회사가 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다. 에듀윌에 따르면 주4일 근무제 시행 이후 직원들의 역량과 업무 생산성이 올랐다고 밝혔다.
게임 회사 카카오게임즈도 지난 4월부터 기존 한 달에 한 번이던 주 4일 근무제를 격주로 확대했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아이슬란드에서 수천 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5년에 걸쳐 실시된 대규모 ‘주 4일 근무제’ 실험이 ‘압도적 성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중앙정부가 2015~2019년 실시한 이번 실험에는 최종적으로 이 나라 전체 노동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25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참여했고, 이들은 기존 급여에서 감봉 없이 근무 시간만 단축해 직무를 수행했다.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아이슬란드의 지속가능 민주주의(Alda) 연구원들이 이를 분석한 결과 생산성과 직원들의 건강이 오히려 개선됐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대부분 근로 현장에서 전체적인 생산량은 침체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생산성이 향상된 경우도 있었다. 노동자의 스트레스나 번아웃(탈진) 현상은 줄어들었고, 건강 및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개선됐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계기로 노동조합은 근무방식을 재협상하게 됐고, 현재 아이슬란드 노동자의 86%가 기존과 똑같은 임금을 받으면서 더 짧은 시간 근무하고 있거나 그러한 권리를 갖게 됐다.
하지만 보편적인 주 4일제 도입이 이번 실험 결과처럼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피실험자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능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거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호손효과’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당 결과가 왜곡·과장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한 일각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임금 삭감’만큼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전 대비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11.1%)보다 감수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목소리(43.3%)가 훨씬 많은 것이다.결국 주 4일 근무제도의 도입은 기존의 연봉 수준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상황에서야 직장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 4일 근무제도가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는 ‘임금 삭감’(50.3%, 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연령대에 관계 없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부분(20대 49.6%, 30대 48.8%, 40대 48.8%, 50대 54%)으로, 향후 주 4일 근무제도의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임금 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이와 더불어주 4일제 미시행 거래처와 업무를 맞추기 힘들 수 있고(36.3%), 특정 업종만 도입되는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36%)는 우려가 상당했으며, 업무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고(29.8%), 야근이 많아질 수 있다(26.3%)고 걱정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반면 아직은 주 4일 근무제도의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각(32.4%)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한국사회에서 주 4일 근무제도가 도입 및 시행될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장인들에게 일주일은 '월화수목금토일' 이죠? 목요일 오후쯤부터는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 느껴보셨을 겁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노는 토요일, '놀토'라는 말이 널리 쓰였습니다. 학교부터도 월 1회 토요휴업에서 시작해, 둘째 넷째 토요일만 쉬다,2012년에야 모든 토요일이 휴일이 됐습니다.
주 40시간제와 토·일 휴일 지정 논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이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3년에야 국회 문턱을 넘는데요. 법 통과 이후에도 '주 5일제'가 자리를 잡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린 것입니다.
모든 산업에 다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노동력을 무조건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실제 일부 기업은 주 4일제를 이미 하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도 주 6일 일하는 곳도 있는데요.
근로자의 휴식에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법제화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주 4일제 찬성 측 주장입니다. 이 주 4일제는 단순히 일을 덜하겠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발달 등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만큼, 결국 근무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현실론도 담겨 있는 것 입니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뉴질랜드에서 올 한해 동안 급여삭감 없는 주4일제를 도입하고, 결과에 따라 전 세계 15만 5,000여명의 자사직원에 대해 근로형태 전환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주4일제 근무를 시범 실시한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의 경우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직원 1인당 매출액 기준 생산성은 40%가량 늘었는데요.
또 직원 대부분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기업들은 가능하겠죠.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면 문제들이 해소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해야할 업무들을 떠넘긴다든지 이런 문제가 생겨서 더 많은 업무를 (중소기업이) 짊어지게 되는…."
전문가들은 주4일 근무체계 법제화 논의에 앞서 산업별 특성 이해와 임금체계 재정립이 선행돼야한다 말합니다. 근로시간 기준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업종과 성과 중심 임금제가 필요한 업종을 구분해 세밀히 접근하지 않는다면 노-사·노-노 간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주4일 근무제 도입을 주창하는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은 30일 발표한 ‘시간을 멈춰라-노동시간 단축의 환경 혜택’ 보고서에서“영국이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연간 1억2700만톤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1.3%에 해당하고, 스위스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또한 개인승용차 2700만대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정도의 효과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주4일 근무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출퇴근 교통이다. 런던의 경우 자전거길이 잘 발달돼 있음에도 직장인 3분의 1이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노동자 2650만명 가운데 1670만명(63%)이 자동차를 출퇴근에 이용하고 있다. 영국 레딩대 연구를 보면,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출퇴근 자동차의 운행거리가 매주 9억㎞(5억5800만마일)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또 전력 소비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 혼합 형태는 전력 소비를 증가시킨다.일부 직원들이 출근하는 사무실은 사무실대로 전등을 켜야 하고 재택근무자는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전기를 써야 한다.
반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사무실은 하루를 추가로 완전히 닫을 수 있다. 지난해 영국의 한 민간기업은 주중과 주말의 전기 소비 양태를 분석해,주말 휴일이 3일로 늘어나면 에너지 소비 절감으로 매주 11만7천톤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1300만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1926년 미국 포드 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는 현재의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 노동시스템을 바꿔놓았다. 그 전에는 주 6일 혹은 일주일 내내 출근해 일했던 근로자들이 허다했다.
포드는 주 6일 48시간 근무제를 폐지하고 주 5일 40시간 근무제를 전면 도입한 인물이다. 그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장 기계를 강제로 꺼버렸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노동자들이 매주 이틀의 휴일로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갖게 되면, 더 많은 차를 살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주 4일 근무에 대한 낙관론은 허상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구직사이트 지프리크루터(ZipRecruite)에 따르면 주 4일 근무를 언급한 채용 게시물의 비율은 지난 3년 동안 3배가 증가했다. 기업들이 근로 조건으로 주 4일 근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로 다가올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영국 싱크탱크인 오토노미의 윌 스트롱 책임연구원은 "주 4일 근무제가 추진력을 얻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에서 근무 시간 단축은 전적으로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 레딩대도 "주 4일 근무제를 채택한 기업의 3분의 2는 직원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2004년 한국 사회는 주5일제를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였다. 주5일제는 사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돼, 2011년 7월에야 20명 미만 사업체까지 적용됐다.주5일제 이후 월평균 노동시간은 6시간 정도 줄었다(34~37쪽 참조).
법정 노동시간이 40시간으로 줄었어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최대 주당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어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18년 주52시간제가 도입돼, 최대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단축됐다.그 덕분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1시간 줄고 퇴근 뒤 회식이 크게 줄었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했지만, 연간 노동시간은 다른 나라보다 여전히 길다.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임금노동자 연간 노동시간을 보면 한국은 1967시간으로 회원국 37개국 가운데 멕시코(2137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회원국의 평균 연간 노동시간은 1726시간, 독일·미국·일본 같은 주요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각각 1386시간·1538시간·1644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매우 긴 편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전세계는 ‘주4일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1년 일본 정부는 선택적 주4일제 도입을 검토하고, 스페인 역시 정부가 주4일제 희망 기업을 향후 3년 동안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한다(32~33쪽 참조). 한국에서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정훈(시대전환), 박영선(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4일제 혹은 주4.5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의제로 떠올랐다.
주52시간제가 모든 기업(2021년 7월 50명 미만 사업장 도입)에 확산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에듀윌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주4일제(주 32시간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주4일제’ 하면 떠오르는 의문을 묻고 답을 찾아봤
주4일제의 핵심은 임금은 같은 수준이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정희정 영국 켄트대학 교수(사회학)는 “주4일제의 취지는 ‘노동시간 단축’인데 이는 ‘주중 압축 노동’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후자는 기존 노동시간인 40~50시간을 주 4일 안에 압축적으로 일하는 제도인 반면, 전자는 하루 평균 8시간씩 주 4일, 총 32시간으로 노동시간 기준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을 삭감하는 파트타임 개념과도 다르다.”
고용주 처지에선 인력 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산성이 높아져도 새로 뽑은 사람에 대한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결국 주4일제는 ‘일하기 좋은 직장’이란 인식을 만들어 우수 인력이 입사하고 이직하도록 하는 ‘인적 투자’라고 봐야 한다.
2012년부터 하루 6시간 노동제를 시작한 보리출판사에서도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 회사에선 연장근로는 한 달에 18시간으로 제한되고, 그걸 넘으려면 상사에게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연장근로는 수당이 아니라 대체휴가로만 보상한다. 연장근로를 제한하지 않고 돈으로 보상하면 ‘하루 6시간 근로제’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필자를 만나도 연장근로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시간 적립을 해도 업무량이 많아 대체 휴가를 쓰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겨났다.
회사에 오래 있을수록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고정관념이 바뀌려면 평가·승진 기준을 근무태도보다 성과·실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에듀윌은 주4일제 시행 뒤 성과 평가 방식을 전환했다.야근이나 휴일근무 수당이 사실상 사라진 만큼 성과급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도 예전에는 A등급부터 E등급까지 상대평가였지만,주4일제 시행 뒤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실적만 좋으면 누구라도 좋은 평가를 받고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낮은 기본급 때문에 초과근무로 임금을 보전받는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주4일제가 도입되면 실질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정희정 교수는 “주4일제와 별개로 이미 존재하는 문제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이를 기업 내부의 자원으로만 해결하지 않고 기본소득 등 국가 차원의 정책과 조응하면 전환기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교수는 “장시간 노동을 포기 못하는 이유는 보편적 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 양육과 부모 돌봄은 물론 자신의 노후까지 현재의 임금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며“주4일제 같은 노동시간 단축은 교육비와 노후 생계비를 혁신적으로 경감시키는 사회보장시스템 개편을 전제해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달력의 ‘파란 날’과 ‘빨간 날’에 쉬는 것이 ‘국룰’로 여겨지지만, 한국 사회에 주5일 근무제(주 5일제)가 정착된 건 20년도 되지 않는다. 1998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주48시간 근무제는 1989년 주 44시간으로 바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주5일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연구 자료를 내고 “노동비용 증가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을 것”이라며 “근로조건 조정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공동화로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기 주5일제는 종교계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보수적인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주5일제는 십계명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2001년 8월 어느 일간지 오피니언 면에는 한 대형 교회 담임 목사가 “한국 교회가 치러야 할 또 한 번의 영적 전쟁”이라며 ‘주5일제를 반대하는 이유’를 기고하기도 했다.
진통 끝에 2003년 8월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2004년 7월 주5일제가 시행됐다. 2021년 현재 대다수 기업이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과거 일부 주장처럼 나라가 망하는 극단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노동 집약적 업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아직도 주5일제가 ‘그림의 떡’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불법 촬영 범죄 사례를 소개했다. 그중에는 직장 상사가 선물로 준 시계가 알고 보니 몰래카메라였고 한 달 반 동안 피해자의 방을 촬영해 스트리밍하고 있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헤더 바 HRW 임시 공동 디렉터는 "한국에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너무도 만연하다"며 "우리는 여성들로부터 공중화장실 이용을 피하고, 밖에서만이 아니라 때로는 자기 집에서조차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것을 걱정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HRW는 "한국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그러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지난 16일 "한국은 몰래카메라(spycam)의 세계적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작고 숨겨진 카메라를 사용해 피해자의 알몸, 소변을 보는 장면, 또는 성관계를 촬영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 프랑스24 등 다수 외신에서 한국의 불법 촬영 범죄를 '몰카'(molka)라는 용어로 사용했고, 해당 단어는 위키피디아에 영문으로 등록돼있다.
지난해 법무부가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불법촬영범죄)는 2013년 412건에서 2018년 2388건으로 5년새 5.8배나 증가했다. 또한 동종범죄로 재등록되는 비율도 75%로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등은 지난 3월 '몰래카메라', 즉 변형 카메라는 범죄 및 사생활 침해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큰 물건임에도 사후 처벌만 가해지고 있을 뿐 사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지난 18일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울러 전북 남원 지역의 중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고, 휴대전화 단체대화방을 통해 공유한 일도 있었다. 특히 이는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져온 범죄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자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화장실, 숙박시설, 지하철, 집 등 어디서나 불법촬영을 하는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초소형 카메라는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한 손님이 초소형 카메라를 범죄 목적으로 사용하면 끝이고 셀 수 없는 피해자들이 발생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불법촬영은 재범률이 매우 높고 악질적인 범죄다. 초소형 카메라 유통을 규제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른 청원인도 전날(22일) ‘불법촬영 가해자 남중생들의 신상공개 및 강력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할 학교에서마저도 불법촬영을 두려워해야 하느냐”며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불법촬영 가해자 남중생들의 강력처벌과 신상공개를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일상 생활용품 또는 그런 모양을 한 물건에 촬영·녹화·전송 기능을 심어놓은 제품을 ‘변형 카메라’라고 부른다. 카메라는 물병, 액자, 펜, 안경, 넥타이 핀, 탁상시계, 보조배터리 등 웬만한 모든 물건에 심을 수 있다. 변형 카메라는 수사나 위장취재 등에 쓰이곤 하지만 불법 촬영에도 쓰인다.
카메라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2019년 5762건에 달했다.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해마다 6천건 안팎인 점에 비춰볼 때 드러나지 않는 피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 촬영 피해가 끊이지 않자 1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 청원이 올라왔다. 21일 오후 5시 현재 동의자가 9만명을 넘었다.
앞서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몰카(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대책을 지시했다.
그해 9월 정부는 “인터넷 등에서 변형 카메라를 손쉽게 구입해 불법 촬영 행위가 가능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변형 카메라 수입·판매업자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법 촬영을 근절해야 한다는 요구는 ‘신기술 발전 저해론’에 번번이 밀렸다.
19~20대 국회에 모두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법안 검토는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2018년 11월 관련 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려고 하는 것인가. 여러 가지 기술 개발을 틀어막는 형태로 가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권창범 변호사는 “변형 카메라를 원천 금지 하자는 게 아니라 이력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축산물도 이력을 관리한다”며 일각의 기술 발전 저해 주장을 반박했다.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제재 움직임이 있었지만, 번번히 좌절됐다. 지난 2015년 9월 장병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처음으로 ‘변형 카메라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변형 카메라 취급을 허가제로 하자는 취지였다.
같은 해 10월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 각각 두 번씩 촬영 카메라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각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로 들어서는 지난 3월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진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 입법 필요성 논의’ 토론회에서 “(이 법안이) 자꾸 규제라고 표현되는데,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누가 어디서 쓰고 있는지를 파악해 문제가 발생하면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몰카와의 전쟁', 4년 전 시작됐다
"몰카 범죄가 더 창궐하기 전에 제지해야 할 때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7년 9월,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단호하게 선언했다.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자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내놨다. 말하자면 '몰카와의 전쟁' 선포였는데, 당시 정부가 주목한 것은 펜이나 시계 모습을 하고 있는 몰래카메라였다.
정부는 이를 '변형카메라'라고 부르면서 이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사람은 모두 정부에 등록하게 하고, 이 제품을 사는 사람들의 정보도 기록해 유통 이력을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해 8월 이를 위한 '변형카메라관리법'이 발의됐으나 좌초됐다.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청소기 같은 제품에도 카메라가 장착되는 시대에 변형카메라가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과도한 규제 때문에 차세대 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장애가 되리란 반대론이 힘을 얻었다.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정부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 뒤 몰카 문제는 잊혔고, 그 사이 카메라 디지털성범죄는 2011년 1,523건(수사 건수 기준)에서 2019년 5,762건으로 4배 가까이로 늘었다.
하지만 초소형카메라 기술은 계속 발전을 거듭했다. 투박해서 쉽게 눈에 띄던 렌즈 크기는 최근 들어 지름이 2㎜까지 줄어들었다. 피하는 것도,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수준이 됐다. 이 때문에 몰래카메라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변형카메라들의 유통 자체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새 '변형카메라관리법'이 발의됐다. 변형카메라 수입, 판매, 유통을 기록토록 하되, 주행이나 방범 등 목적이나 용처가 분명한 생활이나 산업용 카메라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변형카메라심의위원회'를 구성, 기술 발달로 판단하기 애매한 카메라가 생겨날 경우 변형카메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토록 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16일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공개하자 로이터통신, CNN, BBC,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고서를 인용해 국내의 실태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은 '전염병'(epidemic)처럼 퍼지는 '디지털 성범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삶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는 디지털 성범죄가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현상을 전염병에 비유한 것이다.
FT는 한국 정부가 '성 불평등' 문제 처리 방식이 미흡해 비판받아 왔고, 이것이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군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생을 마감한 사건과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K-POP 스타와 고위 정치인을 겨냥한 '미투 운동'을 소개했다.
FT는 "한국 공군은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미투 운동 이후에도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학대를 막기 위한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BBC는 K-POP 스타 정준영씨로부터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경미(가명)씨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2016년 자신이 처음 정씨를 고소했을 때는 "아무도 (피해에 대해) 듣는 사람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정말 죽고 싶었지만, 내가 죽으면 아무도 정준영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미씨는 2019년 정씨를 비롯한 K-POP 스타들의 성범죄가 공개적으로 불거지기 전까지 검사로부터 심문을 받는 쪽은 자신이었다며 고소인이 아닌 피고인처럼 대우받았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8720원을 제출했다. 올해 최저임금과 같은 금액으로 동결을 요구한 것이다. 노동자위원들은 지난 24일 5차 전원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1만800원의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보다 2080원(23.9%) 높은 금액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영계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 요인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저소득 노동자의 적정 생계비 확보를 위해서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생활물가로 인한 고통은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자의 생활 안정 등)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목적을 이행하기 위해 (1만800원은) 필요한 적정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동일한 시간당 872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데 대해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과 바램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사용자 측은 유사 근로자 임금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높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적정수준의 상한선인 중위임금 대비 60%를 이미 초과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산업경쟁 관계에 있는 G7 선진국(평균 48.4%)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한편 이날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의 사업별 구분 적용 안건에 대해 표결을 연 결과 찬성 11표 대 반대 15표(기권 1표)로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은 경영계가 지난 수년간 주장해 온 사안으로, 최저임금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시행한 적은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첫해인 1988년뿐이다.
이날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근로자·사용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대립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현재 최저임금은 가구생계비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비혼 단신 노동자의 실태생계비(208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족의 생계조차 담보할 수 없는 낮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일해도 적자가 발생하는 노동 빈곤의 상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인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것을 두고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15% 인상되어도 실질인상률은 8.6%로 삭감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에 반박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법에서 정하고 있는 4가지 결정기준(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과 소상공인에게 가장 중요한 ‘영세중소기업의 지급 능력’을 봤을 때 최저임금의 인상요인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주장했다.
류 전무는 이어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53.9%인 반면, 같은 기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9.8%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7530원→2019년 8350원→2020년 8590원→2021년 8720원. 국내 모든 근로자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변화다. 최저임금(minimum wage)은 국가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어느 일터에서든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동네 아르바이트생이든 대기업 정규직이든 간에 무조건 시간당 8720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이걸 어긴 고용주는 처벌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은 매년 근로자 대표 9명, 사용자 대표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결정해 고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 12조를 근거로 설치된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이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 연봉이 넉넉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별 타격이 없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문제다. 이들이 흔들리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년, 50~60대 중장년층, 주부 등의 일자리부터 줄어들 수 있다. 당초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도입해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미 국적과 인종, 장애유무, 사업장 규모, 성별 등에 따라 노동 현장에 차별이 심화돼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업종·규모·지역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는 건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미 2018년 노동부 최저임금 제도 개선 티에프(TF)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어 “지금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장애인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월급의 15∼20%를 강제로 공제 당하는 이주노동자가 있다”며 “공익위원들이 다시 한 번 이런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고 논의해 주십사 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위원장은 또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넘어섰다는 경총의 주장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티브이(TV) 토론회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서로 주장을 검증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민주노총은 경총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 증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고 소득재분배에도 영향을 줬다’고 반박했다.
응답자 중 49.1%는 주당 만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53.4%)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청년 알바생이 초단시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에게 주휴수당과 유급휴가 등을 보장하게 하는데, 사업주들이 초단시간 알바생을 여러명 고용해 법망을 피하고 인건비를 줄이려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08만 원. 혼자 사는 직장인이 한 달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평균 금액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분석한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생계비'다. 곧 시작될 문재인 정부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이 수치를 두고 논쟁에 들어갔다.
경총은 "최저임금 심의 때 고려해야 할 적정 생계비는 전체 생계비가 아닌 '최저임금 대상 계층'에 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단히 말해 '전체 근로자'가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근로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경총은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은 중위임금 대비 45~60% 수준"이라며 "지난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은 179만5,310원으로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 중위값 184만7,156원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요인이 없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곧바로 반박했다. 무기는 경영계와 똑같은 통계자료다. 같은 자료를 두고 민주노총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기 위해 상위, 하위 양극단 5%를 뺀 실태생계비만 해도 202만558원으로 현 최저임금이 20만 원 이상 부족하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받아쳤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최저임금은 헌법이 그 취지를 설명하듯, 단순히 먹고 사는 수준을 넘어 문화생활과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며 "형편이 정말 어려운 계층만 대상으로 한다면 최저임금으로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생계비는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과 함께 최저임금을 정하는 주요 요인이긴 하다. 하지만 참고 요인일 뿐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