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8720원을 제출했다. 올해 최저임금과 같은 금액으로 동결을 요구한 것이다. 노동자위원들은 지난 24일 5차 전원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1만800원의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보다 2080원(23.9%) 높은 금액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영계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 요인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저소득 노동자의 적정 생계비 확보를 위해서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생활물가로 인한 고통은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자의 생활 안정 등)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목적을 이행하기 위해 (1만800원은) 필요한 적정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동일한 시간당 872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데 대해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과 바램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사용자 측은 유사 근로자 임금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높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적정수준의 상한선인 중위임금 대비 60%를 이미 초과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산업경쟁 관계에 있는 G7 선진국(평균 48.4%)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한편 이날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의 사업별 구분 적용 안건에 대해 표결을 연 결과 찬성 11표 대 반대 15표(기권 1표)로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은 경영계가 지난 수년간 주장해 온 사안으로, 최저임금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시행한 적은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첫해인 1988년뿐이다.
이날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근로자·사용자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대립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현재 최저임금은 가구생계비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비혼 단신 노동자의 실태생계비(208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족의 생계조차 담보할 수 없는 낮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일해도 적자가 발생하는 노동 빈곤의 상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인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것을 두고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15% 인상되어도 실질인상률은 8.6%로 삭감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이에 반박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법에서 정하고 있는 4가지 결정기준(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과 소상공인에게 가장 중요한 ‘영세중소기업의 지급 능력’을 봤을 때 최저임금의 인상요인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주장했다.
류 전무는 이어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53.9%인 반면, 같은 기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9.8%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7530원→2019년 8350원→2020년 8590원→2021년 8720원. 국내 모든 근로자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변화다. 최저임금(minimum wage)은 국가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어느 일터에서든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동네 아르바이트생이든 대기업 정규직이든 간에 무조건 시간당 8720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이걸 어긴 고용주는 처벌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은 매년 근로자 대표 9명, 사용자 대표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결정해 고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 12조를 근거로 설치된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이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 연봉이 넉넉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별 타격이 없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문제다. 이들이 흔들리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년, 50~60대 중장년층, 주부 등의 일자리부터 줄어들 수 있다. 당초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도입해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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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미 국적과 인종, 장애유무, 사업장 규모, 성별 등에 따라 노동 현장에 차별이 심화돼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업종·규모·지역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는 건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미 2018년 노동부 최저임금 제도 개선 티에프(TF)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어 “지금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장애인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월급의 15∼20%를 강제로 공제 당하는 이주노동자가 있다”며 “공익위원들이 다시 한 번 이런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고 논의해 주십사 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위원장은 또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넘어섰다는 경총의 주장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티브이(TV) 토론회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서로 주장을 검증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민주노총은 경총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 증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고 소득재분배에도 영향을 줬다’고 반박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00466.html#csidxe1e8156ae504ca49087410a323a6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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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중 49.1%는 주당 만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53.4%)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청년 알바생이 초단시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에게 주휴수당과 유급휴가 등을 보장하게 하는데, 사업주들이 초단시간 알바생을 여러명 고용해 법망을 피하고 인건비를 줄이려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08만 원. 혼자 사는 직장인이 한 달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평균 금액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분석한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생계비'다. 곧 시작될 문재인 정부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이 수치를 두고 논쟁에 들어갔다.
경총은 "최저임금 심의 때 고려해야 할 적정 생계비는 전체 생계비가 아닌 '최저임금 대상 계층'에 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단히 말해 '전체 근로자'가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근로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경총은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은 중위임금 대비 45~60% 수준"이라며 "지난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은 179만5,310원으로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 중위값 184만7,156원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요인이 없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곧바로 반박했다. 무기는 경영계와 똑같은 통계자료다. 같은 자료를 두고 민주노총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기 위해 상위, 하위 양극단 5%를 뺀 실태생계비만 해도 202만558원으로 현 최저임금이 20만 원 이상 부족하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받아쳤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최저임금은 헌법이 그 취지를 설명하듯, 단순히 먹고 사는 수준을 넘어 문화생활과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며 "형편이 정말 어려운 계층만 대상으로 한다면 최저임금으로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생계비는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과 함께 최저임금을 정하는 주요 요인이긴 하다. 하지만 참고 요인일 뿐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