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 누리꾼들 거의 모두가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매일같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사용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몸에서 데이터 부스러기들을 배출하며스스로 자본주의 시장의 목적이 되어간다.
빅데이터 알고리즘 예측은 콘텐츠 소비자들 각자가 지닌 특정 취향의 독특한 결들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는 특정 취향의 내적인 밀도를 높이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누군가의 취향을 한곳에 잡아두면서 그 바깥으로 튀어나갈 길들을 자연스레 막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빅데이터 기술 문화는 이미 존재하는 문화적 선호와 편견을 더 단단히 만드는 반면,새롭고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대중의 접촉면을 현저히 낮춘다는 점에서 대단히 문화 보수적이다.
문화를 향유하고 생산하는 시민 역량과 동시대 기술현상에 대한 이해력과 이를 비판적으로 해독할 줄 아는 ‘리터러시(문식력)’를 배양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불안정 노동 상황이 악화할수록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접속해그들에게 남겨진 잉여의 자유 시간을 ‘그림자 노동’처럼 쓰는 경우가 더 늘어난다. 몇몇 ‘마이크로 셀러브리티’의 성공담을 제외하고 그들의자발적인 플랫폼 참여가 문화산업을 떠받치는 무급 노동으로 쉽게 전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같은 플랫폼에 접속하지만 불운하게도 이드넓은 콘텐츠의 세계에서 서로 다른 취향의 자기만의 방(던전dungeon)들에 갇힌다.
노동 강도나 사회 스트레스가 거의 지구 최강 수준이다 보니 그냥 멍하니 영상으로 시간을 때우거나 가볍게 즐기는 콘텐츠 소비문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코미디나 마블 코믹스 히어로 영화가 단숨에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기이한 문화 현상도 일부 이것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실상 무늬만 공유일 뿐, 커먼즈 개념에 대비해보면서로 나누는 행위를 빼고 공동의 협력적 소유나 분배, 더 나아가 사회 증여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 오늘날 공유경제의 실상이다.이 점에서 ‘온라인 중개 플랫폼’ 경제라는 풀이말이 ‘공유경제’라는 허세보다 솔직하고 정확하다
플랫폼 노동의 지위는 점점 파편화하고노동 위험과 비용 대부분이 개개인에게 외주화되는 형세다.
플랫폼 노동 과정 중 발생하는 모든 위험과 노동권 관련 쟁점들이 개인사업자에게 외주화되는 반면, 플랫폼 중개인은 이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고 더군다나 그에게 이윤이 독점화되는 불평등 구조를 내재하게 된다.
플랫폼 노동조합의 실험들은 앞으로 조합원들 사이 공동 소유와 운영권에 초점을 맞추면서 플랫폼 조직 운영의 민주화와 분배 개선 효과를 얻으리라 본다.
알고리즘 경영에서는 애초 중개인이 해야 할 업무가 계약 노동자의 시간과 비용으로 전가되는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플랫폼 노동 가입 신청, 등록, 주문, 배송 넣기, 배달 확인, 피드백, 수행평가 작성 등은 수시로 플랫폼 노동자가 해야 할 노동 외 시간 허드렛일이 된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진즉부터 ‘로봇세’ 신설을 제안했다.로봇을 많이 쓰고 노동 소멸에 책임 있는 스마트 공장들에 기술 실업의 비용 책임을 지우자고 말한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 넷스케이프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 기술전문가 팀 오라일리Tim O’Reilly, 벤처창업 투자기업 Y콤비네이터 회장 샘 올트먼Sam Altman,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등은실리콘밸리 안팎에서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전면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왜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이 같은 ‘화려한 공산주의’ 기획에 적극적일까? 이들은 기본소득을 통해 기술 변화로 인한 대량 실업의 사회적 여파와 반발을 최소화하고, 사전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도모하려고 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이른바 인공지능 사회 원칙과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 제정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 과제로 삼아 이미 기초 작업을 끝냈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은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윤리 지침과 사회 대원칙의 내용에서 기술 투명성, 개인정보보호, 기술적 안정성, 사회 책임성, 다양성, 비차별성, 공평성 등 기본적인 인공지능 윤리 조항들과 함께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인공지능’ 요건을 강조한다.
이탈리아 커먼즈 이론가인 마시모 데 안젤리스Massimo de Angelis는 우리의 온라인 활동과 탄소 배출의 밀접한 유기적 성격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가령 누군가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 검색을 한다고 치면 5~10그램 이 인터넷 브라우징을 하면 초당 20밀리그램의 탄소 배출을 초래한다. 단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인터넷 검색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보통 주전자 물을 끓이는 데 투여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오늘날 야만의 기술 조건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먼저지구 기후 위기와 관련해 첨단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일지 따져 물어야 한다. 현재 탄소 배출에 가세하거나 온실가스를 상승시키는 닷컴기업들의 주요 기반시설과 활동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바꾸려는 에너지 수급 정책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그러려면 IT 기업들의 에너지 소비량이나 대체에너지 수급 정도가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비대면 소비와 재화의 유통이란 청정지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단히 대면 접촉을 행해야 하는
현장 유령 노동자들을 언제 어디서든 쉽게 동원할 수 있어야 유지된다
인간 보편의 인권만큼 동시대 중요한 존엄의 권리인 ‘정보 인권’을, 일반 시장 ‘규제’ 맥락에서 다루려는 경박함이 우리 사회를 압도한다.
<세상을 해석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 - 디지털의 배신을 읽고-
이 책은 요즘 내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 관한 분석적인 글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세상은 사이버라는 가상세계가 아니다. 디지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의미한다. 그 디지털 세상은 곧 우리의 세상이며 현재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언급함 '정보인권'이 시장에서는 하나의 데이터로 취급되는 현실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디지털과 물리적인 현실을 완벽하게 분리하여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디지털화 된 우리 개인을 빅데이터라는 경제적 이익과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명목하에 기업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더불어 그 기업들의 이익창출 방식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신규 노동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인간의 노동에 대한 최소화된 보호조치와 최대화된 이익창출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책 서두에서는 알고리즘과 빅데이터에 관해서 이야기하는데, 내가 대학원 지원서에 작성했을만큼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지적은 모두 공감할만한 것들이었다. 더불어 물리적인 상품을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빅테크 기업 혹은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과, 환경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한 자료를 제공한다.
[디지털의 배신]은 우리 사회가 금세기동안 가장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 디지털 기술로 인한 문제들을 총정리한 책이다. 저자의 논조는 대부분 비판적인 접근으로 디지털 세상을 다루긴 하지만 사실 블로그를 하고 최근에 유튜브를 했던 나조차 디지털 세상이 제공하는 자본주의적 이익에 편승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세상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수많은 이점은 우리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느끼고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는 우리에게서부터 멀리 떨어져있으며 감추어진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이 바로 그 목적을 달성한다. 현대인들에게 빅테크 기업들의 플랫폼은 은혜로운 것으로 여겨지면서, 한 편으로는 새로운 이익을 창출 할 기회를 주면서도 노동의 측면에서는 당당한 무책임함을 주장하고 우리 일상속 이웃의 생존권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우리가 익숙해진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 그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희생. 그 희생이 곧 나의 가족, 지인 그리고 본인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지 못하는 사회. 나는 이런 시대상황에서는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물음이라고 생각했다.
다름과 불편함을 마주하려는 노력, 나에게 보여지는 정보에 대한 질문,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 이 세가지가 디지털 세상에서 거대한 무엇인가로부터 압도당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고 나의 블로그가 그러한 방법들이 사람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