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무 익숙한 플랫폼 기업, 기본적으로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현 X),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가장 대표적으로는 떠올랐으나 지금은 우리가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의 대부분 기업들이 플랫폼 기업의 형태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일상적인 것이고 대표적인 기업이 배달의 민족일 것이다. 물론 배달의 민족은 어떻게 보면 가장 친근한 서비스인 배달을 하나의 플랫폼(어플리케이션)으로 흡수시켜 분산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음식을 공급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거기다 배달이라는 서비스 그 자체에 대한 노동력도 고용하고 있다.
이러한 편리성으로 사람들은 초기에는 열광하지만, 기업의 수익화 노력을 거치면서 서비스 독점에 대한 불만과 비용상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현재의 시점이다.
다른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이 초기에는 자유로운 이용과 공개서비스 형태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지만 한번 그 편리성에 의존하게 된 이후로는 그 기업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다. 특히 기존의 산업과 경쟁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면, 전통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던 업계와 충돌하게 되면서 기업이 노동자 개인의 전문성을 침해하면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SNS 기업은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이유로 특정 게시글을 강제로 삭제하기도 하고 또 불법 게시글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면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쳐 지나갔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균형적인 시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회과학 서적에서 나는 저자가 어떤 쪽에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는 걸 좋아한다.
그 만큼 어떤 특정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에 따라 에피소드에 따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딱 그렇다. 어떤 부분을 읽으면 기업 편인 것 같다고 어떤 내용을 보면 또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 같기도 하다.
전체적인 맥락으로는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적인 규제와 투명성을 확보하여 이용자들이 플랫폼 공화국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시민사회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우리 일상에 이미 물들여 있는 플랫폼 공화국의 현실을 기업, 경제, 사회적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플랫폼 기업들은 단순히 공급업자와 소비자들을 연결해 줄 뿐이고, 기생충처럼 스스로 생산하는 것은 없으면서 엄청난 수익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44
: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가치창출을 하지 않는 기업 그러니까 해당 비즈니스가 단순히 기업의 수익만을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서 더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 물론 플랫폼 기업들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한다거나 기술혁신이 이루어진다거나....아니면 그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20세기 말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기술이 등장한 이후, 미국은 동태적인 기술혁신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검토하되 시장 개입에 대해서 아주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시카고학파의 경제 이론에 의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우저 끼워팔기로 경쟁사 넷스케이프 브라우저가 퇴출되는 억울한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기술혁신이 촉진되고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면 적법한 경쟁으로 본다. P.55
: 요즘 세계은행의 중진국함정과 관련된 보고서를 읽으면서 기술혁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다. 그러나 기술혁신을 위해서 어떤 요인을 제공해야 하는지 해당 기업들이 기술혁신에 대해 투자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고 수익화를 위한 단순 서비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변동가격제로 가격이 올라가면 불만이 제기되지만, 가격이 내려가면 최소한 소비자 불만은 없어진다. 다만 거대 플랫폼이 입점 기업으로 하여금 저렴한 가격을 요구하여 가격 경쟁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오히려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방해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마존이 입점 기업들에 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월마트와 같은 경쟁 사이트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P.74
: 도입부에도 언급한 것과 같이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관리감독과 규제는 다면적인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하고 긍정/부정적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더 많은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와도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시장법」을 제정해서 플랫폼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 의회는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반독점 법안들을 폐기했다. 미국은 틱톡TIKTOK' 과 같은 중국 플랫폼 규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이 규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반면에, 구글을 비롯한 자국 플랫폼 규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챗GPT의 등장 이후 구글의 독점적 지위도 흔들리고 있어서 플랫폼 산업의 역동성을 고려해 볼 때 과도한 규제가 산업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하는 신중론이 더 우세해지고 있다. P.81
: 유럽의 경제성장과 현황을 보면서 미국이 왜 미국인지에 대해서 상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미국의 기본적인 혁신의 강조와 자유경쟁의 기조가 끊임없는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전통적 산업을 유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미국 출신의 플랫폼 기업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도 창조적 파괴가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것처럼 기술혁신에 따른 '창조적 파괴'의 광풍이 가차 없이 기존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국내에서만 전통적인 시장의 파괴를 문제 삼고 새로운 시장의 창조는 억누르는 오류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신속한 기술 사업화 Move Fast'로 시장 선점을 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경쟁당국도 전통질서의 파괴 Break Things'를 당연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기술혁신과 시장 변화를 무시하면서 정치인과 관료들이 조선시대 사농공상의 권위의식에 젖어 기업인과 과학기술자들에게 기술과 사업의 방향을 명령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동적인 플랫폼 경제에서는 직접적인 국가 개입보다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입점 기업과 이용자들의 판단을 도와줄 수 있도록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그 공정성 판단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2023년 5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가 플랫폼 검색•추천 서비스 투명성 제고, 오픈마켓 거래 관행 개선 등의 내용을 포함한 자율규제안을 발표한 것은 좋은 출발이다. P.84
: 세계은행의 중진국함정 보고서에서는 한국과 같이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한 국가들이 창조적 파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보고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을 과감하게 시행함으로써 고소득국가로 진입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서 현재의 대한민국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과거와 비교해서 얼마나 기술혁신에 힘을 쏟고 있고, 그 요인을 어떻게 제공하고 있는지 말이다.
현재의 산업구조가 제조와 생산에 치우쳐 있지 않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수출과 GDP의 대부분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제조생산에 견인되고 있고, 특정한 기업과 품목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봐야 한다. 내수가 무너지고 고임금의 일자리가 생성되지 않는 이유는 혁신적인 기술 기반의 기업들이 등장이 아니라 기존의 단순 서비스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종속화시킴으로써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의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기존의 전통적 산업의 관계자들의 일자리를 보전해주기 위해서 기업을 규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업의 등장과 비즈니스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가 혁신기술이라는 이름의 기업과 내수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만들어지도록 어떤 정책적, 제도적 노력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아이디어 시장'을 전제로 하는데, 러시아의 선거 개입은 플랫폼의 활용으로 아이디어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플랫폼이 아이디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P106
챗GPT는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진실인 양 제공하는 '환각 hallucination 상태를 보여 준다. 인간이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고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은 데이터의 부족이나 오류 데이터의 입력 그리고 거짓 유도 질문으로 인해서 환각 상태의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를 양산할 수 있다. P.127
일론 머스크는 챗GPT의 답변이 진보 성향의 편견을 나타낸다고 주장 한다. 기업주의 특정 성향에 맞춘 답변을 유도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바꾸고 알고리즘을 수정하면 그 챗봇은 진실을 말하는 챗봇이라 고 말할 수 있을까?
기술과 자본을 독점한 기업 또는 기업주가 진실과 윤리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섬뜩한 순간이다. 플랫폼 공화국의 미래는 기술의 객관성 그리고 수익과 윤리의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P.137
우리 대법원은 플랫폼이 인터넷 공간에 뉴스 기사를 제재함으로써 기존 신문사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고 보고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 의회는 30년 전 플랫폼과 신문사의 역할을 신중하게 검토해 본 후 플랫폼은 신문사와 달리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기에 콘텐츠의 불법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도입했다. P.155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술이 가령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들이 사람들보다 더 객관적인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치만 일련의 사건과 결과를 살펴보면 그 기술은 이미 그 자체로 책임을 지는 주체가 아니기 떄문에 가치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판단오류에 대한 끊임없는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기업들이 만약 그러한 기술로 돈을 벌면서 그 기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그 경제활동이 정당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수익과 윤리 사이에서 기업의 선택을 방임하는 것이 옳은 정답일까. 그러면서도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기업에게의 책임전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인가 싶기도 하다.
결국은 이용자 혹은 소비자들의 적극적 요구 그리고 무분별한 기술 신뢰에서 벗어나, 더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가 마련되어야 함이 자명하다. 우리의 교육제도가 Open Discussion으로 나아가야 하고 사회 전반에서 이러한 것들이 기본이 되었으면 한다. 노동의 생산성은 기술이 이끌 것이니, 인간은 그보다 더 고차원적 업무에 투입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플랫폼 사회에서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포기되어야 하는 것인지, 보호받는다면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는지, 우리가 남긴 디지털 발자국 가운데 대체 무엇이 개인정보로 보호받을 수 있고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등의 이슈가 중요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191
국내 사업자들은 법령에 따라 불법 촬영물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서, 고객들이 주고받는 메시지와 데이터를 검열해야 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위험부담까지 떠안게 되었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잘못된 규제가 아닐까? P.258
정부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생산하고 관리한다. 정부가 방대한 데이터를 자체 알고리즘으로 분석해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공개해서 개인과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데이터의 가치가 살아난다.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정부 서비스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데이터 공개와 활용의 필요성은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에도 그대로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현실은 플랫폼 정부의 이상과는 너무나 다르다. 입법 절차는 불투명하고 판결문은 극소수만 공개되고 있다. P.306
이용자들의 경제적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큰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요구하는 법이 제정되고 있다. 예컨대 개인신용 평가 회사가 알고리즘으로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는 경우에, 그 고객은 자신에 대한 신용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화 평가되고 있는지 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
나아가 자동화 평가에서 알고리즘이 이용한 기초 정보와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평가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신용 평가회사의 고객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출할 수 있고, 알고리즘이 이용한 기초 정보 가운데 잘못된 정보의 정정이나 삭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P.329
: 책임의 범위는 늘 어렵다. 기술사회의 진보는 이러한 딜레마를 계속 가져오는 것 같다. 많은 기업들이 알고리즘의 산출과정이 기업의 경영비밀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을 때 경영상의 치명적인 기밀 유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까지를 투명한 공개를 요구할 수 있고 그것을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더 많은 대화가 필요한 시기임에도 우리 사회에서 대화와 논의는 사라져가는 것만 같아 아쉽다.
플랫폼 기업들이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 공화국으로 탄생했을지 모르지만, 이용자들이 꿈꾸는 공화국의 가치를 실현하기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다. '비바 리퍼 블리카'를 꿈꾸는 사람들은 있지만, 자신있게 플랫폼 공화국 만세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국적인 주권 국가로 독립한 플랫폼 공화국들의 데이터 자산과 알고리즘 지배로 인하여 '디지털 권위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p.331
: 플랫폼 공화국에서도 그 공화국을 유지하는 주체는 이용자다. 이용자가 없는 즉 시민이 없는 공화국은 존재할 수 없다. 플랫폼 기업은 이미 그 자체로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이용자라는 시민들과 소통 해야하는 주체다. 무조건적인 강제와 규제 대신,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충실한 의무를 이행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은 무분별한 기술에 대한 신뢰 대신 책임있는 행동과 요구를 함으로써 공화국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