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에 무감각해져가나 싶다가도 여름이 찾아오면 더워 죽겠다는 말이 더 이상 말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는 세상. 정말 더위에 죽을수 있다는게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될수도 있는 세상이다. 여름은 더위라는 계절과는 또 다르게 정의되는것 같다. 지금은 여름이 아니라 무더위외 폭염이라는 이름으로 계절을 명명해야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염살인이라는 강력한 제목을 가진 이 책에 손이 안갈수가 있을까. 그러나 책 제목의 강렬함과는 달리 책 내용은 대부분 폭염과 관련한 일상적 에피소드들 (물론 섬뜩하고 문제의식이 강한) 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웠다. 어떠한 방향에 대한 제안이라기 보다는 폭염살인이 이미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함을 찾기 어려웠다.
차라리 그 살인을 폭염을 만들어낸 실질적 주범이 무엇인지 그게 우리 일상에서 어떤 가해로 인해 발생한것인지 속속히 파헤치는 내용이었다면 제목에 걸맞는 촌철살인의 글이 될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폭염과 살인이라는 두 단어를 합해지는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일깨우려 한다는 차원에서 유의미해보인다.
폭염이 극단화될수록 이런 질문은 우리의 뇌리를 맴돌 것이다. "이 사태는 누구의 책임인가" 누가 화석연료를 태우고 폭염을 일으켰는가는 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다. 165
누구의 책임이라고 특정영역 혹은 이해관계자에 초점을 맞추는것이 문제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우리 모두 조금씩은 적어도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시스템에서 살아왔고 생존과 적응을 반복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무엇인 문제인가에 대해 더 집중해야할 것이다.
우리의 지금 이 시스템이 왜 문제가 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그 기술을 확산하고 저비용으로 돌리기 의해 어떤 혁신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투자와 대비를 해서 구조를 바꾸는가 하는 등이다.
하지만 전쟁이 물고은 식량 위기는 전 세계의 식량이 실제로 부족해져서 일어난 일이 아닌 만큼 어떻게 생각하면 다소 인위적 인 면이 있었다. 시장에서 우크라이나산 밀이 사라졌을 때도 시정 에는 여전히 많은 곡물이 유통되고 있었다. 돈을 얼마나 들여서 어떤 식으로 유통시키느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악용한 것은 단순히 푸틴만이 아니었다. 무역업자들은 널을 뛰듯 변하는 시세 차이를, 해운 회사는 곡물이 절실한 사람들의 절망적 상황을, 비로 회사는 생산량을 반드시 늘리고자 하는 농부들의 염원을 이용해서 한몫 잡으려 한다. 파시스트 정치인들은 치솟는 식 품 가격이 민주주의가 실패한 증거라며 기뻐한다 198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답이 아닌 결과론적 승복에 합류하며 그 결과를 합리화하는 것에 있다. 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 답을 원하지 않는 자들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에어컨은 다분히 미국적인 안락함의 상징이었고 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타인과 다른 종, 그리고 주변 세상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리하여 안락한 생활은 클릭 한 번으로 미래를 점점 망가뜨린다 326
에어컨을 트는게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 혼날까 무서운 일이었는데 어느새 부모님조차도 전기비보다는 더위에 더 무서움을 느끼는 날씨가 됐다. 우리가 더위를 피하려는 수단이 문제일까? 왜 그것이 문제일까?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지 않을수 없을까? 환경보호와 혁신은 어쩌면 가장 가까이 있는 것 아닐지
게다가 그런 살인 폭염은 파키스탄인이 자초한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파키스탄이 내뿜는 양은 약 0.5퍼 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파키스탄인 1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 국인 1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 후 위기의 현실이 이렇다. 부자들이 오염시키고 나머지 사람들이 고통받는다 356
나의 선택이지만 그 책임은 그 선택을 하지 않은 이들도 함께 나누고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억울한 세상. 연민과 동정이 아닌 책임감과 부채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것. 스스로 모순된 인간이 되지 않아야지.
이건 만들어진 더위다. 계 획된 더위다. 지금 우리는 "판사님, 저희가 1급 더위를 만든 죄를 지 었습니다. 부디 선처해주십시오"라고 해야 할 판이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기후에 그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 고 있었다. 미국인 발명가 유니스 푸트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열을 가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1856년이었다.'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가 화석연료를 태우면 대기가 뜨거워진다는 사 실을 증명한 것은 1896년이었다.
더구나 이런 실상을 단지 과학자 들만 알았던 것도 아니다.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 경고를 전해 들었고,' 그의 뒤를 이은 수많은 대통령도 마찬가 지였다. 1977년 무렵 엑손(현재의 엑손모빌)은 화석연료를 수십 년 태우면 대기가 뜨거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그 런 변화를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예측한 사내 기후 모델도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석연료를 계속 태워온 것은 물론, 닥치 는 대로 태우는 일도 멈추지 않았다. 456
언제까지 미룰수 있을까. 모든 문제들이 그렇다. 미루고 미루다 누군가 죽음으로 끝나야 심각성을 깨닫고 그 때에는 이미 초기보다 100배의 노력을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때는 이미 우리 모두가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시스템이 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쪼개어 부작용을 막아야 할것이다. 비단 기후위기만의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모든 미래에 대한 안일한 태도와 탐욕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