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두 달 만인 지난해 12월7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추진전략에서 정부는 에너지 전환 가속화, 순환경제 활성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탄소중립을 이끌 컨트롤타워로는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해 탄소중립 정책을 심의·의결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까지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설립된 탄소중립위원회는 출범 다섯달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현 가능성과 석탄발전 중단 여부를 둘러싼 논란 끝에 탄중위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경로와 화력발전을 일부 남겨 놓는 대신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적극 활용해 제거하는 경로다.
탄중위는 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의결했다. 한국의 기존 2030년 엔디시는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으로, 2018년 배출량 기준 26.3% 감축에 해당한다. 새 엔디시는 지난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전세계에 공표됐다.
이에 앞서 9월에는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명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 제정으로 한국은 영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 중립을 법제화한 나라가 됐다. 정부가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탄소중립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방안이라고 밝힌 기후대응기금도 내년 2조5천억원 규모로 출발한다.
정부가 탄소중립 전략에서 밝힌 대로 탄소중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에너지의 주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비 확충은 더디다.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확충된 태양광·풍력설비는 2289㎿로 원전 2기 분량도 안 된다. 특히 풍력발전 설비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엔 162㎿가 늘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25㎿ 추가된 데 그쳤다. 복잡한 사업심사 절차에다 반대하는 주민 민원이 많아 갈수록 설비 확충에 어려움이 더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현재 한국의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2017년에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OECD 평균요금 대비 75%였던 주거용 요금 수준은 2019년에는 70%로 오히려 떨어졌다. 산업용 요금 수준도 같은 기간 98%에서 92%로 떨어졌다. 정부가 2013년 이후 요금을 동결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부터 발전 연료비 등락에 따라 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기대를 모았다. 연동제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에너지 전환을 위한 가격 정상화의 첫 단추로 꼽는 제도다.
이에 따라 첫 요금 인상은 올 2분기에 이뤄져야 했지만 3분기까지 건너뛰어 4분기에야 처음 이뤄졌다. 정부가 물가 영향 등을 이유로 적용을 막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내건 정부조차 구호와 실천 사이의 거리를 제대로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특히 2018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6%를 배출하고 있는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은 우려스런 상태에 머물고 있다. 산업계 일부에서는 이미 국제사회에 공표된 엔디시를 되돌릴 수 없는데도 탄소중립 속도 조절론을 계속 제기하고, 야권의 대선 후보는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사실상 엔디시를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무엇보다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제도적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을 첫 번째 성과로 꼽을 만하다. 기존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대체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마련되어, 2050 탄소중립 이행을 법제화한 세계 14번째 국가로 기록되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기존 26.3%보다 9% 상향한 35% 이상 범위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해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단계 목표를 추진할 수 있었다. 5월에 발족한 탄소중립위원회도 법적 근거를 갖게 되어, 미래세대와 노동자를 포함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거버넌스로 발돋움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실질적 정책수단의 마련에도 탄력이 붙었는데, '기후대응 기금'의 신설과 '기후변화영향평가'와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제도'의 도입,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특별지구 지정'과 '지원센터 설립' 근거가 마련되었다.
탄소중립(Net zero)이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지 않도록 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2050 탄소중립' 선언은 2050년까지 한국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전혀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의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가능한가'라는 회의론부터 '속도 조절론', '산업 시스템의 체질 개선' 등의 여러 방법론도 언급된다.
우리는 발전 경로가 해외 선진국과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과도 에너지 사용 경로가 매우 다르다. 한국의 경우, 2018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한 나라다. 즉, 탄소 배출이 계속 증가해온 나라라는 의미다. 반면,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은 1990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각국이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대체로 탄소 배출이 정점을 찍은 '피크(peak)‘를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유럽은 1990년, 미국은 2005년, 일본은 2013년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는 2018년이 기준이 된다. 그것을 기준으로 2050년 탄소를 '제로'까지 내리는 계획을 세우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탄소감축 기간이 훨씬 짧은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부문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크게 보면 전력, 산업(제조업 등), 건물(냉‧난방 등), 수송 등 네 가지다. 여기에서 화석에너지 소비는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은 늘리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사실 탄소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꽤 오랫동안 연구해 온 주제다. 탄소세가 부과됐을 때 우리나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논의해왔다. 탄소세가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물가도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하다. 그러니까 탄소세 도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기 요금의 현실화다. 사실 한국만큼 전기 값이 싼 곳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연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결국, 원가도 보전 안 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런 왜곡된 요금 구조하에서 에너지 효율성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겠는가. 외국의 데이터센터들이 한국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있다. 전기요금이 저렴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전기 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
탄소 중립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이를 위해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적게 들이고 갈 것인가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이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갈등의 최정점에 있다고 본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회의주의자, 혐오주의자들이 전통적인 집중형 발전소 옹호론자와 함께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석탄발전소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6%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비중이다. 반대로 말하면, 에너지 분야에서 40% 가까운 일자리를 석탄발전소가 책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탄소 중립의 길로 간다면, 이들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될 듯하다.
그래서 파리협정에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규정이 있고 실제로 유럽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대전환의 흐름에 따라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여기에는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 재교육, 훈련. 재취업 등을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안전성 문제가 있다. 이미 일본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나. 지진이 난다든지 하면 원전은 감당이 안 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안전 관리에는 여러 가지 허점이 있다. 이는 이미 수차례 밝혀진 사실이다.
둘째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우리가 전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임시 저장소에서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용후핵연료는 땅 속 어딘가에 묻어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이것을 폐기하거나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묻는 부지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것을 어디에 만들 수 있겠나. 지금까지 나온 거랑 앞으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원전에서 나올 사용후핵연료만도 처리가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꾸 새로 건설만 하려는 건 상당히 무책임하다.
결국,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우리 세대에서는 지나갈 이슈다. 문제는 다음 세대다. 다음 세대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텐데, 지금 세대는 그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탄소중립의 핵심 정책을 함께 다뤄야할 산업통상자원부가 빠진 것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온실가스 통계 관리위원회가 지난해 확정한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보면 2018년 에너지 분야의 배출량은 약 6억3240만t으로 국가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86.9%를 차지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본법 역시 탄소중립 도시가 할 수 있는 일로 에너지 자립률 향상을 위한 사업을 포함한다.
탄소중립 기본법에는 농림수산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에는 농림수산업은 탄소중립 주요 부문 중 하나로 명시되지 않아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할도 누락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EU 및 미국이 논의 중인 탄소국경세는 우리나라가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며 범정부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탄소세를 도입할 경우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과 저소득층·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등 탄소중립을 위한 기반 확충에 대한 우선적 지출 필요성 등을 개진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을 고려해 탄소세와 배출권제 장단점 비교 등 다각도에서 선제적인 분석을 통해 탄소중립 2050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첫 토론자로 나선 이중교 연세대 교수는 탄소세를 설계할 때 △효율성 △공평성 △세수 활용 △기존 에너지세와의 관계 정립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방안을 짚었다.
그는 탄소세로 얻은 세수를 저소득층 지원 이외에 친환경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산업부문 탄소배출량 정점 연도는 2014년이며, 2050년까지 감축기간이 36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G5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정점연도 대비 감축기간이 54~60년에 비해 짧아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탄소세는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기업에게 직접 부과되는 방식으로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향후 전기요금 인상, 탄소배출권 가격 증가, 확보한 세금의 활용 등 다양한 문제를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탄소세 도입 목적을 세원 확보수단보다 탄소 감소를 위한 인센티브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세저항을 줄이는 목표로 활용하는데 대해서도 “조정기능이 약화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탄소중립 기반 확충에 우선적 지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 및 전기충전소 확충,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탄소 배출량 감소 목적 측면에서 고려하면 저렴한 대체제 또는 저감기술(CCUS)를 더 개발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탄소배당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비교 가능한 산출근거(물가 상승 예측 및 대책 등) 제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탄소중립 선언이후 주요국들은 기업 관련 정책에 힘을 실었다. 영국은 해상 풍력, 원자력, 수소경제, 녹색금융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2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SMR과 AMR의 차세대 원자력 발전을 육성하는 탄소중립 전략도 공개했다. 영국은 2013년 가장 먼저 탄소세를 도입한 이후 석탄 소비를 눈에 띄게 감소시키켰다. 탄소세란 화석 언료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거나,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정책을 의미한다.
미국과 EU 등도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및 탄소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세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선두로 한 진보당 정부는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이산화탄소 톤당 1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이 탄소세는 내년 38달러까지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동부 10개 주정부 중심으로 배출권 거래제인 '지역 온실가스 이니셔티브'에 참여중이다. '지역 온실가스 이니셔티브'란 해당 지역 주지사의 지원으로 2005년 시작된 탄소 거래 시스템을 뜻한다. 아울러 이들은 발전소에서 발생된 온실가스에 대한 총량규제 방식 배출권 거래 제도를 마련하고, 2018년까지 10% 이하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행동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2008년 9월부터 1년에 총 4차례의 온라인 온실가스 경매를 실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의 일환으로 RE100 도입이 기업에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참여 기업 수가 미비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아이티테크놀로지,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한국수자원공사, 고려아연,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롯데칠성, 현대자동차 등 총 19개 가량의 기업들만 가입이 완료됐거나 가입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동참이 저조한 이유는 RE100에 가입할 경우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데, 사실상 전력시장에서 이를 이행하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지 않을 경우 구매해야 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전기 사용자가 재생 에너지만 따로 구매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제3자와 직접구매계약을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조달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 탄소배출 정보공개 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세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2021년도 기후변화 등급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등급이 줄줄이 하락했다. 특히 2014년 이후 7년 연속 CDP 기후변화 대응 평가에서 ‘명예의 전당’에 올랐던 삼성전기도 B등급으로 강등됐다. 매년 늘고 있는 직접 탄소배출량(Scope 1)이 원인으로 보인다.
10일 CDP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1년도 삼성전기 기후변화(Climate Change) 등급은 B등급이다. 삼성전기 기후변화 등급은 2014년부터 A, A- 등급을 유지했다. B등급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기 기후변화 등급 하락 원인은 ‘직접 탄소배출량(Scope 1)’ 때문으로 보인다. CDP가 Scope 1를 구분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리포트에서 5만9513톤이던 Scope 1은 2021년 리포트에서 7만9240톤까지 늘었다. 4년 간 한 번의 개선 없이 증가세가 이어졌다.
2030년 세계 석탄발전량을 7.9%로 줄여야 ‘2050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전망과 비교하면 국내 석탄 감축 속도는 더디다. 선진국의 석탄 발전은 2030년까지 중단해야 개발도상국의 남은 석탄 발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할 수 있단 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는 2031~34년 중 폐지 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한 하동·태안·영흥 5·6호기를 조기 폐기할 경우 탄소 970만톤을 추가 감축할 수 있고, 조기 폐기하는 발전소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지원을 규정한 법안을 제정하자는 안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상향된 엔디시의 산업부문을 따져보면, 2018년 배출량 2억6050만톤 기준 14.5%인 3790만톤을 감축 목표로 삼는 데 그쳐 비판에 더 취약하다. 탄소 총배출량의 35% 이상이 산업부문이 유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4.5%는 책임 측면에서 결코 크지 않다.
기존 엔디시 감축목표 6.5%(1670만톤)에서 8%포인트(2120만톤)를 더 늘인 것이긴 하나 201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 탄소 총감축량을 26.3%에서 40%로 늘리고 이를 위해 발전부문 감축량은 28.5%에서 44.4%로 끌어올린 데 있어서나,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적은 부문에서의 추가 감축 정도(폐기물 17.3%, 건물 16.5%, 수송 13.6%)와 비교해도 결코 적정하다 보기 어렵다.
불투명한 탄소 감축 비용은 산업계 불안감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다만 2000년께 기후위기 대응을 본격 시작한 유럽과 달리, 사실상 지난해부터 실행 의지가 가시화된 국내 사정도 무시되긴 어렵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당도하리란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경제·환경학계를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 탄소중립이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대전제에서 △한국 산업계 특수성을 고려하고 △국가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인식 아래 현실적 고민이 치열하게 더해져야 한단 얘기다.
대응이 빨랐고 금융·전력 분야 산업이 발달한 영국조차 지난해 12월 펴낸 ‘탄소예산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탈탄소 기술 도입→비용 증가→증세 등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가 경제적 부담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10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64%를 차지하는 원인이 국내 11개 기업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녹색연합이 국가 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NGMS)에 공개된 온실가스 배출량 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포스코, 한국전력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증가했다.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10대 그룹의 배출량 순위는 포스코,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 지에스(GS), 삼성, 엘지(LG), 한화, 현대중공업, 롯데, 농협순이며 포스코의 경우 배출 비중은 국내 총배출량의 13%(8534만톤)에 이른다.
EU 집행위는 지난 7월 중순 2030년 유럽 온실가스를 55% 감축한다는 ‘Fit for 55 Package’와 함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입법안’을 발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란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대해 수입업자가 인증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2023년부터 전기,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등 5개 분야에 보고서 제출 형식으로 적용되며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탄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더불어 미국도 금년도에 탄소국격조정세를 부과하는 ‘공정전환경쟁법’을 발의했으며, 해당 법안이 제정될 시 2024년부터 알루미늄, 철강 등이 50% 이상 함유된 제품에 부담금을 부과한다.
제조업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산업계도 이러한 영향권 아래에 놓여있다. 특히 수출 물량 측면에서 철강 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이 탄소 감축에 소극적인 이유는 탄소를 굳이 줄일 의무가 없는 겁니다.
정부가 큰 기업에 '탄소 배출권'을 공짜로 제공하는데 이걸 쓰고도 남는 겁니다.
한국의 온실가스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배출합니다.
1위 포스코, 2위 현대차, 3위 SK, 4위 GS, 5위 삼성.
10개 대기업집단과 한국전력을 합하면 전체의 64%를 내뿜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대기업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위기감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2015년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정부가 각 기업들마다 미리 온실가스 배출권을 공짜로 나눠주고, 그만큼만 배출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하면, 돈을 들여 배출권을 더 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제도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국내 1위 탄소배출 기업 포스코.
포스코는 배출권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포스코가 잘 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정부가 포스코에 3억8,300만톤이나 되는 공짜 배출권을 넉넉하게 줬기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오히려 남은 배출권을 팔아 작년에만 245억 원을 벌었습니다.
삼성전자도 지난 5년 동안 공짜 배출권이 150만 톤이나 남았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배출량이 늘어나면 거기에 비례해 정부가 공짜 배출권을 더 많이 주는 이상한 제도 때문입니다. 이러니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면 오히려 내년에는 손해를 봅니다. 줄일 이유가 없는 겁니다.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9일 2030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냈다. 경제단체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추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하고, 시민단체는 너무 늦다고 맞선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많은 기업이 탄소배출량 감축목표 상향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되고,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이 급등해 원가 부담이 커지면 어떻게 국제 경쟁을 하느냐고 걱정한다. 엄살이 아니고 현실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보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큰일 난다. 탄소국경세 등 무역장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에스케이로서는 탄소 감축은 꼭 넘어야 할 장애물 경기로 인식한다. 미국·유럽은 모두 뛰어나가 물을 건너는데, 우리만 무섭다고 머뭇거리면 골인 지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아예 낙오할 수 있다. 에스케이는 지금 뭐가 어찌 될지언정 일단 뛰고 보자는 각오다.”
―온실가스 감축이 국가나 국민만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과 상황이 다르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애플·월마트 등 세계적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이나 에스케이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체 서플라이 체인에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다. 모든 기업이 이에스지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질 수 있다. 이에스지를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은 애초 너무 낮게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은 뒤 이번에 감축 목표를 14% 올린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이행하려면 연평균 4.17%씩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2.81%)이나 유럽연합(1.98%)에 비해 빠른 속도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오랫동안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해온 것의 역설적 결과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유럽과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꾸준히 탄소 배출를 줄여왔지만, 한국은 2013년까지도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 7기 신설 계획을 확정하는 등 정반대로 갔다. 그 결과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이면서 탄소 배출 규모는 세계 7위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밀린 숙제를 뒤늦게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주요 온실가스 배출 국가들의 반대 등으로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탄소 중립 달성 시점을 2050년으로 확정하지 못했다.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도 세계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 규칙에 합의하기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 움직임 때문에 ‘탈탄소 시대’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고 되돌려서도 안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 홍수, 대형 산불 등으로 인명 피해, 농·어업 손실, 기후 난민 확산 등이 현실이 되고 있다.
또 경제적 논리로만 보더라도, 이미 미국과 유럽은 탈탄소를 중심으로 한 기술 개발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탄소세와 탄소국경세 등도 도입하고 있다. 산업의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화석연료를 좀 더 오래 써서 기업 이윤을 남기겠다는 근시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계 무역체제 변화와 첨단기술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고, 자연 재해와 식량난 등으로 더 큰 손실를 입게 될 것이다.
박지혜 변호사=전력시장의 '구조 개편'보다는 '시장 기능의 회복'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현재 전력시장은 시장이라기보다는 계획경제로 돌아가고 있다. 시장 기능의 회복과 관련해 핵심적인 사항들을 국민들에게 잘 이해시키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 한국전력이나 정책 당국이 왜 변화에 저항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이는 기존 이해관계에 너무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화석 연료 자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우리나라 전력산업계에는 화석 연료 기술에 투자해서 먹고사는 기업이 너무도 많다. 사실 한국은 수십 년 전부터 풍력 산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국가적으로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선호가 너무 뚜렷했고 당장의 저비용 전원에 대한 선호가 너무 심했던 것이 현재까지 고착화되어 발목을 잡고 있다. 미래에 대한 투자와 새로운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력시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사람들이 시장을 보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홍종호 교수=우리나라가 기후위기를 에너지 대전환과 전력시장 변화를 추동할 힘으로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0년 기준 7.2%로 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인데 별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홍종호 교수=우리나라는 자본, 무역 등 모든 시장이 개방돼 있다. 그러나 전력시장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이나 산업계가 전기요금은 무조건 싸야 하고 정전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며 최고의 품질이어야 한다는 사고가 아주 강하다. 정치인 중에는 전력시장이라는 표현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시장이나 구조 개편이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전력은 국가가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 국제유가가 올라도 전기요금을 안 올리고 유가가 내리면 요금을 내린다.
홍종호 교수=이 정부가 에너지 전환하겠다, 탈석탄도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동시에 늘 따라오는 말이 전기요금은 안 올리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전기요금을 올렸다고 하지만 ㎾h당 고작 3원 올랐다. 4인 가족 평균 전력 소비량으로 월 1,050원을 더 낸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물가 상승 부추겨’라는 식의 제목을 붙이니 국민들은 엄청나게 오른 줄 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차기 정부의 제일 큰 과제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전기요금 정상화에 대한 정치인들의 두려움이 엄청나더라.
김영산 교수=사람들은 막연하게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싸다고 하는데, 그건 오래 전 이야기다. 현재는 산업용은 원가를 회수하고 있지만 주택용은 원가 회수를 못하고 있다. 과거에 산업용은 원가보다 싸고 주택용은 원가보다 더 비싼 적이 있었는데 이미 다 바뀌었다.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탈탄소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모든 기업이 'C학점 이하'의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2일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9년 '포브스 선정 100대 디지털 기업'에 포함된 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한국, 중국, 일본에서 각 10개씩 선정했다. 소니, 텐센트, 삼성전자, LG전자, 카카오 등이 포함됐다.
그린피스는 환경부 자료를 검토해 계산한 결과 한국 ICT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약 3700만톤으로 대표적 온실가스 배출산업 중 하나인 시멘트 산업 전체 배출량보다 1.5배가 많다.
2018년 노르웨이의 온실가스 총배출량보다도 많았다.
'탈탄소 경쟁, 어디까지 왔나'라는 보고서는 기후위기 대응 약속과 실천, 정보공개의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30개 기업을 평가한 결과 B 이상의 성적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30개 기업 중 15위 안에 한국 기업은 LG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었다. 탈탄소 경쟁력에서 F로 낙제점을 받은 기업은 두 곳 모두 한국 기업으로, 삼성 디스플레이와 카카오였다.
삼성전자는 30개 기업 중 순이익 기준 아시아 1위였지만, 기후 성적표에서는 D를 받아 2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1년에 약 530만 톤에서 2020년에 1253만 톤으로 9년동안 137% 증가해 발전공기업을 제외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도 1억원 당 4.4톤에서 7.5톤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도 수립하지 않았다. 비슷한 기간 경쟁사인 애플은 2012년에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제안하고, 2018년에 목표를 달성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애플은 2030년까지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여 100%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까지 달성하겠다고 지난해 7월 선언했다”며 “삼성전자도 최소한 2030년 이전 주요 생산거점인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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