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문턱을 넘었다.
구글 인앱결제는 구글이 자사의 앱(App) 제공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내부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유료 앱과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때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하는 앱 제작사는 해당 앱에 대한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구글에 지불해야 해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다만 안건위와 전체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법안에서 제외됐다.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앱 개발사들이 구글 플레이나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대형 앱마켓 뿐만 아니라 원스토어 등 다른 앱마켓에도 앱을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오는 10월부터 적용될 예정인 인앱결제 의무화를 내년까지 추가로 연기한 것이다. 20일 구글은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인앱결제 정책을 내년 3월 31일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구글이 예고한 대로 오는 10월부터 해당 조처를 강행할 경우 정부의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가 뒤따른다. 구글과 한국 정부 간의 전면적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금지한 행위는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경쟁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 및 유도하는 행위 △등록된 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앱 심사의 부당한 지연 행위 등이다. 다만 앱 개발사들이 국내 앱마켓에도 반드시 등록토록 하는 ‘동등접근권’ 도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통신 3사 공동 출자기업)에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서다.
방통위는 금지행위를 한 사업자에게 금지행위 중지를 명령할 수 있고 시정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매출액의 100분의3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6월 게임 앱에만 적용되던 인앱 결제 의무화와 결제 금액의 30%를 받던 수수료 방침을 모든 앱으로 넓힌다고 밝혔다.
구글의 새 방침에 대한 반발 여론은 미국은 물론 구글 앱장터를 활용하는 전 세계 개발사와 각국 정부로부터 터져나왔다. 독과점 사업자의 횡포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10여년 동안 인앱결제 의무화는 물론 30% 수수료를 받아간 미 애플의 존재도 방통위로선 부담이다. ‘애플은 놔두고 구글만 때린다’는 논리적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반면 양대 앱 마켓 사업자 중 하나인 애플은 이날 본사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고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법안 자체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염두에 두고 발의됐지만, 앱 마켓의 인앱결제 강제가 금지될 경우 이미 자사 앱스토어를 통한 결제만을 허용하고 있는 애플에게도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개발자들에게 훌륭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앱스토어를 만들었다"며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구글 갑질 방지법)은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약화시키며, 고객들의 구매 관리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앱스토어에 장착된 고객 보호 장치들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은 국회 과방위에서 '구글 갑질방지법'이 통과하자 최근 국내 한 언론사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구글의 대정부·공공정책 글로벌 책임자인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 부문 총괄이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그는 "다른 국가들은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졸속입법이라며 한국 정치권을 비판한 것입니다.
구글은 인앱결제를 강제하면서 앱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0%를 챙기고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 앱에 대해서만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계획대로 웹툰, 음원 등 디지털콘텐츠까지 인앱결제를 강제하면 웹툰과 음원의 사용료는 올라가기 쉽습니다.
구글은 지난해 9월에는 처음으로 한국콘텐츠업계를 위해 상생 지원금 1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 구글 갑질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구글은 같은 해 11월에는 인앱결제 확대 강제 시기를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 압박이 거세진 올해 3월에는 연간 100만달러 미만의 앱 매출에 대해서는 수수료 15%만 받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IT 대기업만 구글에 앱 수수료를 많이 납부하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6월에는 국회가 구글 갑질방지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를 추진하자 구글은 모든 콘텐츠 사업자에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일찌감치 통상 문제를 경고해왔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가 3월 미 의회에 제출한 무역장벽(NTE) 보고서에는 “한국의 인앱결제 방지법이 특정 미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고 기재됐다. 또 이를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이라고 보면서 "미국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한다"고 했다.
방통위는 누가 규제하느냐에 따라 통상 마찰 우려가 생기거나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으로 구글 등을 제재하더라도 미국과의 통상 우려는 존재한다"며 "유럽연합 등에서 경쟁당국이 나서는 것은 관련 법이 아직 만들어지기 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거래법 적용의 한계로 인해 EU나 미국 등에서 새로운 법안이 발의됐고, 특히 EU에서는 해당법을 정보통신총국이 집행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인앱 결제 정책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지난 8일 미국 36개주와 워싱턴DC는 구글을 상대로 인앱 결제 정책과 관련해 ‘독점 금지법 위반’ 소송을 걸었다.
이들은 소장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 유통에서 경쟁을 줄이고 저해하는 반경쟁적 전술을 이용해 이처럼 과도한 수수료를 징수하고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해외 각국은 현재 구글의 ‘뉴스 사용료’에 대한 법안을 준비 또는 제정하는 등, 글로벌 디지털 기업인 구글에 대한 견제를 높이고 있다.
2019년 유럽연합은 저작권 지침을 제정, 이에 따라 프랑스는 구글이 언론간행물을 사용하는데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같은 취지로 올해 호주는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 콘텐츠 대가 지급 협상을 강제하는 법을 만들었다.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는 애플코리아가 이를 자진시정하겠다며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안을 내놓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말 이를 승인한 가운데(동의의결) 애플 측에서 아직까지 어떤 개선안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에서는 이런 행태가 ‘갑질’이라고 규정하고 이 같은 불공정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이른바 ‘애플 갑질 방지법'이 나왔다.
광고업계에서는 애플이 이동통신 3사에 전가하는 광고비를 연간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년 간 애플이 얻은 부당이득은 400억~600억원에 달한다. 애플이 부담할 동의의결 금액 10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 의원은 “과세당국은 이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부당이득에 적법한 과세가 이뤄지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구글 또한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반박했다.
반박 자료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은 다른 앱스토어를 이용하거나 개발자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앱을 내려받을 수 있고,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는 다른 회사의 앱 마켓 수수료와 차이가 없다.
안드로이드 및 구글플레이의 공공 정책 부문을 담당하는 윌슨 화이트 선임 국장은 "안드로이드와 구글플레이는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하지 않는 개방성과 선택권을 제공한다"면서 "이번 소송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구글의 혜택을 원하는 소수 앱 개발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소송으로 소규모 개발자의 비용이 증가하고, 경쟁 능력이 떨어지며, 안드로이드 전반에 걸쳐 앱 보안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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