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에 국회에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청원"이 접수되었다. 10만명이 참여한 국민동의청원이다.
"하는 일은 없고 세금만 낭비하며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게 취지다. 구체적으로 성평등 및 가족,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남성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을 만들며 예산을 낭비하였다는 주장이다.
이 청원은 올해 2월에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사했으나,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되었다.
심사내용은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경력단절여성 지원, 한부모·다문화가족 지원, 위기청소년 지원 등 사회적 약자에 관한 주요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지 않고 해당 청원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함"으로 간략하다.
국민의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앞다퉈 내놓자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여가부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라는 맞불 움직임 역시 거세지고 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여가부_폐지_반대'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수천 건 이상 올라왔고, 여가부 존치 및 권한 강화를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1만 건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여가부 존치 및 권한 강화의 청원'은 사전동의 요건을 채워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인 상황이지만, 게시 하루만인 이날 이미 1만6,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여가부는 헌법 제34조 제3항에 근거하여 국가 주요 부처로 신설된 이래로 현재까지 끊임없이 그 존재 이유와 필요에 대한 증명을 무리하게 요구받아 왔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여가부의 예산이 국가 총예산의 0.2%에 불과함을 지적하면서 "이 중에서도 8.1%의 예산만이 여성 정책에 사용되고 나머지 91.%는 여성은 물론 남성도 수혜대상이 되는 청소년·가정 지원사업에 쓰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여가부에 아주 현실적인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예방의 컨트럴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가해자 고발권 등 권한을 주고 인력을 대폭 충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며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대신 다른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여가부 예산을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그는 2017년 대선 당시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준석 당 대표도 같은날 SBS에 "저는 여성가족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 본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지난 20년간 여가부는 성평등 가치 확산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성폭력과 관련해 2차 피해라는 것은 개념조차도 없었는데 여가부가 이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개정·제정해 2차 피해를 법률에 정의하고 관련 지침도 마련했다"며 여가부 무용 논리에 반박했다.
여가부는 여성뿐만 아니라 청소년, 다문화가족 등도 지원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여가부의 소관 업무는 여성인력의 개발과 활용, 여성정책 기획·종합 및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포함해 청소년 활동진흥 및 역량개발, 양육·부양 등 가족기능의 지원,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등도 포함된다.
이 외에도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의료비, 집단 치료 지원 등의 업무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성폭력 피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노력에는 남성 피해자 역시 고려됐다. 한 예로 여성가족부는 2015년 최초로 '성인 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 안내서'라는 책자를 발행하기도 했다.
한국의 여성정책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사회부에 부녀국을 뒀는데, 이후 사회부가 보건사회부로 바뀌면서 부녀국은 부녀아동국으로, 다시 가정복지국으로 바뀌었다. 이들 정부 기관의 당시 여성 관련 업무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행정이 대부분이었다.
오늘날의 여성가족부가 탄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였던 2005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보건복지부로부터 영유아 보육에 관한 사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며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개편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은 2008년 여성가족부를 여성부로 다시 환원하면서 가족·보육 업무를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했다. 하지만 2010년 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면서 명칭을 다시 여성가족부로 환원했다.
이 대표는 9일 CBS라디오에서 "보수 쪽 진영은 원래 작은 정부론을 다룬다. 우리나라 부처가 17∼18개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좀 많다"며 "여가부나 아니면 통일부 이런 것들은 없애자"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기획재정, 교육, 외교, 통일, 과학기술정보통신, 법무, 국방, 행정안전, 문화체육관광, 농림축산식품, 산업통상자원, 여성가족, 환경, 고용노동, 해양수산, 국토교통, 보건복지, 중소벤처기업 등 18개 부처로 조직됐다.
G7 국가 중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연방정부는 총 15개 부처로 구성됐다.
18개 부처로 구성된 우리 정부에 비해 적지만, 정부의 주요 행정기능이 주(州)정부에 위임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략적인 부처 분류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제 국가인 프랑스 행정부의 부처는 16개다.
국토의 통합관리 기능을 하는 국토통합부, 12개 해외영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해외영토부 등 프랑스만의 특수상황에 기인한 부처가 상당수 존재한다.
G7 국가 중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영국, 독일 등 나머지 국가는 모두 의원 내각제여서 한국과 단순비교는 어렵다. 다만 굳이 부처 수를 비교하자면 유럽의 대표적 내각제 국가인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모두 내각이 14개 부처로 구성된다.
캐나다는 총 34개 부처로 구성돼 G7 국가 중 부처 수가 가장 많았다. 우리 정부에 비해서도 거의 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의 여성가족부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부처만으로도 여성·성평등부와 다양성·청소년부, 가족·아동·사회개발부, 연장자부 등 4개 부처가 존재하는 등 분류가 세분됐다는 특징이 있다.
결론적으로 캐나다를 제외한 G7 국가 대부분이 우리 정부보다 부처 수가 적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특정 부처의 통폐합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191개국에 여성정책 전담 국가기구가 있습니다. 우리처럼 부도 있고 국도 있고 과도 있고 또 위원회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성 전담 부서를 둔 나라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왜냐하면 보십시오.
UN이 1995년에 베이징에서 대회를 열면서 여성정책 전담 국가기구를 각 나라마다 설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UN여성기구에서 성평등센터, 아시아태평양을 주로 담당할 성평등센터를 한국에 좀 세워달라고 해서 우리가 결국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사인을 했습니다. 6월 23일입니다.
UN과 MOU를 체결하고 그 여성 주무부서를 폐지해버린다? 이것도 좀 애매하죠.
한번 유승민 전 의원이 처음 얘기를 꺼냈는데 읽어보겠습니다. 폐지하고 다른 부처로 다 사업을 옮겨버리고 혹시 중복되는 예산 남는 것들이 있으면 다 긁어다가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라고 하는 겁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니까 20대 남성을 겨냥한 선거 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 그 얘기인 것 같습니다. 청년들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라면 차라리 청년부를 새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올해 청년 관련 국정과제가 270개, 예산 총액이 22조 원.여성가족부 예산은 이거의 2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여성가족부 여성예산은 거기서 또 10분의 1이어서 1000억도 안 됩니다. 정부 예산의 0.01%입니다. 해묵은 여성가족부 폐지안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청년부 신설에 힘을 실어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여가부 폐지 주장은 보수 정권에서 자주 나왔던 논제다. 실제 이명박 정부 때 여성가족부는 '여성부'로 축소되면서 예산을 1조1994억 원에서 539억 원으로 90%이상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부가 남은 이유는 여전히 그 역할이 분명히 있으며 디지털성범죄·양육비문제·돌봄노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약자(여성·노인·아동)가 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주장은 진보 정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받았다. 두 대선주자의 경쟁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여가부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한다. 국민의힘이 젠더갈등에 편승하고 부추기는 그런 자세를 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일한 초선 대선주자인 윤희숙 의원도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 성폭력 등을 여가부에 떼어놓은 이유는 다른 부처에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여가부 폐지는 딱 칼로 자르듯이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원 지사는 재차 9일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의힘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경을 없앤다, LH공사를 없앤다 하는 식으로 쉽게 접근하는 것은 대안세력으로서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지표화한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는 2020년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남녀 임금 격차, 기업 내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10개 항목을 평가한 것인데 차별 정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에서 여성 차별이 줄어든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 이사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다. 우리도 2019년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두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내년 8월부터 의무화되는데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기업들이 여성 이사를 찾느라 난리법석이다.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노동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8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가 인구 감소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젠더 이슈는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젠더'에 소극적이었던 정치권이 활발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청년의 일자리, 사회 불평등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뒤로 한 채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식의 게으른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던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에 "20대 남성을 단일한 집단으로 보려는 접근 방식은 굉장히 위험하다. 20대 남성은 계층적으로 분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남녀가) 공통적으로 겪는 취업 불안, 부의 접근 사다리가 없어지는 문제가 있고, 각자가 겪는 개인적 문제도 다양하다"며 "(젠더적 접근은) 갈등을 유발하려고 하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로 '젠더'가 등장했고, 앞으로도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성적 자기결정권, 유리천장 격파 등을 요구하면서 이를 대변해줄 진보 진영으로 결집하고, 역차별에 불만이 있는 남성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보수 진영으로 모이면서 새로운 정치 지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정치권이 청년층의 근본적인 문제를 분석하는 대신 젠더 균열에 따른 표심 구애에 편승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20대에서 젠더 갈등이 심한데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많아 경쟁이 지금처럼 격화하지 않았으면 남녀 갈등 구도가 이렇게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며 "좋은 일자리가 적어지고 기회가 사라지자 남성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기보다 가시적으로 눈에 나타나는 경쟁자인 여성을 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여성도 코로나19 이후 일자리를 찾기 굉장히 어려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의 성차별은 여전히 공고하다. 올해 발표된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 / 각 나라의 경제, 정치, 교육, 건강 분야 성별 격차를 측정해 발표)’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156개국 가운데 102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또한 OECD가 남녀 임금 중간값을 이용해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는 2020년 기준 32.5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 여성가족부 역할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은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무조건적 폐지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성가족부가 수행하는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권한과 자원 배분 등 개선 방안을 먼저 고민하여야 한다.
여성가족부와 타부처의 업무 간 중복이 있다면 어떻게 부처 간 원활한 협업과 조정이 가능할 것인지 대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조직을 폐쇄하고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조직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어온 국민의힘식 쇄신의 무책임을 반복할 수는 없다.
허구적인 ‘젠더 갈등’ 프레임을 양산하면서 여성가족부에게만 책임을 돌리기보다, 젠더 차별 철폐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성평등 추진 부처의 폐지가 아닌, 성차별 폐지를 분명히 공약하여 제 할 일을 하라.
폐지론을 주장하는 측에선 여가부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차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남성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론에 찬성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역차별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22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여론조사기관 더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9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64.8%가 여가부 폐지 혹은 권한 축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49.7%)보다 약 15%포인트 정도 높은 수치다. 여성부가 아닌 양성평등부를 만들자는 주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또 정치적 사안에서는 여성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했는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난해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비위 사건이다. 발생 당시 여가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여가부 장관이 '성 인지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언급하는 등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여가부마저 사라진다면 가뜩이나 낮은 한국의 성평등 관련 우선 순위는 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일례로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내놓는 글로벌 성격차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은 전체 156개국 중 102위에 그쳤다. 1에 가까울 수록 평등함을 보여주는 성격차지수는 0.687에 머물렀다.
해당 보고서 발간이 시작된 지난 2006년보다 오히려 더 후퇴했다. 일각에서는 UNDP(유엔개발계획)의 성불평등지수 등에서 한국이 상위란 점을 언급하기도 한다. 다만 UNDP의 경우엔 교육 수준, 건강 상태 등을 강조하되 사회적인 불평등에 대한 평가는 적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 사회를 분노케했던 디지털성폭력 사건이나 직장내 성폭력 사건 등만 보더라도 여성가족부가 없었다면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위한 동력은 더 떨어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여가부는 최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 인터넷에 이름을 공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또 7일에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나 신고자에 불이익을 준 공공기관 장을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성폭력방지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은 예산과 권한 속에서도 여가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은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센터인 해바라기센터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해온 성폭력 피해자 지원 활동이 대표적이다. 2018년 4월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운영을 시작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경찰 등과 협조해 불법촬영물 삭제 서비스를 지원해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 센터가 지원한 피해 건수는 30만5996건에 이른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대해 “유사한 문제로 씨름하는 다른 국가에도 모범이 될 만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최근 개정안이 통과된 ‘양육비 이행법’을 추진해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인 여성과 아동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한 것도 보건복지부가 아닌 여가부였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시작된 ‘아이돌보미’ 사업의 경우,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이용가구는 56만6033가구에 이른다.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공론화했던 민간 사이트 ‘배드파더스’ 의 구본창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양육비 이행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여성가족부를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 여가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권한과 예산을 늘려줘야지, 폐지해서 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세계경제포럼(WEF)가 발표한 ‘2020 세계 성격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153개국 중 108위로 최하위권이다. 성별임금격차 역시 3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1위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여가부 폐지 대안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여가부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기본적으로 위원회는 자문·조정 기관이지 집행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해도 성평등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지 의문”이라고 했다. 1998년 대통령 직속으로 ‘여성특별위원회’가 있었지만 이에 부족함을 느껴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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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와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 나타난 한국의 엄청난 순위 차이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개발계획 성불평등지수를 보면 한국은 189개국 중 11위(0.064)로 아시아 최고 우등생이지만, 성격차지수는 153개국 중 108위로 하위권이다. 이유는 지수를 구성하는 요소와 반영하는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엔개발계획의 성불평등지수에서 한국은 절댓값으로 반영되는 지표인 모성 사망비가 11명, 청소년 출산율(15~19살 여성 인구 1천명당 출산자 수)은 1.4명으로 좋은 편이어서 순위가 올랐다. 한국 정부도 유엔개발계획의 성불평등지수에 대해 “경제활동 영역 지표가 제한적이어서 성평등 수준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남녀 임금 격차, 노동시장 직종 격리 및 남녀 간 시간 사용, 가정폭력 등 영역이 제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는 남녀 격차를 상대평가해 계산한다. 경제활동 참가율, 문해율, 교육률, 출생성비, 기대수명, 국회의원 및 장관 비율의 남녀 차이를 지표로 이용해 지수를 산출한다. 남녀 차이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 절대적인 수치가 낮더라도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국회의원 및 장관 비율 등으로 계산하는 정치적 권한 지표에서 조사 대상 153개국 중 각각 79위와 144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남녀 임금 중간값 격차를 이용해 발표하는 남녀 임금 격차 순위를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조사 대상 28개국 중 꼴찌였다. 이 통계도 각국 임금수준 조사 기준 연도가 조금씩 달라서 완벽한 조사라고는 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이 보건과 교육의 절대적 환경은 개선됐지만, 일터에서 남녀 간 격차는 아직 크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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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0.687(1에 가까울수록 평등)로 순위로는 156개국 중 102위에 머물렀다. 108위였던 지난해보다 6계단 상승했지만 조사를 시작한 2006년 92위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여전히 성 격차가 큰 국가에 속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필리핀(17위), 라오스(36위)보다 뒤처졌고, 중국(107위), 일본(120위)보다는 높았다.
한국은 경제 부문 성 격차 지수가 123위로 유독 낮았다. 경제 부문 평가 세부 항목에 해당하는 고위 임원 및 관리직 여성 비율은 15.7%로 매우 낮아 세계 134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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