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분류작업은 회사의 책임이라는 내용을 담은 1차 사회적 합의가 나왔지만 택배사가 이행하지 않는다며 노조는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열린 회의에는 주요 주체인 대리점연합회와 우정사업본부가 참여하지 않아 시작부터 파행이 예상됐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형식적으로는 사회적 합의의 참가 주체였던 대리점연합회가 불참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이유"라며 "실질적으로는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안 타결을 미루고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는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하지만 당장 전국적인 '택배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전국의 택배기사는 5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 택배조합원은 6500여명 정도다. 여기에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쟁의권을 획득한 조합원은 21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우체국 택배 조합원은 올해 이미 단체협약을 체결해 쟁의권이 없다. 우체국 택배 조합원은 2750여명으로 노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조합원이 상당수다.
노조는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의 경우 지난 7일부터 시작한 2시간 지연 출근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분류작업을 하지 않기 위해 출근 시간을 늦춘 것이다.
전국적인 택배 대란의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지역에서 배송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이 많은 우체국 택배의 경우 이날 일반우편물과 등기·소포를 맡았던 집배원 1만6000여명을 택배 배송이 긴급 투입했다.
‘택배 분류작업’을 둘러싼 택배노조와 택배사, 정부 간 의견 차가 좀처럼 좁히지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는 협상 결렬에 따라 택배 분류작업에서 택배기사를 제외한다는 내용의 1차 사회적 합의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며 9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와 택배사는 “현실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자”며 협상 테이블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택배노조는 즉각적인 조치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타협은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와 택배사, 정부는 전날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2차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를 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 했다. 이 회의에서 택배사는 ‘1년 유예’를 제시했고 정부는 ‘1년 내 단계적 인력 투입’이라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분류작업 즉시 중단’을 주장하며 맞섰고 결국 타협안을 찾지 못 했다
이복규 전국택배연대노조 충청지부장은 “택배사에서는 수수료 형식으로 분류작업 비용을 지급했다고 말하지만 노동강도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들은 하루 4~5시간 소요되는 분류작업이 과로사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1차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조 파업에 앞서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택배 등 4사 대리점 연합회는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 회의에 불참을 선언했다. 연합회는 “사회적 기구에서 관련 협의가 진행 중임에도 노조가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며 최종 회의에 불참을 선언했다.
우체국본부는 택배노조의 파업은 분류작업 책임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집배원 초과·주말근무 부당 명령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체국본부는 위탁배달원은 주로 큰 택배를 배송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있고 초과근무 명령으로 하루 서너 시간의 연장근로를 강제로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택배노조 파업도 결국 일명 ‘까대기(분류작업)’이 도화선이 됐다. 택배기사의 과로사 주범으로 까대기가 지목되고 있지만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자동분류장치(휠 소터)를 설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막대한 투자비용과 설치시간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 역시 인력수급 문제와 비용 때문에 쉽게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 소속 조합원 6500명은 이날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오전 9시 출근, 오전 11시 배송 출발 등 집단행동을 전개했다.
택배 분류작업은 허브터미널(메인 거점)에서 서브터미널(지역별 거점)로 옮겨진 물품들을 운송장에 적힌 배송 지역, 즉 택배기사가 맡은 구역별로 나누는 작업이다. 업계에서는 ‘까대기’라고도 하며, 통상 오전 7시 전후부터 시작된다.
2017년 출범한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을 ‘공짜노동’으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거부해 왔다. 택배기사들의 주 업무는 집화·배송인데, 여기에 건당 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는 분류작업이 더해지면서 업무 강도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출범한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을 ‘공짜노동’으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거부해 왔다. 택배기사들의 주 업무는 집화·배송인데, 여기에 건당 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는 분류작업이 더해지면서 업무 강도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이중 첫 번째 합의 내용인 ‘분류작업 제외’를 업체들이 즉시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택배사들이 분류인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기 위한 인력 모집 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1년의 유예 기간을 적용해 달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쿠팡에서는 1년간 노동자 9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지금도 매달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쓰러지고 있다"며 "하루를 일해도 노동자 인권이 존중되고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지 않는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쿠팡물류센터 노조는 2시간마다 20분의 유급 휴게시간 부여, 물류센터 내 부당노동행위와 괴롭힘 문제 근절, 센터별로 차이가 나는 기본급의 표준화,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한 ‘생활임금’ 도입 등을 촉구했다.
쿠팡은 두 개의 복수의 노조가 등장하면서 성장 못지않게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쿠팡 관계자는 이날 “쿠팡은 택배 물류업계의 근로 환경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교섭요청이 있을 경우 기존 원칙에 따라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별 분류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우체국 택배는 사실상 파업 상태나 다름없고, 일시적으로 분류 인원이 투입되는 택배사들도 철저하게 개별 분류된 물건만 싣고 나가겠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나머지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들은 오전 9시 출근·11시 배송 출발 등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선다. 노조와 택배사들은 사회적 합의안 적용 시점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택배사들은 분류인력 투입과 분류 자동화 기기 설치에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적용 시점을 1년 늦추자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합의안을 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