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나의 최종학력은 석사가 되었다. 2022년 1월에 세종에 있는 현재 내가 졸업한 대학원 기숙사로 이사했던 날이 엄청 옛날처럼 느껴진다. 요르단에서 해외인턴을 마무리할 무렵 대학원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한국 도착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체 떠났던 순간.
선택
고등학생 시절부터의 나의 진로계획에 대학원 석사진학은 이미 적혀있었으나 그 시기는 취업 이후였다. 그렇지만 시기까지 내 마음대로 다 된다면 그게 인생일까 싶다. 내가 주요하게 커리어적으로(라고 말하기는 민망한 인턴이었지만) 주요하게 일했던 기관에서 만났던 상사분들이 다녔던 대학원을 나 또한 동일한 석사과정으로 진학하게 됐다.
국제기구를 한번이라도 자신의 미래에 넣어봤던 사람이라면 석사학위는 늘 계획에 있었을 것이고 나 또한 그와는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해외로 가느냐 국내로 가느냐를 고민할 때 국내를 선택했고, 가성비와 효율추구형 인간인 나는 국제대학원 중에서도 가장 빨리 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금전적인 부담이 가장 적은 KDI 국제정책대학원을 선택했다.
"이안님과 잘 맞을 것 같아요" 라는 말로 이 곳을 선택했고 "또 다른 길이 보일거예요" 라는 지나가는 한마디였지만 실제로 내가 생각치 못했던 조금 다르지만 더 만족스러운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개발협력에 매몰된 나의 경험과 시야를 좀 더 벗어나고 싶었으며, 대학생 때 듣지 못했던 수업들도 듣고싶었다.
과정
정말 기초적인 경제학과 통계수업이었지만 괴로웠고 영어로 모든 수업과 공부 그리고 소통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초반에는 버거웠다. 운 좋게 받았던 70%장학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늘 살짝 아쉬운 성적으로 성적우수장학생이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이상은 지켰음에 만족하는 지금. 사실 아쉽다고 적으려고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과거의 나는 그게 최선이었으리라.
대학생 때 듣지 않았던 경영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보다 더 재미를 찾기도 했고 실제로 성적도 더 잘나온 경험. 참으로 신기한 것이 학부 때도 주전공인 정치외교학보다 복수전공인 사회학은 학점이 더 잘 나왔고, 엄청 가고싶었던 기관은 서류만 합격하고 한번 해볼까 했던 기관은 최종면접까지 갔다. 나는 어쩌면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고 잘 하는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학생 때 학교에서 하는 교내 대회와 영자신문사를 제외하고는 대학교 축제나 동아리 보다는 대외활동에 전념했던 나, 그 시절에 난 그렇게 치열하게 뭔가를 계속 하는게 최고 같았는데 학부졸업을 하고 나니 뒤늦게 그 때 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Full-time 대학원 석사생으로 입학하고 나서 기숙사에 거주하며 외국인 친구들과 하루종일 교류하고 대화하고 밥을 먹고 놀러를 가고 축제에 같이 참여했던 추억은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나의 또 다른 노력이었다. 그리고 그 노력에 늘 운이 좋게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들이 함께 따랐다.
배움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나는 평생직장 보다는 나의 커리어가 무엇이 될 것인가 고민하게 됐고, 나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 겠다고 반성하게 됐으며, 내가 어떤 공부를 더 하고싶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됐다.
개발정책학이라는 석사학위 그 자체는 정말 솔직하게 내가 아카데믹한 능력치가 엄청남을 보여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치만 그 과정에서 주제에 대한 자료를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읽고 쓰고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며 소통했던 경험 자체가 나의 역량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아주 불편했고 불안했던 것들이 이제는 할 수 있겠다라는 작은 확신으로 변했다.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나라에게 이런 공부를 하고 싶은지 그리고 직무적으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스케치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것만으로도 학업적으로 커리어적으로 가치있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현재
사실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에 뜻밖의 취업을 하게 되면서 죽을 맛이었지만, 이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행운으로 지금의 직장에서 일 할 수 있었다. 석사학위를 통해서 내가 취업을 한 것도 아니고 석사학위를 땄다고 내 월급이 오르지도 않았기에 석사졸업이라는 것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치만 대학원을 그리고 이 곳을 선택했다는 것 그것 자체로 나에게는 꽤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 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직장도 사실 선택하지 않았을 수 있고 지금의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기에 졸업보다는 입학이 나에게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 준 듯하다.
그리고
졸업을 하고 난 후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봤을 때, 지금의 직장에서 내가 입사를 결정했던 그 이유를 실천하고 선택에 대한 결과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서 함께 성장하겠다는 내 자소서 단골멘트를 실현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이후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희미하게나마 그려놓은 여러가지 옵션, 박사과정, 유학, 해외취업 등의 선택에 제약이 없도록 미리 준비해야지 싶다.
교훈
석사나부랭이라고 표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박사졸업을 해도 박사 나부랭이가 될 것 같다 ㅎㅎㅎㅎㅎㅎ 학위자체가 주는 유의미함보다도 그 과정에서의 배움이 더 크기에, 학위라는 결과가 나에게 특별한 변화를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늘 그 시간 속에서 노력과 도전 그리고 낯선 것을 통한 성장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모든 분들의 도전과 노력에 존경의 박수와 포옹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