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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의 끝] 빈곤과 혐오, 수컷다움과 여성스러움 #책후기


랜만에 읽은 소설책. 소설로 분류되었지만 사실은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자 회고록에 가깝다. 에디의 끝이라는 제목 속 에디는 실제 작가이며 현재 나이는 20대로 내 또래라고 할 수 있다. 에디는 프랑스의 작은마을에 살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무슨 60년대를 살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흔히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이었다.

에디는 빈곤한 하류층들이 모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그의 부모는 그 마을에 여느 여자와 남자처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가정이다. 그 마을 자체에서 현재 우리의 시선으로 도저히 정상적으로 느껴질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에디는 소년이지만 여성스러운 몸짓과 목소리 때문에 일상 속에서 혐오의 눈길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폭력을 마주한다. 에디는 거부하거나 도망치지 못하고 순응하며, 여성성과 호모(동성애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신의 특징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이는 당시 사회 (현재 사회에서도 아마 적용되는) 남성성과 여성성 그 중에서 남성다움 (책에서는 수컷다움이라고 표현되는)을 갖추지 못했을 때 겪게 되는 수많은 고초들이다.

 

 

가 이 책을 읽으면서 헷갈렸던 것은, 에디의 성적지향 보다는 성 정체성이었다. 에디는 스스로 남성에 성적으로 끌린다고 표현하면서, 본인이 여성의 성기를 가졌으면 상상한다. 그러나 에디가 여성이 되고 싶다고 선언하는 부분이 없었다는 점에서 나는 에디가 본인을 어떠한 성별로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빈곤은 혐오를 혐오는 폭력을 만든다는 것을 에디의 성장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며 과연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은 어떠한 기준으로 만들어지는지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나는 성별에 따라 부여되는 특징인 여성성과 남성성이 어떤 식으로 폭력이 될 수 있는지 목격했다.

책에서 에디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여성스럽다는 말을 계속 들어왔고, 그것이 하나의 폭력이면서도 세뇌에 가깝다고 느꼈다.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사회적 기존의 관념에서 만들어진 여성성에 부합된다며,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여성성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놓는 것이 에디가 남성을 좋아하게 되고 스스로 여성이 되고 싶다고 느낀 시작이 아니였을까 생각했다.

 

 

더이슈에 관심을 가진다면 트랜스젠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수 밖에 없는데, 이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항상 왜 그들은 본인의 성별을 바꾸고 싶어할까?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다. 영화 대니쉬걸을 보면서도 들었던 것이 그 문제였다. 친구 중 한명은 트랜스젠더들은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가령 나는 손가락이 네개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다섯개를 가진 손을 보고 이상하고 느끼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나는 애초에 질환의 문제가 아니며 그 예시도 틀렸다고 생각했다)

에디를 보면서 동성애와 성불일치도 사회가 만들어 낸 하나의 혼란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너는 여성스럽구나, 남자답게 행동하렴 혹은 너는 남성스럽구나 여자답게 행동하렴이라고 계속 주위에서 세뇌당할 때. 어린 그들은 아 나는 남성/여성 이지만 남자/여자 스럽게 행동하는 구나, 그렇다면 나는 여성/남성을 좋아하는게 아닐까? 나는 반대의 성별을 가지고 태어나야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예시는 나의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어는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과 별개의 문제로 성별에 따라 특징을 규정짓는 것 자체에 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별은 생물학적 염색체로 구분되는 단순한 사실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다. 누군가의 몸짓과 행동 그리고 목소리 등은 그 누군가만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징일 뿐 어떠한 것들로 분류되거나 낙인 찍힐 수 없다.

 

 

개인이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은 소수자만을 위한 가치도 아니고 기득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태어나서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인 것이다. 세상에서 홀로 외롭게 방치되는 이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Mr.Assay

by anyoung2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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