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696조원(2019년 6월말 기준)이다. 지금까지 893조원이 쌓였고, 이 중 196조원이 지급됐다. 이렇게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기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앞으로 23년간 계속 늘어난다. 2041년 1778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쌓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진다.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2050년 노인인구는 1881만명까지 늘어, 노인인구 비율(38.1%)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기대수명은 2088년 남성이 90.8세, 여성이 93.4세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모두가 자기가 낸 돈 보다 많은 연금을 받도록 설계된 제도다. 그래서 언젠가는 기금이 고갈될 수 밖에 없다.
나가는 돈보다 걷히는 돈이 많아 기금이 쌓인다. 이런 상황은 30년 뒤 역전된다. 인구 구조상 받아가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내는 사람은 줄어든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기금이 소진된다."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건가
"그렇지 않다. 다만 고갈 시점 이후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이 추세면 2057년 가입자는 소득의 24.6%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2088년엔 28.8%까지 보험료율이 올라간다.
“기금 고갈되면 내 연금 못 받나요” Q&A로 풀어본 국민연금특히 보수 성향 언론이 앞장서 연금을 받지 못할지 모른다거나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며 불안을 증폭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보수세력에게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복지제도가 반가울 리 없다.
이런 틈을 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국민연금보다 민간연금이 훨씬 낫다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민간 보험사 모습도 새삼스럽지 않다.
국가 보장이라는 안정성과 납입 보험료에 비해 연금 수령액이 평균 2배에 이르는 수익성에서 국민연금 강점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62%인 사업장 가입자(직장인)로선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하므로 이만큼 ‘똘똘한’ 노후 보장 대책이 없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대부분 유럽 나라와 일본에서 연금 지급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연금 지급액은 2018년 GDP의 1.3% 수준이고, 70년 뒤인 2088년에도 9.4%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연금 부담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재원이 부족해지면 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앞으로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국민연금이 아니라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보험료 납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연금을 받는 기초연금이 노후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만큼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가 개인 몫으로 떠넘겨진 나라는 없다. 변변한 복지 제도도 없는 최장시간 노동 사회에서 개인이 그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왔다. 사교육을 포함한 자녀 양육과 교육, 대학 진학 이후까지 부모 세대가 뒷바라지해온 게 우리 사회다. 다른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그 결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배 가까운, 압도적 1위인 노인 빈곤율이다.
따라서 당장의 개편안 마련과 더불어 장기 방향과 청사진을 수립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전반적인 노후 보장과 노후 복지 체계를 어떻게 구축·운영할지가 투명하게 담겨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정년과 연금 수령 나이 일치 △납부 나이 상향 조정 △납부상한액 인상 △최소 가입 기간 단축 △공적연금 통합 등 점진적 개혁을 추진한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2017년 기준 OECD 평균 14.7%, 한국 43.8%)가 넘는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연금 재정을 예측하고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재정계산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민연금 재정을 추계할 때 참고하는 지표는 크게 3가지다. 인구변수, 거시경제 변수, 수입 전망이다. 인구변수는 보통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를 이용한다.
거시경제 변수는 임금·물가상승률, 경제활동참가율, 금리 변동 등이다. 이 두 가지를 토대로 기금운용수익과 보험료 수입을 예측해 보면 수입 전망이 나온다. 최대 70년 뒤 어떻게 될 것인지 가늠해 국민연금 고갈 시점과 재정수지 변화를 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예측치이기 때문에 어떻게 구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발생한다.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거시경제 변수에 예산정책처 자체 전망을 반영했다.
수입 역시 정부와 달리 자산별 기대수익률이 아니라 회사채금리 대비 국민연금기금 수익률 평균배율을 적용했다. 산출 기준이 다르니 결과도 정부 재정추계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 국민연금 재정에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정년 연장이다. 고령인구가 폭증하고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상위인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늘어나는 정년만큼 국민연금 납입 연령을 높이면 그만큼 재정에 보탬이 되고 수령액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2013년부터 단계별로 높아져 2033년 65세가 된다. 반면 납입 연령은 제도 도입 때부터 현재까지 만 60세까지다. 자신의 납입 기한이 짧거나 납입액을 늘리고 싶을 경우 지금도 추가로 내는 게 가능하다. 납입 연령을 높이는 것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높지 않게 보는 이유다. 정부 내에서도 정년 연장에 맞춰 납입 연령을 조정하는 것에 긍정적 의견이 많다.
반면 지금처럼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에서는 정년 연장이 연금재정을 더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료율은 9%인데 소득대체율은 40%에 달해 연금 수령 직전까지 일할 경우 내는 보험료는 적고 받아가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만큼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며 "연금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대간, 계층간 이해가 걸려 있지만 국회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해주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2년 반 전에 제시를 했는데 그동안 논의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문제는 정치적 부담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국민연금 개혁에 부담을 느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전반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보험료율까지 올릴 경우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했던 이유도, 국회가 수년째 국민연금 제도개선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도 이 같은 상황 탓이다.
그러면서 서로 네 탓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홍 부총리에게 "정부가 할 일을 국회에 떠밀었다"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는 유 의원에게 "공이 국회로 가 있다"며 "논의를 진전시켜달라"고 했다. 다음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2023년이다. 2023년에도 정부는 제도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유 실장은 기금 고갈이 지급 불능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기금이 있으면 좋은 것은 분명한데, 없어도 국민연금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기금을 쌓아두고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스웨덴, 캐나다 등 5개국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기금 없이 100% 국가재정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기초연금제도가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 실장은 "기금 없이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것을 부과방식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부과방식으로 연금을 운영한다"라면서 "다만 기금운용수익 없이 보험료 수입에만 의존했을 때 보험료율은 현재 9%에서 2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은 834조원으로 한해 사이에 123조원이 늘었다. 이중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51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72조원은 기금 운용수익이었다. 기금이 고갈되면 기금운용수익도 없어지니 보험료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 실장은 "독일의 경우 1800년대 후반에 연금제도가 도입됐고, 국가를 통해 관대한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국가와 국민간의 신뢰가 쌓였다"라면서 "공무원연금도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을 18%까지 올렸는데 그래도 따르는 것은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공무원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의 역사가 짧고 그간의 연금개혁이 혜택 축소로 인식되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가중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유 실장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하고 연금을 수령한 사람이 나오기 시작한 게 불과 2008년부터다"라면서 "제대로 된 혜택을 맛본 사람이 적은 상황에서 1998년, 2008년 두 차례 급여를 깎으면서 불신이 더욱 가중된 측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보통 사람의 경우 젊은 시절엔 노후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50대 정도가 되면 비로소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는 너무 늦어버리고 만다. 노후준비란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 아니고 30~40년의 긴 세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개인이 각자 알아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제도가 있긴 하다. 만약 이에 가입하는 국민의 숫자가 전체의 최소 80% 이상이 된다면, 의무 가입을 요구하는 국민연금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러한 상황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결국 국민들이 조기에 노후준비를 시작하려면 의무가입은 불가피한 것이다.
개인이 책임지는 방식은 곧 저축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인데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만, 민간에선 이윤을 창출해야 하므로 가입자에게 주는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국민연금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을 설계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로 인해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어떤 상황 하에서도 국민연금의 지급정지 사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대비를 하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 우려하는 상황들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라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므로 사전대비만 잘 하면 최악의 사태는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노후대비책엔 국민연금 외에 기초연금,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 등을 포괄하는 다층구조가 있다. 때문에 앞으로 이 다층구조를 건실하게 구축할 수 있는 연금개혁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4차 재정계산 결과 소득대체율을 지금의 40%로 유지할 지, 45%로 올려서 은퇴 후 받는 연금 액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지에 대해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향후 정부와 국회의 결정 과정이 남아있다).
어찌됐든 소득대체율이 40%대라면 결국 ‘푼 돈’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40%까지 낮아진다고 해도 국민연금이 가지는 장점들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익비(보험료 대비 급여)로 보면 민간보험보다 확연히 높다. 비판은 많지만 그래도 국민연금이 가장 좋은 노후보장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40%가 낮다면 더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정답이다. 단,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면 국가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많은 노인, 전업주부, 비정규 노동자들의 경우다. 따라서 기초연금은 그런 사람들에게도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기초연금을 받아서는 은퇴 후에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따라서 그보다는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 소득비례 연금 제도, 즉 국민연금을 실시해서 은퇴 전 누리던 생활의 일정 수준까지 확보해 주는 것이 국민연금의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기금운용 포트폴리오도 원래 정한 대로 가는 게 옳다. 국민연금은 해마다 5년 자산배분 목표를 정한다. 이 같은 중기목표 아래 연간 운용계획은 따로 세운다. 이에 따르면 올해는 국내주식 비중을 평균 16.8%로 유지하도록 짰다. 그런데 국내 증시가 호황을 타면서 이 비중이 목표치를 사뭇 벗어났다.
국민연금으로선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국내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지난 몇 개월간 국민연금은 룰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이 룰을 바꿀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국민연금은 2040년대 초반 적자가 예상된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어 2050년대 중반엔 아예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 적자가 시작되면 국민연금은 주식이든 채권이든 보유자산을 내다 팔아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은 '연못 속 고래'로 불린다. 주식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하면 국내 증시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주식은 국내보다 해외 비중을 점차 높이는 게 맞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9.7% 수익률을 올렸다. 1988~2020년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6.27%에 이른다. 앞으로도 꾸준히 수익을 내야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한두 해라도 늦출 수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보장이 알파요 오메가다. 증시 부양, 스튜어드십 코드 따위는 부수적 업무일 뿐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선 안 된다. 차기 기금운용위는 4·7 보선 뒤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기금 운용의 중립성은 선거 뒤라고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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