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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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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20년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가진 2021년 예산안 시정 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선언했다. 그리고 12월 10일 ‘2050년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통해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로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2021년 1월 25일에 네덜란드 정부가 개최한 ‘기후적응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서는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임을 확실히 하기도 했다. 올 5월 한국이 개최하는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서도 거듭 2050 탄소중립 의지를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를 위한 한 걸음

2050 탄소중립,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금과 같은 경제적 부를 누린 적은 없었다. 이는 산업혁명을 거치며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화로 일군 탄소 문명 덕분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이제 인류는 저탄소를 넘어 탈탄소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국제 기후협상 최초로 온도 목표에 합의한 2015년의 파리협정 이후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2100년까지 1.5℃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천명한 후 지난해 11월까지 127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 국가들의 탄소 배출량 합계는 세계 배출량의 63%로 이 국가들이 탄소중립 약속을 이행할 경우 온도 상승은 2.1℃로 제한될 전망이다. 1.5℃ 목표를 위해서는 나머지 국가들의 참여가 여전히 필요하지만, 현재 정책을 유지할 경우 2.9℃까지 상승하는 데 비해서는 진일보한 것이다.

이제 기후위기 문제는 이상기후에 따른 직접적 재난이나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가 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적으로 취해지는 다양한 조치들로 인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회경제적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 RE100 캠페인(100%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선언)에 참여한 세계 굴지의 기업이 2021년 3월 현재 293개에 달하고 EU와 미국은 탄소국경조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이러한 세계적 경제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탄소 다배출 산업은 물론이고 그런 산업이 입지한 지역과 해당 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된 상황은 기후위기보다 더 직접적인 생계의 위협이 된다. 바로 이 맥락에서 ‘정의로운 전환, 공정 전환(just transition)’이 요청되고 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탄소중립’은 전 사회적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을 필요로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다.

2050 탄소중립 실현가능성 높여야

우선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보다 가까운 2030년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감축 경로에 맞게 높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2030년 감축 목표는 2017년 대비 24.4% 감축하는 것이다. 2015년에 박근혜 정부가 제출했던 2030년 목표는 배출 전망치(Business-As-Usual, BAU)인 8억 5,100만 톤을 5억 3,600만 톤으로 37% 줄이겠다는 것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BAU 방식보다 확실한 기준년 대비 절대 감축량 방식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IPCC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감축을 권고하고 있어 우리 감축 목표는 매우 불충분한(highly insufficient)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의 2030년 NDC는 2010년 대비 18.3% 감축에 불과해 상향해야만 한다. 작년 말,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ong-term greenhouse gas Emissions Development Strategy, LEDS)을 유엔에 제출하면서 2030 NDC를 예전대로 유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대로 되도록 빨리 상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2050 탄소중립 실현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장이나 국민에게 보내는 신호가 명확해질 수 있다.

둘째, 전력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RE100에 한국 기업도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할 필요가 있는데, 3월 24일 이런 접근이 가능하도록 기업의 직접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을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하는 에너지전환을 통해 전력화가 불가피하고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기에 변화된 상황에 맞게 전력시장구조가 바뀔 필요가 있다. 특히 가변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속성을 고려할 때 전력망 운영이 보다 고도화될 필요가 있어서 탄력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전력시장이 어떻게 변화될 필요가 있는지보다 심도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무엇보다 ‘생태적 조세개혁(ecological tax reform)’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을 포함해서 탈탄소 실현하는 데는 비용이 수반된다. 오염에 대해 제대로 비용을 부과하지 않았던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경제주체들의 행동 변화를 기대하기도, 탄소중립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단적인 예가 전기요금의 정상화다. 발전 원가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유지해서는 곤란하며 전력 생산에 따른 사회환경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서 전력망 확충이라든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술개발 등 에너지전환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와 구조구축을 통한 사회적 대전환

넷째, 산업과 금융시장의 변화다. 우리나라는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가 압도적으로 클 뿐 아니라 주요 산업인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산업에서는 공정 자체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어 산업 부문이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재생에너지 전력화로 해결할 수 없는 산업 공정상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지, 수소를 활용한 공정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투입 수소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산업 부문의 변화를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이 중요하다. 어떻게 녹색 금융을 창출해 낼지, 금융시장의 녹색화를 어떻게 실현해 낼지가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정의로운 전환의 기획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산업과 지역이 축소와 소멸 위험에 처할지, 관련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원할지, 이 과정에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논의와 계획이 필요하다.

여섯째,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국가 계획이나 정책, 사업의 탄소 영향이나 기후 영향을 평가해야 하며 이와 연계된 기후 예산제나 탄소 예산제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계획이나 사업이라면 배출되는 탄소를 어떤 방법으로든 상쇄할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계획과 사업에 대해서는 탄소 영향을 평가해서 예산이 투입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한국판 뉴딜사업 또한 탄소중립이라는 큰 우산 아래 진행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그린 워싱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련 기술 개발과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행정체계와 거버넌스 구조의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주재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탄소중립위원회 구성을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전환을 요구하는 2050 탄소중립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와 소통을 통한 공감대 확보와 모두의 참여와 실천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 충분한 조직과 예산·인력을 갖춘 행정체계의 정비가 필수적으로 중요하다. 탄소중립위원회가 보다 확실한 관제탑(control tower)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능과 인력, 예산을 배정해서 거대한 전환을 위한 중심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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