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중동에 주둔하는 미 해군의 준설작업 전문가들이 이르면 27일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수에즈 운하 좌초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해군 관계자들은 현장을 살펴본 뒤 이집트 당국의 복구작업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파견은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의 제안에 이집트 정부가 동의해 이뤄졌다
당국에 따르면 배를 다시 띄우기 위해서는 최대 총 2만㎥가량의 모래와 흙을 퍼내야 하는데 이는 올림픽 수영장 부피의 8배 규모다. SCA는 준설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예인선을 동원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좌초 선박을 운하 밖으로 빼내려면 양쪽 제방에 비스듬하게 걸쳐 있는 선박의 방향을 운하와 평행하게 바꿔야 한다. 오사마 라비 SCA 청장은 "9대의 예인선이 배의 방향을 바꾸는데 투입됐다. 이 작업의 성공 여부는 바람의 방향과 조류 등 많은 변수에 달렸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대형 화물선 에버 기븐호의 좌초로 수에즈 운하 통행이 막히면서 운하 외곽에서 대기하는 선박들의 수가 200척 이상으로 늘어 해운 체증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쪽으로 항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초기 조사 결과 에버 기븐호는 강풍으로 좌초했으며 기계나 엔진 고장은 사고 원인에서 배제됐다. 글로벌 해운물류회사 GAC는 앞서 이 선박이 정전 사태를 겪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세계 무역의 약 10%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데, 특히 석유 수송에 있어 수에즈 운하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통행 중단으로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는 석유와 가스 수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주보다 13.19포인트 내린 2570.68을 기록했다. 5주만에 하락폭이 가장 작았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15개 노선의 스팟(spot·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노선들의 운임이 강보합세를 보였다.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중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에즈 운하는 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운용하는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지난 23일 오전 좌초한 뒤 사흘째 막혀있다. 수에즈 운하에 진입해 오도가도 못하는 선박만 49척이다. 지중해와 홍해 등에서 기다리는 선박을 포함하면 100척이 넘는 선박이 운항에 지장을 받고 있다.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그단스크(GDANSK)호도 현재 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이틀째 대기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언제 해결되는지가 관건이다. 수에즈 운하가 만조(滿潮)인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때도 에버기븐호를 인양하지 못하면, 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연료를 빼고 컨테이너까지 내려야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상화에 수주가 걸릴 전망이다.
국제 물류의 대동맥이라 불리는 수에즈운하의 봉쇄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가 남아프리카 우회노선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대부분 선사들도 수에즈운하 봉쇄가 일주일 이상 장기화되면 우회노선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우회노선을 이용할 경우, 최소 7일이상 운항기간이 늘어나 막대한 추가 운임료가 발생해 물류대란이 우려되고 있다.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우회노선을 선택할 경우, 운항거리는 약 9650㎞가 늘어난다. 최소 7일~9일의 운항기간이 추가되는데 대형 유조선이 중동의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는 경우, 연료비만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이상 더 들 수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런 손실우려에도 해운사들이 우회노선 이용을 검토하는 이유는 이집트 당국이 예상과 달리 수에즈운하 봉쇄 3일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도 재개통 일정을 공시하지 못하는데다 좌초선박의 인양작업도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1. 어떤 공급망 문제가 있나?
반도체에 대한 급증한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공급,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이상 한파의 여파, 주요 해상무역로인 이집트의 수에즈운하의 폐쇄 등으로 전세계 주요 제조공장에 주요 원자재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러한 공급차질은 생산비용 부담을 높이며 잠재적으로 가격 부담이 소비자에 전가될 위험을 키운다.
5. 공급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부 기업들이 공급 부족과 비용 부담에 시달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에즈 운하의 상황에 대해서 판테온거시경제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좌초사고가 "한 국가의 거시경제 수치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경제성장이 가속도를 내면서 공급망도 늘며 곧 적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공급망의 병목현상이 발생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해소될 것으로 영구적이 될 수 없다"며 "공급측면이 성장에 적응할 것이다. 단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하루에만 수십 대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수로를 오가는 만큼 사고가 빨리 수습되지 못하면 원유와 가스 수송을 비롯한 글로벌 교역에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박을 다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선박 주변의 모래 등을 퍼 올리는 데에만 수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가디언은 이집트 당국이 예인선과 굴착기 등을 보내 이 배를 다시 띄우려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수습 기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원유 및 가스 공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클락슨플라토증권은 "수에즈운하 운항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화물선들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가야하며, 7일 이상 운항기간이 길어져 배송운임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운송을 우선시하다보니 이미 일반 화물운송이 지연되고 있어 배송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아시아로 향하던 유조선들의 발이 묶이면서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3.42달러(5.9%) 상승한 61.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유럽발 석유 수요하락 우려에 일시적으로 57달러선까지 밀렸던 WTI 가격이 하루만에 60달러선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