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가치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선 미 정부 및 중앙은행(Fed) 때문이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 미국 외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유럽과 일본은 수년 전부터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펴온 데다 지금도 ‘마이너스 금리’를 운용 중이어서 대응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중국 수출입 의존이 높은 만큼 원화 가치는 위안화 가치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 외국인의 위안화 투자가 활발해지면 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원화도 함께 강세를 띠게 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를 전망하지만 최근의 환율 하락은 속도가 매우 급하다”
권아민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한국 수출은 중국과 견줘 느리게 회복 중이고 11월 미국 대선도 환율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어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통화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가 미국이다. 본원통화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만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렸지만 미국만 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가 겹쳤다. 미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 국가 사업들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미 달러가 시장에 더 풀릴 것이다.
통화 가치는 과대평가됐고, 미국 실질 금리는 수년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나타내는 것도 달러 약세를 지속시킨다.
지금 달러가 출렁이고 있지만 유로화·엔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투명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는 여전히 안정적 투자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을 더 찍을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것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 가치가 중국 실물경제 회복에 힘입어 급등한 것도 원화 가치를 밀어 올렸다. 여기에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로 복귀하고 있어 원화 가치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만 해도 92 초반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번달 들어 상승 추세다.
물론 지난해 12월 31일 96.529나 최고점을 찍은 지난 3월19일 102.936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지만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달러가치가 상승하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유럽 각국이 재봉쇄 카드까지 검토하면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는 오르는 것이다.
CNBC는 "최근 유럽 코로나 위기 확산으로 '유로가치 약세 vs 달러가치 강세' 흐름이 지속되다가 이날 5거래일 만에 역전됐다"면서 "▲미국 대선 불안 ▲주간 실업보험 청구건수 증가(87만 건으로 전주 대비 4000건 증가) ▲새로운 경기부양플랜 기대감(파월 연준의장과 므누신 美 재무장관 상원에서 추가 부양책 절실 강조, 미국 민주당의 규모 축소한 부양패키지 준비 가능성 등) 등의 이슈 속에 이날 달러가치가 소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코로나19 재확산 공포, 전날 미국 민주당이 마련한 신규 부양책에 대한 공화당의 부정적 반응, 미-중 갈등 지속 등의 요인이 부각된 가운데 미국달러의 가치가 전날의 약세 흐름을 뒤로하고 다시 상승하자 유로, 파운드, 엔 등 주요 상대통화들이 달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