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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저자 김소민

출판 한겨레출판사

발매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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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게 창피하다 

 

“무언가를 없애면 거기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그곳에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그것은 원래 거기에 있었지만 무언가가 있음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혹은 보려 하지 않았던 세계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24시간이 내 손 안에 쥐어졌을 때,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회사가 일어날 시간, 밥 먹는 시간, 일할시간을 정해주는 삶이 얼마나 내 것 같지 않았던가. 그런데 24시간이 주어진 지금, 이 삶이 되레 내 것 같지 않다. 

 

수술대에 올라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해 보이면 ‘성(형)괴(물)’라고 놀린다. 활어냐 양식어냐 횟감을 고르는 시선으로 본다.

 

고통을 통과해 용케 출입구를 찾은 사람은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게 괴롭다. 운이라고 생각하면 자기 안전이 흔들린다. 


혼자 나이 들어가는 삶 

생각하기 

 

삶에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생각이 주입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각 나이대를 생각하며 그 나이에는 어떤 것을 이루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매우 빼곡히 정해져 있었다. 나이는 그렇게 나에게 하나의 과제마감기한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내 스스로가 정해 놓은 마감기한을 놓치지 않으려 아둥바둥 살았나보다.

 

사실 아둥바둥인 것은 맞지만 과제를 달성할 만큼 전략적으로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랬다면 나는 지금 안정적이고 내가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서 사회초년생으로서 신입 사원으로서 회사를 이미 다니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취업을 하고 독립을 하고 이제 내 집 마련을 위해 달려가보다 다짐하며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인턴기간이 끝나고 다시 24시간이라는 책임감만 더 느끼게 하는 자유로움 속에서 까페에 앉아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있다. #가끔사는게창피하다 라고 말하는 이 책의 저자는 메이저 신문사의 기자로 생활하다 퇴사를 하다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여성이면서 40대이면서 미혼이고 소속된 직장이 없다. 에세이 형식의 이 글을 읽다보면 왜 그가 그러한 결정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만 책 속에서는 그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게 아쉽다면 아쉽고 어떻게 보면 가장 사적인 부분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책이 책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일기쓰기가 아니라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글과 책을 읽었는지 각 챕터마다 두개 이상은 꼭 달리는 각주를 보면 알수 있다. 자신의 삶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 속에서 지위와 역할과 이미지로 투영되고 있음을 저자의 삶에서 느꼈다. 누가 들어도 괜찮아보이는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은 하지 않은 40대.

 

 

어쩌면 나의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단순한 1차 전형만이라도 통과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가 미래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내가 남들이 사는대로, 가장 어렵다는 평범한 삶을 살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나의 미래가 그런식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란 걸 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되기 위해서 어쩌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현재의 가장 큰 목표로 세운 이유일 것이다. 혼자 나이 들어도 불쌍하게 여겨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누가봐도 부러워할만한 최소한의 기준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나이들어가는 것이 난 항상 무서웠고 두려웠다. 

 

10대 때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 군대를 가야하는 것이 두려웠고 20대가 된 현재는 취업을 하지 못할까봐두렵다. 30대가 되면 아마 내 집을 평생 가지지 못할까봐 두렵고 40대가 되면 승진을 못하게 될까봐 무서울까? 이외에 내가 가장 무서운 건 언젠가 혼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싫든 좋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이 사라지는 것, 나를 반겨줄 존재가 사라지는 것.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일까. 100세 시대에 내 나이는 겨우 5분의 1을 조금 지나왔다. 나는 어떤 어른으로 어떻게 나이 들어가게 될까 궁금해진다. 

 

 


 

[책후기] 가끔 사는게 창피하다 - 김소민 / 한겨레출판사 : 혼자 나이 들어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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