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의 배경
인터넷 게시글로 종종 올라오는 소재 중 하나인
집 실내에서 신발 신고 생활하기
혹은 침대에 신발신고 올라가는 장면을
볼 때 마다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댓글이 고정적으로 달리는 것을 보고,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났을까 궁금해서
검색하게 된 궁금증 ㅎㅎㅎㅎ 생각보다
논문이나 기사 같은 실증적인 자료들이
많이 검새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그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거주할 때 맨발로는
절대 생활하지 않고 최소한 실내용 슬리퍼는
무조건 신었는데, 아무리 바닥을 닦아도
층의 구분 없이 신발을 한 곳에 모아두다보니
뭔가 여전히 찝찝했기 때문이었다.
신발을 벗는다는 의미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무조건 서양이라고 실내에서 무조건 신발을
신거나 동양이라고 신발을 벗는건 또 아니라는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더럽고 깨끗한 영역의 구분이 명확한 반면, 서양인들에게는 그 구분이 불분명해 보인다.
이 영역의 구분은 수평적, 수직적으로 모두 적용된다. 수평적으로 우리는 외부와 내부, 그리고 내부에서도 현관, 거실, 베란다, 화장실 등의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여, 신발을 벗든지 또는 그 영역의 용도에 맞게 다른 신으로 갈아 신는다.
반면 서양인들의 집에는 ‘현관’(신발을 벗는 영역으로 바닥의 높낮이로 실내 주거공간과 구분됨)이 없어서 실내 아무데나 신발을 벗어 놓든지, 혹은 신발을 신은 상태로 소파에 앉거나 심지어 침대 속으로도 들어간다.
우리의 영역 구분은 수직적으로도 작용하여, 대체로 위는 깨끗하고 아래는 더럽다고 인식하는 반면, 서양인들에게는 이런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다. 우리는 그릇에서 음식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절대로 주워 먹지 않고, 그곳이 집이 아닌 다른 곳이면 식탁에 떨어져도 대체로 주워 먹지 않는다.
우리가 공간을 나눠가며 깨끗함을 추구하는 태도는 전통적으로 방바닥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는 좌식생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온돌이라는 방바닥 난방 시스템으로 따끈한 아랫목에서 밥공기까지 덥히던 우리들에게 바깥에서 신던 신발을 신고 실내로 들어오는 것은 위생 제1 원칙의 위배인 것이다. 반면, 의자나 침대 등을 사용하는 입식 생활을 해오고, 난방으로 벽난로를 떼는 서양인들에게 방바닥은 그다지 ‘신성’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한국과 서양의 차이는 더 나아가서 농경민과 유목민의 차이로까지 확대해 볼 수 있겠다. 일찍부터 농경생활을 해오던 우리는 오랜 정착생활로 집 안팎과 위아래의 영역 구분을 까다롭게 하며 위생에 신경을 쓴 반면, 유목민 생활을 하던 서양인들은 이동 중 임시 거처에서 영역 구분이나 위생에 그다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서양인들은 청소용 화학약품들에 의존하고, 그 종류도 엄청 세분화되어 있는데, 대체로 물청소와 물걸레질로 만족하는 우리의 위생관념을 못 미더워한다. 과연 방바닥을 물걸레로 깨끗이 닦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더러움을 차단하는 것이 더 위생적인 것인지, 아니면 집 안팎이나 위아래 영역 구분은 덜 신경 쓰고 약품으로 세균들과 싸우는 것이 더 위생적인 것인지 점점 모호해진다.
온돌은 침구류를 구할 수 없는 서민이 겨울을 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이었습니다. 신체를 따뜻한 바닥에 밀착해 열을 전달받았던 것이지요. 고구려 벽화에 집 밖에 신발을 벗어놓은 모습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당시 이미 맨발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 교수는 유럽 고대의 주거문화에서 침실(안방)과 거실(마루)이 구분되지 않았다는 점도 신발을 신는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애초에 침실이 없으니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다가 구석 침대에서 잤던 거지요.
외국이라고 다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건 아닙니다. 온돌은 없어도 동아시아, 동부 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 북유럽과 캐나다에서는 신발을 벗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습니다.
위생관념에 따른 차이가 만들어낸 실내 신발문화 차이 (한국은 물리적/ 미국은 화학적) 라고 설명하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혹시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