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더버지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FTC는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개인용 소셜 네트워킹 시장에서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면서 미국 콜롬비아 특별구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페이스북을 제소했다가 지난 6월 법원에서 기각된 적 있다. 이번 소장은 당시 법원 명령을 반영해 개인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시장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규정했다. 또 쟁점이 됐던 틱톡은 개인용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FTC는 지난 해 페이스북을 한 차례 제소했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지난 6월 FTC가 페이스북이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독점 기업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소송 자체를 하지만 법원은 FTC에게 8월 19일까지 수정된 소장을 제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변경된 소장에서 FTC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랩과 왓츠앱을 인수한 뒤 독점적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기존 주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페이스북이 API 접속 때 경쟁 기업들을 부당하게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FTC는 또 반독점 소송의 핵심인 시장 정의 문제도 기존 기준을 그대로 사용했다. 페이스북이 미국 개인용 네트워크 서비스 시장의 독점 사업자라고 규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링크드인 같은 관심 기반 소셜 플랫폼이나 스트라바 같은 피트니스 앱,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은 개인용 네트워크 서비스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한목소리로 플랫폼 독과점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9일 경쟁 촉진과 독점적 관행 단속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빅테크를 타깃으로 반독점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행정명령은 ‘플랫폼 같은 신사업과 신기술로 인해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면서 법무부 반독점국과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함께 기업결합 심사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이 잠재적 경쟁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무리없이 확장할 수 있었던 미국 빅테크 기업의 ‘킬러 인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이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GAFA)의 인수 전략을 비판적으로 다룬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의 2020년 10월 보고서 내용에 뿌리를 뒀다. 해당 보고서는 GAFA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 내용을 총망라해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GAFA는 대부분 중요한 특허나 재능 있는 엔지니어를 보유한 신생 기업을 빠르게 인수하는 방식(킬러 인수)으로 시장 경쟁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 결과 신생기업이 지녔던 경쟁력은 GAFA의 경쟁력으로 고스란히 흡수됐다. 실제 구글 문서나 애플 아이튠즈, 애플 뮤직 등 현재 흔히 이용되는 서비스가 그 사례다.
보고서는 조사 내용을 적시한 후 구조적 분할(structural separation, 이해가 상충되는 사업조직의 법적 분할)과 사업 부문 제한(line of business restrictions)이라는 두 가지 주요 반독점 정책 툴의 법제화를 심사숙고(consider)하라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구조적 분리는 지배적 중개업자(플랫폼 기업)가 플랫폼에 의존하는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을 금지시키며, 사업 부문 제한은 지배적인 기업이 특정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회도 본격적으로 ‘빅테크 사업 확장 규제' 추진에 나섰다. 미국 하원이 지난 6월 말 통과시킨 5개 패키지 법안 중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이해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규제한다.
예를 들어 빅테크 플랫폼이 이용사업자들과 경쟁해 플랫폼에서 직접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하거나, 이용사업자들에게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EU 집행위는 구글이 온라인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자기 사업 우대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EU집행위원회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지닌 구글이 자신의 경쟁력을 인접 시장으로 확장하는 행위는 남용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기 사업을 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내렸다. 이에 구글은 시정명령을 이행해 유럽 지역에서 일반검색결과 페이지 상단에 쇼핑 상품이 노출될 경우, 구글쇼핑 결과와 함께 다른 비교쇼핑서비스 검색 결과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온플법은 일본과 비슷하게 플랫폼과 입점업체(이용사업자) 간 ‘갑을관계'에 주목했다.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불공정 중개 거래를 견제하기 위한 취지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에서 파생되는 각종 불공정한 거래를 타파하기 위한 ‘거래공정화'의 성격을 띈다. 예컨대 쿠팡과 같은 플랫폼에 입점된 쇼핑몰이나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자영업자 등 거래에서 일어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맥락이다. 플랫폼 사업자 행위 금지 등을 열거해놓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방안이나,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방안 등으로 추진된다.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의 책임 등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네이버, 쿠팡, G마켓 등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이용사업자와 소비자 피해나 문제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어떻게,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또 당근마켓과 같이 개인 간 거래(C2C)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플랫폼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사업자 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해 하반기에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공정거래법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공정거래법을 활용하되 플랫폼 사업자의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별도로 만들어 플랫폼 사업자의 자기 사업 우대행위 등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11개국 경쟁당국이 함께한 ‘경쟁당국간 국제회의'에서 "시장지배력이 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제한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21세기 상거래의 타이탄(거인)이다.”
지난달 15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파키스탄계 여성 리나 칸 위원장(32)이 2017년 1월 예일대 로저널에 게재한 논문의 첫 문장이다. 당시 예일대 로스쿨 재학생이었던 그는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란 96쪽짜리 논문으로 일약 미 법조계의 스타가 됐다.
그는 논문에서 “전통적 관점에서는 상품 가격에 영향이 없다면 특정 기업의 독점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마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보기술(IT)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했다. 대표적인 독점 폐해는 가격 담합 및 인상이므로 ‘최저가’와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아마존을 규제할 수 없다는 법조계의 기존 해석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이 논문은 온라인으로 발표되자마자 15만 명이 열람했고 칸 또한 ‘아마존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2013년 10월 핼러윈 당시 칸이 시사매체 타임에 기고한 글은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동네 마트에 갔는데 40여 개 브랜드의 사탕이 있었다. 거의 모두 허시, 마스, 네슬레 3개 회사가 만든 제품이었다. 핼러윈을 맞아 미 전역에서 발생하는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의 사탕 매출은 두세 개 기업의 금고로만 들어가는 셈이다.”
칸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마을에서 생산한 캔디를 먹을 정도로 미 전역에 다양한 종류의 캔디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 했고, 큰 기업이 작은 경쟁 기업을 삼키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대기업이 M&A를 통해 경쟁사를 속속 사들이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고 시장 독점의 폐해가 커진다고 질타했다.
아마존이 최저가와 M&A를 무기로 주요 경쟁자를 모두 제거한 후 시장을 독점하면 굳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도 소비자를 상대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데도 현재 법률로는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매업자는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소비자와 만날 기회 자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FTC는 주요 독점금지법의 실제 감사, 불공정 경쟁 방지, 과대광고 단속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1130명의 직원과 연 3억1100만 달러의 예산을 보유했다. 특정 기업의 M&A 때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연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서 이를 막을 수 있다. 이 M&A 저지에는 위원 5명의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위원 5명은 칸을 포함해 민주당이 임명한 3명, 공화당이 임명한 2명으로 이뤄졌다. 특히 위원장은 직권으로 반독점 조사를 지시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이 FTC 위원장에게 제기한 기피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사례는 많지 않다. 즉 칸이 자진해서 사건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효력을 발휘하긴 어렵다. 다만 대형 빅테크가 잇따라 FTC 수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양측 대결이 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흘 만에 미국 행정부의 반격이 시작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지난 9일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행정부에 "기업 간 경쟁을 확대하고 독과점 관행을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빅테크기업들의 M&A를 깐깐하게 심사하는 동시에 과거의 잘못딘 M&A는 없던 일로 되돌리고, 소비자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깐깐하게 심사하고, 자사 검색 플랫폼, 쇼핑몰 등을 활용해 자사 제품,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것을 막으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경쟁없는 자본주의는 착취"라며 정면으로 빅테크기업들을 강력 비판했다.
빅테크기업들의 힘이 너무 커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각자의 주력 시장에서 독점을 기록했거나 독점을 향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빅테크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끊임없이 "빅테크들이 경쟁을 회피하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위해 작은 회사들을 M&A하고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앞세워 경쟁업체를 고사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소비자 데이터를 자사 이익을 위해 불법적으로 활용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특혜를 준다고 주장한다.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01~2020년 구글의 본업 관련 M&A는 81건이었는데 신규사업 관련 건수는 187건이었다. 애플은 본업관련 27건, 신규사업 96건의 M&A를 진행했고 페이스북은 본업 28건, 신규사업 77건, 아마존은 본업 40건, 신규사업 71건의 몸집 불리기를 단행했다.
칸 위원장의 동료인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이들 모두 소비자 후생이 증가했다면 독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시카고 학파의 '행태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1980년대 이전 유행했던 구조주의, 즉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담합과 같은 반경쟁적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시장구조에 '직접 규제'를 가하는 구조적 해소책을 선호는 쪽에 가깝다. 빅테크의 독과점 폐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비자 후생 기준을 재해석하거나 구조주의로 회귀하자는 의견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 의회와 빅테크 기업 간 전면전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 집권당인 민주당이 거대 기업의 독과점으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경제 철학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는 자유경쟁을 중시하는 공화당과 온도차가 있다. 민주당은 반독점법 조항을 바꿔 소비자 후생 침해 요건을 빅테크기업 쪽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규제는 그동안 소비자들이 누리는 가격혜택과 편리함에 취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은 방치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리나 칸 신임 FTC 위원장은 2017년 논문 ‘아마존 반독점 패러독스’에서 “경쟁당국이 경쟁을 위협하는 아마존을 제어하지 못한 데는 가격 인하가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이 지난 10년간 자연적으로 성장하기보다 수 백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인위적으로 몸짐을 키웠고 특히,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킬러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플랫폼 특성에 맞게 시장점유율이 아닌 새로운 ‘독점’의 기준 마련이 시급해졌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플랫폼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얽혀 있고 무료 서비스도 많아 시장 획정과 독점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12일 보고서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 도입과 시사점’에서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효과’를 바탕으로 이익창출에 본격 나서고 있어서다. 예로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중 23만명이 가입하고, 이용자가 28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T는 최근 택시 스마트 호출 요금을 최대 5000원으로 5배 인상했다. 카카오뱅크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줬던 고신용자에 대해 최근 대출금리를 올렸다. 카카오는 전화콜 1위 업체를 인수하며 중소기업이 많은 대리운전 시장에도 진출해 관련 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중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정보기술산업에서 가장 크고 지배적인 5개 회사를 빅테크라 일컫는다. 7월 29일자 <뉴욕타임스>는 '지구보다 더 커진 빅테크'라는 칼럼에서 이들이 지금 얼마나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는지 나열한다.
- 애플의 지난 3개월 이익은 팬데믹 이전 미국 5대 항공사 연간 이익의 두 배
- 구글의 4, 5, 6월 광고 수익은 모든 미국인들의 한 달 자동차 기름값
-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 중 하나인 링크드인(LinkedIn) 연간 매출은 팬데믹 수혜기업인 줌(Zoom) 연간 매출의 4배.
- 지난 1년간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수익은 1090억 달러 증가했는데 이는 월마트가 9년 만에 달성한 수치
7월 말 이들 5개 회사가 발표한 2분기 실적도 천문학적이다. 이들 빅5 기업의 총매출은 3316억 달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825억 달러다. 그중 최고인 애플은 241억 달러의 영업 이익을 냈고, 구글은 194억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섰다. 엄청난 이익에 표정 관리중인 이들은 3분기엔 회의적일 것이라 전망한다. 반도체 칩 부족과 코로나 수혜 등이 줄어들며 성장세가 주춤해 질 것이라며 말이다.
한국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무시하기는 힘들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존재감은 이들을 뛰어넘는다. 두 기업은 각각 인터넷 검색과 모바일 메신저 영향력을 기반으로 쇼핑, 배달, 부동산 정보, 미디어, 금융 등 수많은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락인(Lock in) 효과는 이들에 힘을 실어줬다. 네이버로 검색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결제는 네이버페이로 한다. 언론은 이미 네이버의 거대 알고리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으로 택시와 대리운전, 헤어숍을 이용하고 카카오페이를 쓰게 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이들 서비스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독과점 논란이 생기는 이유다.
우리 규제 당국도 이들 회사의 제도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포털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네이버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여기에 정부 부처와 국회는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금융업 진출과 검색 알고리즘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금융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은 채 유사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혁신이라며 수조원의 비용과 수십년의 경험 노하우가 담긴 금융결제망을 사용하려고 한다. 각종 금융 데이터는 가져가 사용하려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건 반대한다. 여기에 네이버는 공정위가 검색 알고리즘 조정 등을 통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여하자 행정소송을 내고 반발한다.
빅테크들이 이렇게 커 왔다. 구글은 어플라이드 시맨틱스(Applied Semantics)를 인수, 애드센스를 발전시켰고, 집대시(ZipDash) 등을 사들여 구글 맵을 탄생시켰다. 유튜브 인수는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부문도 그런 식으로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유망 기업을 사들여 본격화했다. 페이스북도 경쟁사 인스타그램을 인수했고 증강현실(AR) 업체 오큘러스를 사들여 경쟁력을 장착했다.
카카오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및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는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18개에 달한다. 영어 교육(야나두), 음원(멜론), 패션(지그재그) 등 분야도 다양하다.
‘타다 사태’ 이후 택시 시장을 꽉 잡은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 택시 스마트 호출 요금을 인상했다. 독점적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그대로 시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T 앱에 들어가 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하는 사업도 매우 다양해서 주차 대행, 세차, 방문 세차 및 정비, 퀵서비스까지 한다.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새 위원장인 리나 칸은 ‘소비자 후생’이란 걸 재정의하자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FTC가 기업 단속의 무게 중심을 소비자 후생에 뒀던 걸 버리고 앞으로 ‘불공정 경쟁 방지’쪽으로 옮겨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 소비자 후생이란 기준을 채택해 생긴 문제 중 하나는 연속적인 합병으로 업계를 강화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기업집중, 즉 빅니스의 저주가 민주주의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플랫폼 기업들이 부를 독식하게 되면 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고 이는 사회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IT 회사들이 이처럼 공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비대해진 소셜미디어 권력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 있었다. 페이스북 구글(유튜브) 등에 공정위 검찰 등의 시선이 집중된 것도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보다 더 강한 권력을 이들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가져가고 있다는 점도 국가 공권력이 이들의 힘을 누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단일 화폐의 영향력을 벗어난 암호화폐 ‘디엠(리브라)’ 프로젝트를 만들겠다고 시도한 것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 IT 회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이유들이 아니다. 국가를 넘어선 정치권력을 갖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은 더 이상 자신들이 확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옳다는 정치권과 규제당국의 인식이다.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작은 스타트업들이 큰 회사들을 순식간에 거꾸러뜨리는 것을 자주 관찰해 왔다. 아마존이 서점산업과 상거래 시장을 매우 장기간의 투자 끝에 뒤집어 버렸다거나, 우버가 택시산업을 파괴적으로 바꿔버린 과정이 대표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사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작은 스타트업들의 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지금도 불 켜진 대학교 도서관 어딘가에서 애플을 무너뜨릴 아이디어를 연구하는 학생이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페이스북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 앞 간판 뒤에 지금은 인수되어 없어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간판을 그대로 남겨뒀다. 이유는 “우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처럼 없어지지 말자”는 철학을 새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구글의 실리콘밸리 본사에는 공룡 화석이 있는데, 이걸 세워둔 이유는 “우리는 공룡처럼 멸망하진 말자”는 의미라고 한다.
그 결과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새로운 사업을 비교적 장기적으로 보고 키우는 문화가 사내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과 사법당국은 이들의 확장을 막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마침 애플은 자동차, 증강현실 등에서 신사업을 하려 하고 있고, 페이스북도 증강현실 암호화폐 등에서 새로운 확장을 꾀하고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 아마존은 스트리밍 사업 등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빅테크는 결코 ‘공짜로'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듯하지만 엄밀히는 빅테크가 운영하는 ‘광고 시장'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데이터를 ‘납부'하고 있다.
이에 신 브랜다이스학파는 ‘구조적 분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노동자 입지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작은 기업의 생존을 파괴하는 빅테크가 자신의 플랫폼에 의존하는 업체와 경쟁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끊임없이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해 경쟁자를 사전에 차단하면서 몸집을 불리는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를 멈추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는 한국으로 치면 쿠팡이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PB상품을 팔며 이득을 취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네이버가 검색 영향력을 지렛대로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거나,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택시부터 퀵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이 급진적인 반독점 정책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주요 플랫폼의 ‘갑질’을 막는 데만 초점을 맞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정도만 논의되는 수준이다. 그나마 추진되고 있는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새롭게 생겨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에서 소비자 권리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플랫폼의 ‘무한 확장'과 인접 시장 진출 문제,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PB상품을 팔며 이득을 취하는 문제 등은 논의되지 않는다. 주요 플랫폼이 소비자 후생을 늘리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줄일 수 있는 현실은 외면한다. 이용 사업자의 플랫폼 종속,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문제 역시 논의되지 않는다. 잠재력 있는 작은 기업을 빠르게 인수합병해 경쟁이 제한되는 현실에는 접근조차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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