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은 상장 첫날 30% 올라 상한가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으로 1등 금융사였던 KB금융(21조7052억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카뱅은 김범수 의장이 대주주인 IT 대기업 카카오가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특례법인 ‘인터넷 전문은행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비(非)금융 기업이 은행 지분을 10% 넘게(의결권은 4%)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금산(금융-산업자본)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다.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지분을 보유한 ‘확실한 주인이 있는 대형 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금산분리 규제에 묶여 확실한 주인 없이 금융 당국 눈치를 보는 다른 은행들이 ‘역차별 논란’을 제기하는 이유다.
잘나가는 IT 스타트업 정도로 여겨졌던 카카오는 2019년 자산 규모 10조원을 넘어서며 대기업에 지정됐고, 카뱅은 상장과 동시에 시총 기준 최대 금융사가 됐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부자 1위에 올랐다.
카뱅처럼 ‘주인’이 확실한 금융사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과감한 혁신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대주주인 현대카드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보다 PLCC(특정 브랜드를 내세운 신용카드) 등 신사업 전략을 과감하게 밀어붙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지분이 분산돼 전문경영인이 단기 실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은행 계열 금융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은행들은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비금융기업이 은행지분을 10%이상(의결권 4%) 보유하지 못한다. 대기업인 카카오가 카뱅 지분을 27% 보유할 수 있는 근거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에 인터넷전문은행 허용을 건의한 것도 비용과 효율 측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따라갈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외형을 키우는데 집중할 뿐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원화 예수금 점유율은 전체 금융권의 2.3%에 그친만큼 주식 평가 등 기업가치만으로 '리딩뱅크'를 판단하기를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카뱅 역시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은행이라는 점에서 '규제 리스크'는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당국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및 신용대출 억제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중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지시했다.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인터넷 전문은행법 마련에 참여했던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당시 인터넷 은행 특혜 논란이 있었지만 지점 없는 인터넷 은행은 기존 은행들 사이에서 틈새 시장 공략 정도에 머물 거란 전망이 우세해 비교적 신속히 법이 통과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4년 동안 상황은 크게 바뀌어 카카오는 지난 2019년 자산 규모 10조 원을 넘어서며 대기업으로 지정됐고 카카오뱅크는 상장과 동시에 시총 기준 최대 금융사가 됐습니다.
증권가에서 바라본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는 11조 초반대에서 최대 31조원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적정 시가총액을 공모가 기준 시총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던 SK증권(31조원)의 전망마저도 보란 듯이 깼다.
상승세를 타던 카카오뱅크 주가도 지난 10일엔 전날(7만8500원) 대비 9.04%(7100원) 하락한 7만1400원에 장을 마쳤으나, 11일에는 다시 올라 7만44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보다 더 불어난 35조347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금융사들을 위협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적용받아 금산분리 등 각종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연임에 재연임을 연거푸 거듭한 결과 최대 5년인 금융사가 단기 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면, 카카오뱅크는 이 같은 제약에서 벗어나 긴 안목에서 과감하게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에 이어 핀테크 업체 카카오페이도 올해 안에 코스피에 상장시킬 예정이다. 지난 6월 보험업 예비인가를 승인 받은 카카오손해보험까지 내년 초 출범하면, 카카오의 금융 자회사는 4개(은행·증권·보험·간편 결제)에 달하게 된다. 카카오가 직간접적으로 20%가량을 투자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까지 고려하면 금융권 전반에 진출 중인 셈이다.
카카오의 금융권 장악이 공고해질수록 소비자의 지위도 취약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6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평균 마이너스 대출금리(연 3.67%)는 은행권 최고를 기록했다. 1년간 상승폭도 0.61%포인트로 가장 컸다. 사업 초반 저렴한 대출금리로 빠르게 가입자를 늘린 결과, 금리 인상 파급력은 다른 은행에 비해 훨씬 컸다.
카카오뱅크는 당국 방침에 따라 대출금리를 올렸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카카오뱅크가 그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립 인가 당시 중금리대출 비중을 30% 이상 취급하겠다고 했던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10%대에 그쳤다. 당국의 규제 완화에서 오는 이익만 취한 채 의무는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사를 3개 이상 소유했음에도 금융그룹감독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여·수신업과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의 금융사를 보유한 총자산 5조 원 이상의 비지주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을 받도록 하는 법이다.
대상이 된 금융그룹은 모든 재무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동시에 시장에도 공시해야 한다. 자본적정성 비율 등 재무 상태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스스로 개선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그룹감독법의 대상은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DB 등 6개뿐이며, 카카오그룹은 빠져 있다. 그만큼 감독 부담이 덜한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모회사 카카오의 지분이 31.62%(기업공개 전 기준)으로 최대 주주다. 이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 26.97%, 한국투자금융지주 4.65%, 국민은행 9.3%, 서울보증보험·우정사업본부·이베이코리아·SKYBLUE LUXRY INVESTMENT(텐센트 자회사) 각 3.72% 등이다.
이번 기업공개 과정에서 일부 조정을 감안하더라도 카카오의 지분가치는 9조원 안팎이다. 카카오의 납입 자본금이 7천억 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출범 4년 만에 지분가치가 무려 12배 이상 급등했다. 유상증자 참여 시기 등에 차이가 있지만 주요 주주는 대부분 10배 이상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개인으로 보면 카카오뱅크 임직원 역시 이번 상장을 통해 많게는 수백억에서 적게는 수억 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1천여 명의 임직원에게 우리사주 1309만주를 배정했는데 임직원 1인당 4.9억 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보호예수가 걸려 당장 매도가 힘들지만 이날 종가 기준으로 직원 1인당 평가 차익은 평균 4억 원이 넘는다.
특히, 국내 주요 은행은 소유주가 없지만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라는 모회사, 그리고 이 모회사를 지배하는 오너가 존재한다. 한마디로 주인이 있는 은행이다. 오너 1인 체제인 재벌그룹의 황제경영과 문어발식 영역 확장을 비판해 오던 현 정부에서 카카오뱅크의 설립과 급성장은 이 때문에 이율배반적이다.
여기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에 부과된 가장 큰 규제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 책임'을 면제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용'이다.
이번 상장으로 카카오뱅크 아래가 된 KB금융 등 주요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1~2만명 선이다. 반면 대한민국에서 11번째로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이 된 카카오뱅크의 임직원 수는 1천여명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은행원은 많지만 카카오뱅크에 다니는 은행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더라도 카카오뱅크는 결국 은행이다. 은행업 자체가 그 시작점부터 특혜이고, 카카오뱅크 역시 이런 특혜 속에 성장한 은행이다. 성장의 과실을 나눠 먹는 그들만의 돈잔치가 공정하지 못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흔히 주가는 실적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카카오뱅크의 약진은 이 논리도 뛰어넘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6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KB금융과 신한지주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결국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계열사의 시너지와 잠재력이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 듯 보인다.
카카오의 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아 상장이 연기된 카카오페이도 10월 초부터 상장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의 2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65%나 성장해 24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카카오페이 역시 상장 후 상당히 높은 시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카카오페이는 이미 손해보험업 예비허가를 받고 본허가 취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서 내년 분사를 앞두고 있다. '돈 되는' 분야에 금융계열사를 모두 지니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의 계열사 확장의 정점에는 카카오가 있고 카카오톡이 있다. 특히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리며 카카오 생태계 확장의 핵심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모바일 문자메시지 대신 카카오톡을 더 많이 사용한다. 심지어 많은 기업들과 공무원들도 카카오톡을 사용해 업무 회의를 하거나 자료를 공유하곤 한다. 수많은 정부기관들도 카카오톡으로 알람·고지를 한다. 사실상 공공 서비스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카카오톡이지만 1년에 한두 번씩 메시지 전송이 안 되거나 이미지 전송이 안 되는 등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전국민이 사용하고(메시지 시장 점유율 97%) 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위해 활용하는 메시지 플랫폼이지만 카카오톡이 먹통이 돼 발생한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나아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서비스 '카카오 i 클라우드'를, 그리고 카카오홈은 가정 내 IoT 플랫폼으로 다양한 가전제품들과 연결해 조명, 난방, 에어컨 등을 제어한다. 또 카카오의 음성인식 AI 서비스 헤이카카오는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 등 '공룡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인수합병(M&A) 심사기준 개정에 나선다. 지금까진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 관련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인수해도 공정위가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행 기업결합 심사기준에선 서로 '타업종'으로 분류된 기업 간의 M&A는 시장점유율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 수익의 75%를 이자에서 얻었다는 카카오 뱅크.
금융 혁신의 메기 역할을 표방하며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의 2배 수준으로 급등했는데,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5대 시중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기준 카뱅의 개인 신용 1∼2등급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연 3.62%로 3.30%의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보다 높고, NH농협은행에 비해서는 0.76%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산업자본 대주주의 허용을 전제로 설립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법보다 더 면밀히 부적격 대주주를 걸러내야 한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연인에 대한 심사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은 점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의 한도 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완화한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인터넷은행의 실적 현황은 어떨까? ICT(정보통신기술) 중심 인터넷은행 원조로 불렸던 영국 레볼루트는 지난해 매출 2억6100만 파운드(4200억원), 영업손실 1억6800만 파운드(2700억원)를 기록했다. 기업가치는 330억 달러(38조원)를 인정받고 있지만 카카오뱅크의 매출(8042억원), 영업이익(1226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카카오뱅크가 고평가됐다는 분석 중 하나는 금리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예대마진에 의지하고 카카오페이와 시너지를 만들지 못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레볼루트는 계좌 및 카드 발급을 통한 이자·수수료를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으며 누뱅크 역시 수수료 부담이 낮은 신용카드 발급으로 성공했다. 증권·보험 등 다른 금융사업 포트폴리오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가 비교대상 은행들보다 사업실적이 우수하고 재무데이터도 투명하게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거품 논란에 휘말린 것은 글로벌 사업 기대감이 아직 낮아서다.
카카오뱅크도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윤호영 대표는 7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권 몇 개 기업이 우리에게 조인트벤처(JV) 형식으로 모바일뱅크 설립을 제안한 적 있다”며 “지금까지 자본 한계와 국내 사업 치중으로 이 같은 제안에 응하지 어려웠지만 다시 온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대형 금융지주 대비 낮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공모가에 상장하면서 거품 논란을 빚고 있다”며 “해외 인터넷은행도 소재국 이외 진출국가에서 도전자 신세인 만큼 카카오뱅크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면 현 시총이 합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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