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전자는 5일 휴대폰 사업 종료를 공시했다.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 되고 있다. 엘지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이 회사가 스스로 밝힌 사업 종료 이유이다. 자기 고백인 셈이다.
모바일 부분 매출은 2016년 11조7218억원에서 2020년 5조2171억원으로 5년 새 반토막났다. 수익성도 크게 악화돼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5년9개월) 연속 영업 적자를 이어갔다.
엘지전자가 사업 축소, 매각, 시장 철수라는 세가지 선택지 중 시장 철수를 택한 배경도 주목된다. 고용 유지와 함께 핵심 모바일 기술 보유를 의식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종료 이후에도 구매 고객 및 기존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 서비스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또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하기로 했다. 다만 앞서 출시를 예고했던 롤러블 스마트폰 생산은 하지 않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 LG는 최고 수준의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였다"면서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LG전자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전기차 부품 솔루션 공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서 "애플 등 거대 테크기업이나 '스마트' 전기차를 생산하려 하는 전통적 자동차 제조업체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한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이 주력 시장이었다. 이에 유럽과 한국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고 동남아 시장은 중저가 브랜드인 중국의 오포(OPPO)가 대체할 것으로 이 매체는 전망했다.
LG전자 휴대전화는 한때 노키아와 삼성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뒤 스마트폰으로 흐름이 완전히 바뀔 때, 피처폰의 성공에 젖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패착이었습니다.
LG는 반전을 위해 변신 로봇처럼 모듈을 바꿔 끼는 G5와 화면을 돌리는 형태의 새로운 폼팩터, 윙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삼성과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흔들렸습니다.
이후 LG전자는 사업 매각을 위해 베트남 빈그룹, 독일 자동차그룹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으나 접점에 이르지는 못했다.
LG전자는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한 뒤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기도했으나,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 규모는 5조원에 달했다.
오랫동안 쌓아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또한 LG전자는 MC사업본부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한다. 이를 위해 해당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LG전자 타 사업본부 및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할 계획이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LG전자는 2025년경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LG전자측은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 사물, 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 Ambient IoE) 시대를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고,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한바 있다.
현재 LG전자 주가가 지난 2008년 고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모바일 사업에 따른 실적효과가 클 경우 고점 돌파 내지는 새로운 단계의 주가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증권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그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실적과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따라 순부채 감소효과 등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기존 30조9000억원에서 33조8000억원으로 변경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중단으로 올해 LG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기존 68조9000억원에서 65조9000억원으로 감소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기존 3조6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증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됐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목표주가 22만 원을 제시하며 "MC 사업부문 생산, 판매 종료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영업적자가 해소될 것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가전과 전장부품, B2B 등에 대한 투자확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매각이 아닌 철수로 결정한 배경은 글로벌 선두권의 통신 특허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며 "향후 6G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통신 역량을 IoT, AI, 커넥티드카, 로봇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계획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마트폰 사업 종료와 별개로 6G 등 핵심 모바일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지속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미래 사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구광모 LG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함께 LG전자의 사업 구조 재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반 가전과 전장 사업, 로봇 사업을 포함한 기업 간 거래(B2B) 등 미래 지향적인 신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이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이 치고 올라오며 삼성전자, 한국 스마트폰 생태계의 위기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연간 스마트폰 2000만~3000만대를 판매하던 LG전자의 사업 철수는 국내 스마트폰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국내 부품·소재 협력사들에는 대형 고객사가 삼성전자만 남았는데 삼성마저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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