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사익 추구 행위를 방지하는 ‘공직자의 이해관계충돌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의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013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지 약 8년 만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같은 부정부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취지지만 시간에 쫓겨 졸속처리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해충돌방지법상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사적 이익과 공적 의무·책임이 서로 부딪히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이해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의무 △고위공직자 임용 전 3년간 민간 업무활동 내역 공개 △취득이익 몰수 및 추징 등 처벌 규정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재산상의 이익 취득 금지 규정 등을 담고 있다
LH 5법(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동산거래법) 중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 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 3개 법안만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가 이뤄졌지만,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적용 범위를 놓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도 부랴부랴 관련 후속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 특별검사(특검), 국정조사(국조), 그리고 고위 공무원과 시군구청장 등 선출직 전수조사, 이해충돌방지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제 목에 방울 달기’가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시민단체들의 비판처럼, 의원들의 직무유기가 공직자들을 부동산 투기꾼으로 키운 측면이 크다. 지난 2013년 김영란법안에 이해충돌방지규정이 있었지만 정치권과 국회가 이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 이해충돌방지법을 따로 입법화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때마다 이를 외면했고 방치했으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지난해 박덕흠, 윤창현, 윤영찬, 추혜선, 손혜원, 전봉민 등등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의 이해충돌문제가 정치권의 논란으로 연일 오르내리며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그때마다 제식구 감싸기, 탈당으로 꼬리 자르기, 대안없는 정쟁으로 이해충돌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을 관련법 제정을 외면하며 실기했다. 김영란법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게 2013년이다.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통과됐다면 지난해 등장했던 여야 불문의 이해충돌 그리고 이번 LH사태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선진국의 입법례를 볼 때, 이해충돌이란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닌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1962년 제정된 미국의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를 위반하면 고의성이 없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을, 고의성이 있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정도로 강력하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도 각각 법적 장치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처음 LH공직자들의 투기 문제를 제기한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이해충돌방지 국회법 개정>, <공공주택특별법 개정>, <공직자윤리법 개정>, <(가칭)투기이익환수법 제⋅개정>으로 구성된 <공직자 이해충돌과 투기방지를 위한 5대 입법>을 촉구했습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이 빠졌다. 특히 언론사 임직원은 우리 사회에서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고, 이해충돌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집단이다. 그런데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문가 4명의 의견을 물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언론인, 교직원을 적용 대상에 넣을 경우 의무 규정 부여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들에게) 고위공직자와 같은 수준의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게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법을 기본법으로 해 각 업역에서 이해 충돌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포함시킬 경우 이해 충돌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며 "이 법이 제정된다면 이해충돌 관련 기본법적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기초를 해 개별 업역에서 (이해충돌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범위를 좁혀도 의미있다"고 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민주당이 'LH 방지 5법' 가운데 하나로 추진 중인 제정안이다. 2013년 처음 발의된 이 법안은 지난 8년 간 여러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를 거듭했다.
21대 국회에는 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제출한 이해충돌방지법이 상임위에 계류돼있는 상태다. 정부안의 주요 내용은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 및 회피, 이해관계자 기피 의무 부여 고위공직자 임용 전 3년간 민간부분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 ▲취득이익 몰수 및 추징 ▲공직자 직무 관련 활동 제한 ▲직무상 비밀이용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등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원회는 지난 18일에 이어 23일 회의를 열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심사했다. 쟁점은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범위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할지 등이었다.
하지만 법안 심사 속도를 두고 여야의 이견이 계속됐다.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오늘 소위에서 최대한 논의하고 의결하자”고 말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너무 속도가 빠르다. 새로 만드는 법이니 신중히 처리하자”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안소위 논의는 이해충돌방지법의 3월 내 처리를 가늠하는 분수령이다. 법안소위에서 의결돼야 곧장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24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공직자가 이해관계가 겹치는 업무를 맡게 된 경우 즉시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직무 회피를 신청해야한다. 직무관련자에게 사적으로 조언·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 등 외부 활동도 금지한다.
특히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이를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한편,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이 내려진다.
법안이 직위를 이용한 사익 추구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이번 LH 투기 사태와 같은 부정행위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이후 한 차례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법안 적용 대상에 공직자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포함될 수 있어 처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투기·부패방지 5법' 중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 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 3개 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LH 사태와 같은 공직자의 투기행위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들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5법 가운데 아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이해충돌 방지법과 부동산거래법에 대해서도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해충돌 방지법의 경우 국회의원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이미 대부분 내용이 합의돼 상임위 의결만을 앞두고 있다.
다만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경우 아직 정무위 소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이달 중에 본회의를 한 차례 더 열어 이해충돌 방지법과 부동산거래법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야당이 거부할 경우 단독 처리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4일 오후 4시 국민 1700명 중 84.8%인 1428명이 이해충돌 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본회의가 진행 중인 이날 현재까지도 이해충돌방지법안은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달 안에 법을 통과시키려면 정무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법 제정이 불투명해지자 권익위는 오는 30일까지로 예정된 조사 결과를 이례적으로 중간에 발표했다. 조사 주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 방지를 위한 법 제정의 시급성과 효과성 등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LH 5법 중 3개 법안을 처리했다.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나 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50억원 이상의 투기 이익을 거둘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공공주택특별법, LH 임직원뿐 아니라 10년 내 퇴직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가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얻은 이익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는 LH법 개정안 등이다. 다만 이날 통과된 법안은 이번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LH 5법 핵심으로 꼽혔던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날 본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전 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적용대상과 관련, “전국 모든 공무원을 포함해 국회의원, 시·도의원, 공기업 등 약 200만 명의 공직자에게 적용된다”면서 “특히 고위공직자에게는 더욱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또 “공직자는 법에 정한 대로 사전 신고하고 직무를 회피하면 공무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서 “청탁금지법처럼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공무수행에 있어 훨씬 편리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여야가 합의한 국회의원 전수조사 주체를 묻는 말에는 “반부패 정책을 총괄하고 이해충돌 관련 공무원 행동강령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가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오랫동안 부재했다는 것이 (이번 LH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며 “이해충돌방지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나 문제 해결의 최소조건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업무 상 알게 된 미공개정보를 사용해 이익을 누린 공직자는 물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제3자도 처벌받게 해야 한다”며 “불법 이익은 환수·몰수돼야 한다는 내용도 법안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