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역시 "성장 가능성은 쿠팡이 더 높지만, 거래액으로 따져보면 네이버 커머스가 쿠팡보다 오히려 규모가 크다"며 "다수 이커머스 기업이 경쟁하는 환경에서 쿠팡이 성장성만 갖고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국내 유통업계에도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25.6% 상향 조정한 54만원으로 제시했다. 네이버가 갖고 있는 커머스 사업 부문의 가치를 재평가한 결과다.
정호윤 연구원은 "쿠팡으로 인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가치가 재조명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네이버 쇼핑의 가치에 대해서도 새롭게 고민해 볼 필요가 생겼다"며 "쿠팡의 시가총액이 2020년 거래액 대비로는 4배 이상이기 때문에 이에 비하면 (네이버쇼핑은) 현저한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쿠팡의 성공적인 데뷔에 마켓컬리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마켓컬리는 연내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증시를 포함한 다양한 시장이 검토되고 있다. 쿠팡이 예고한 대규모 투자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 적자를 감안하고도 투자금을 쏟아부어 온 것은 '승자 독식 구조'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전 덩치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상장을 결심한 이유로 보인다.
티몬과 11번가도 국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티몬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해 왔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전인천 재무부문장(부사장)도 선임했다. 티몬이 상장하면 국내 이커머스 기업으로는 국내 증시에 첫 상장하는 사례가 된다.
공룡 매물 이베이코리아도 주요 변수다. 이 회사의 인수자금은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당초 이 금액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다. 최근의 온라인 시장 트렌드가 신선식품 배송, 물류인프라 구축에 방점이 찍힌 것에 비하면 단순중개플랫폼에 그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모가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가 72조원까지 매겨지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유통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유력 인수 후보로는 카카오가 거론된다. 네이버-신세계-CJ대한통운의 연합에 맞서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려면 쇼핑 부문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안 쓰는 이가 드문 카카오톡에 쇼핑탭이 생긴다면 유통업계의 신흥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나 배달 애플리케이션 2위 요기요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인수·합병(M&A)에 대해 "옳은 판단이라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하는 편"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네이버와 지분 교환 방식을 포함한 제휴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세계의 인수 가능성도 줄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지분 교환 규모는 약 1천500억~2천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지분 교환이 이루어진다면 온·오프라인 판매, 오프라인 물류 거점화,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이커머스 업계 내 완전체 모델을 완성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베이코리아를 놓고 사실상 롯데그룹과 카카오의 이파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 모습이다.
11번가는 지난달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인 '바로고'의 지분 약 7.2%를 250억 원에 인수했다. 바로고는 국내 1000여 개의 허브에 5만5000여 명의 배송 기사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11번가는 바로고의 근거리 물류망과 도심 거점 물류 등을 통해 차별화된 배송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11번가는 작년 12월에도 전국에 물류센터를 둔 우정사업본부와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올해 상반기 중 우체국 물류센터를 활용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를 통해 자정까지 주문된 상품은 익일배송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도 지난달부터 물류 기업 '로지스밸리'와 협력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오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그날 오후에, 오후에 주문하면 저녁,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에 받을 수 있는 배송 서비스 '와써'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네이버도 지난해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작년 10월 CJ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상호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CJ대한통운과는 3000억 원 규모의 상호 지분을 교환하면서 CJ대한통운의 지분 7.85%를 확보했다.
롯데마트는 1998년 회사가 설립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사원부터 부장까지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중이다. 호텔롯데도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만큼, 재계 5위 롯데는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 출범 이후 롯데 쇼핑몰 거래액 추이는 상대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2분기 거래액은 1조8000억원대로 1분기 대비 1000억원가량 줄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유통가 빅 이벤트가 있었던 4분기에서야 겨우 2조2000억원대로 올라섰다. 결국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에 그쳤다.
쇼핑에서는 미국 월마트식 전략을 강화한다. 월마트 방식은 기존 오프라인 대형마트 인프라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 이곳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인근 매장에서 픽업하는 식이다. 쿠팡과 같은 온라인몰 중심 기업은 실행하기 어려운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도입한 이런 점포(세미다크스토어)를 올해까지 29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쿠팡은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격적 투자 정책을 통해 외형을 빠르게 키워왔다. 누적 적자가 41억1800만 달러(4조5430억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매출도 13조24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최대 e커머스 기업으로 우뚝 섰다.
여기에 네이버는 최근 이마트와 지분을 교환해 온라인쇼핑 사업 강화에 나선다. 네이버가 지난해 CJ그룹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6000억원대 주식을 교환했던 방식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했지만 협약 논의 사실을 부인하진 않았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과 손 잡고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목표로 전략을 짰다. 아마존의 직구 상품을 11번가에서 구매하도록 해 구매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아마존이 11번가 기업공개를 통한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은 만큼 '아마존 프라임' 도입 등 추가 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네이버와 협력회사들의 라스트마일 서비스 그림도 그려진다. 네이버는 이미 생각대로나 부릉같은 물류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해주는 라스트마일의 수요가 커지면서 이마트와 CJ대한통운과의 배송 서비스에 네이버가 대주주인 물류 스타트업이 올라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SSG닷컴도 이런 방식으로 오픈마켓 전략을 짤 것이란 관측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과 제휴해 SSG닷컴에서 상품을 팔고, 이마트 점포에서 상품을 교환하거나 픽업하는 서비스
를 제공하는 식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난 것도 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쿠팡이 이커머스 최대 규모로 짓고 있는 대구 국가산단센터를 비롯해 대전과 광주 등 전국 요지에 건설중인 물류센터 5~6곳은 대부분 콜드체인과 냉동 시설을 갖추게 된다.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쿠팡의 조달 금액 4조 원은 수도권 지역에 A급 물류센터를 약 14개 이상 건설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봤다.
실제 쿠팡도 조달 자금으로 사용처에 대한 힌트를 남겨놨다. 지난달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IPO 신고서에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포기할 계획”이라며 “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해 상품군 확대와 마케팅 채널 확장, 물류센터 시설 확장 등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내놨다.
SSG닷컴 역시 추가 물류센터 부지를 계속 물색하는 한편 전국의 이마트 점포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이마트 141개 점포 중 110곳에 있는 ‘PP(Picking & Packing) 센터’가 배송 물류 서비스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목표는 5년 내 7개 물류센터를 추가하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을 염두에 두고 4호 물류센터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최근 국내 최대 신선물류센터인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해 평균 주문 처리량인 9만 건의 2배 가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생산 능력을 키워놨다. 전국 사업보다는 수도권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2022년 가동될 충북 진천의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메가허브 3층에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센터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 안에 ‘카카오쇼핑’ 탭이 생긴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주요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앱 하단에 ‘카카오쇼핑’이라는 탭을 별도로 만든다고 밝혔다. 해당 탭은 뉴스, 카카오TV 등이 있는 ‘샵(#)탭’과 기타 기능인 ‘더보기탭’ 사이에 새로 생긴다. 그동안 ‘더보기탭’을 클릭한 뒤 이용할 수 있었던 선물하기, 쇼핑하기 등의 카카오커머스의 서비스를 모아 별도로 분리한 것이다.
쿠팡이 로켓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류센터 확충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물류 분야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한 '초격차 전략'을 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일단 서울을 제외한 전국 7개 지역에 풀필먼트 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8억7000만 달러(약 1조원)로 예상된다.
현재 로켓배송 서비스가 운영되는 지역은 현재 70%에 그친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투입해 전국 어디서든 로켓배송을 받아볼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신사업에 자금을 베팅(veting)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달 앱 사업인 쿠팡이츠가 대표적이다. 현재 배달 앱 3위 사업자로 올라선 쿠팡이츠는 현재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과 대전·울산에 이어 충북·전남 등으로 영토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서비스망 확보를 위해서는 배달인력 수급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간 쿠팡이츠는 '배달인력 확대' 전략으로 배달 수수료 인상 정책을 펴온 점을 고려할 때 자금 투입은 필수적이다. 사업 초기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 비용도 필요하다.
작년 12월에 첫선을 보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사업에 힘을 실기 위해서 경쟁력 높은 콘텐츠 확보에도 자금을 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는 이미 유통 업계의 숨은 강자다. 자회사로 카카오커머스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 등을 통해 소리 소문 없이 유통영역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커머스는 향후 카카오쇼핑을 통해 개인의 쇼핑 경험과 취향을 반영한 개인화 추천 기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주요 사업 변곡점마다 인수·합병으로 급성장해 온 전례가 있어 업계에선 또다시 승부수를 띄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수조 원에 달하는 빅딜을 통해 거대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카카오커머스의 지난해 거래액은 이미 SSG닷컴의 4조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5%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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