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 일몰제 등을 요구하며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와 함께 공권력 투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물연대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 다시 총파업을 벌인 이유는 안전운임 일몰제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해줬던 제도지만 일몰제로 인해 올해 폐지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경유는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는 등 화물 노동자들의 유류비 지출이 커지고 있다. 만약 관련 법 개정 없이 그대로 제도가 사라진다면 적정임금 보장이 안 된다는 게 노동자 측 설명이다.
지난 2일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국토부)와 1차 교섭을 가지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 가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측은 “국토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화주·운수사 단체와 함께 화물연대 집단행동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며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며 더 나아가 도로 위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화물노동자 42만명 가운데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은 약 6% 정도로 크지 않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다루는 품목은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는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 등에 몰려 있다. 이미 국내 소주업체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소주 발주를 제한받는 상황이다.
지난 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불법행위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공권력 투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화물연대의 파업이 불법성을 보일 경우 현장 검거 등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내륙컨테이너기지(ICD)와 평택항, 기타 사업장에 경찰력 16개 중대 1200여명 배치할 계획이다.
물류 대란 얘기는 반만 맞는다고 해야겠습니다. 내일부터 당장 일반 시민, 소비자에게 직접 어떤 영향이 와 닿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11월에도 파업은 있었습니다. 그때는 일부만 참여한 경고성 파업이었는데, 명분은 '안전운임제 확대'로 그때도 같았습니다.
이건 최근 들어서 요구하는 게 아니라요, 2003년에 화물연대 결성됐을 때부터 20년 가까이 된 주장입니다.
5년 전에 벌어진 경남 창원 터널 트럭사고를 많이 얘기하는데요. 화물차가 과속했고, 과적했습니다. 3명이 당시 숨졌습니다. 이런 일 막으려면 인건비, 기름값 포함해서 적정 운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게 화물차 기사들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6개월 뒤에 제도가 사라지니까, 이번에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를 옮기는 차량만 이 제도 적용을 받습니다. 전체 5% 정도인데, 이번 파업에는 다른 차량 운전하는 기사들도 참여합니다.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또 적용 대상도 전체 화물차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토부가 오늘 오후 늦게 내놓은 자료인데요, 제목부터 '불법 집단행동', '엄정 대처' 이렇게 돼 있습니다. 또 정부는 '파업'이란 말 대신 '집단 운송거부'라고 규정합니다. 화물차 기사들은 화주와 법적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 노동자도 아니고 노조도, 파업도 아예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화물연대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전차종·전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및 산재보험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안전운임제는 안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도를 전품목과 전차종으로 확대해 유가폭등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법이 발의됐음에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으며 새 정부 역시 일몰제 폐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화물연대 측의 주장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40404
안전운임제'가 오는 12월 31일을 기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노동자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로 과로와 과적, 과속을 막기 위해 시행된 화물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제다.
이 제도는 2018년 국회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화주와 운수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하는 대신 화물기사와 운수사업자·화주·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인건비·감가상각, 유류비·부품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전운송원가와 안전운임을 결정하도록 설계됐다.
- 투쟁을 통해 화물노동자의 권리 확대를 이룬 건데, 다시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2000원대 경유값 때문인가?
"굉장히 힘들다. 대형차 기준으로, 경유값 인상분만 따졌을 때 한 달에 추가로 더 들어가는 비용이 한 280만 원 정도 된다. 평균 기름값만 따졌을 때 그런 거다. 바꿔 말하면 기존에 한 달에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 벌던 노동자가 자기가 번 만큼 기름값을 더 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운행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장거리는 특히 기름 소모가 더 큰데, 기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운반비는 그대로다. 화물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만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에서 기름값 잡는다고 유류세 30% 인하 등의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기존 345원 54전을 받고 있던 유가보조금이 159원 삭감됐다. 화주나 운송업체는 이미 화물기사들이 유가보조금을 받는다고 그만큼의 운반비를 깎은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유가보조금도 삭감되고 운송료도 삭감된 거다. 기사들 사이에서 차라리 유가보조금 주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조사해 발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컨테이너 화주 43.5%와 시멘트 화주 80%가 안전운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컨테이너 차주(화물노동자)와 시멘트 차주(화물노동자)는 각각 94.3%, 84%가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게다가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안전운임제'도 난제이다. 화물연대는 파업철회 조건으로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를 내걸었다. 안전운임제는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해 화물차주의 적정운임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또한 화주·운수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하고 운행에 따른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 탓에 화물기사들이 과로·과속·과적 운행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면 도로 안전도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법 통과 과정에서 화주·운수사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한 탓에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만 한시 시행’한다는 ‘일몰조항’이 포함됐다. 적용되는 차종·품목도 ‘특수자동차로 운송하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으로 한정됐다.
화물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사실상 국회가 안전운임제을 개정할 수 있는 시한은 올해 3월까지였다. 안전운임제 일몰기한은 올해 말이지만 2023년에 적용될 안전운임 산정·고시를 위해서는 적어도 올해 3월까지 법이 개정됐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미 시한을 넘겨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뀌었다.
정부와 국회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앞둔 시점에서 이미 예견됐던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화물연대 측도 무고한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태만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연대 출범이후부터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안전운임제 안착과 확대 노력을 기울여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정식 시행을 이뤘다. 특히 최근의 유가 급등상황에서도 안전운임이 시행되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등 2품목의 경우 유가연동 적용으로 인상된 유가만큼의 운송료 보장을 받았다. 여기다 안전운임제는 시행 시작부터 그동안 육상운송시장의 문제로 지적되던 과로, 과속, 과적을 현격히 감소시키는 등 제도의 목적을 실현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제도가 3년 일몰제로 시행되면서, 일몰제폐지가 결정되지 못하면 향후 7개월 후 사라질 예정이라는 점이다. 여기다 내년도 안전운임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위원회조차 화주단체들이 참여하지 않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위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조오섭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으나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 계류되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윤석열 정부 역시 규제완화 기조를 표방, 일몰제 폐지에 소극적인 태도여서 마지막 카드인 총파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운행 안전 확보, 사용자단체가 주장하는 합리적 물류비용 책정을 통한 수출경쟁력 유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런 점에서 노사갈등 조정에 소극적으로 임해 갈등을 키운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적지 않다. 지난해 1월 국회에서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은 1년이 넘도록 상임위에 계류 중이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는 화물연대와 TF 구성을 통한 제도 재논의를 주장하는 사용자 측과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파업이 예고된 만큼 이번 사태는 새 정부가 노동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노사 간 접점을 줄이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 화물연대 역시 새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 전략 차원에서 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노사정의 유연한 대처와 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http://www.redian.org/archive/137305
안전운임제는 최저임금제도와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안전운임제의 목적이다. 최저임금 제도와 달리 안전운임제는 소득수준 보장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 제고도 주요 목표로 삼는다. 화사법은 안전운임을 “화물 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2)으로 정의하여 과도하게 낮은 운임이 위험한 운전행위를 유도하여 화물차 사고의 위험성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적정운임 보장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운임과 도로안전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해외연구는 풍부하다. 이는 특히 호주의 안전운임제 도입을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됐다. 최근에는 국내 화물운송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이광훈과 김태승은 한국 화물운송시장의 대표차종인 일반 카고형 차량 관련 자료를 이용한 회귀분석을 통해 운임이 1만원 상승할 때 사고발생횟수가 3.19% 감소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3)
두 번째 차이는 최저임금제와 달리 안전운임제는 대기업의 공동부담을 강제하는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 화사법에 따라 안전운임위원회는 운수사업자가 화물차주(특수고용 화물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운임(‘안전위탁운임’)뿐 아니라 도로운수 다단계 하청구조의 정점에 있는 최종 운수서비스 구매자인 화주가 운수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운임(‘안전운송운임’)도 결정한다.
화주보다 영세한 운수사업자가 운영비용에 더한 적정이윤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안전위탁운임을 지급해야 하는 운수사업자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다. 물론 안전운임 지급 능력이 없는 중간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켜 하청의 단계(운송서비스의 거래단계 또는 공급사슬의 단계)를 축소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중간업체의 퇴출이 이루어진다면 도로화물시장에 만연한 중간착취의 해소뿐 아니라 안전사고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광훈과 김태승의 분석에 의하면 운송서비스의 거래단계가 한 단계로 늘어나면 사고발생횟수는 30.7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안전운임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최근 10년 동안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많아지고 있다. 사회·경제적 맥락과 도로운송시장 구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현재 호주와 캐나다, 미국의 일부 주, 그리고 네덜란드 전국 차원에서 안전운임제, 혹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