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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삶과 죽음에 대한 마지막 인생 수업이 시대의 대표지성 이어령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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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고 있었거나, 그의 이전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 건 전혀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 대학원 생활에 잠시 눈을 돌리고자 오랜만에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동기가 이 책을 읽는 것을 보았고, 이어령이라는 이름이 눈에 익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 지인이, 지금은 고인이 된 이어령 작가에 대한 추모글을 올린 것이 떠올랐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없으면서도, 내 주위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나에게 각인시킨 것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이어령 작가의 제자라고 하는 김지수 저자가 그를 인터뷰하며 남긴 기록들이다. 김지수 저자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로 유명하다고 했다. 제자와 스승이라는 관계와 죽음을 앞둔 스승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채워진 책은 담담히 이어령 작가의 삶과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뷰어인 김지수 저자가 인터뷰를 이끌어 나가며 질문이 아닌 대화를 한다는 점에서 그 형식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선한 인간이 이긴다는 것, 믿으라” 이어령, 넥스트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선한 인간이 이긴다는 것, 믿으라 이어령, 넥스트 생은 선물, 죽음은 탄생의 그 자리 변함 없어 진짜 죽음은 슬픔 저 너머에, 이어령식 작별인사 하늘에 별처럼, 자기 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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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동기가 이 책을 추천하면서 살짝 걱정하는 뜻으로, 기독교적인 가치관들이 드러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써 그 책 자체가 포교의 목적이 느껴진다면 당연히 거부감을 느꼈을터이다. 하지만 이어령 작가의 기독교적인 신앙은 본인 개인의 가치관이자 하나의 영역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또한 그 내용 자체가 주를 이루고 있지도 않다. 그의 삶과 가치에서 기독교라는 종교가 가진 영향을 읊을뿐. 이 점이 오히려 그의 말들이 좀 더 몽글몽글하게 느껴지게 했다.

암 투병을 하고 있으며 시한부의 삶을 선택한 이어령 작가는, 죽음에 저항하며 치료를 받으려 하기 보다는 그 죽음에 몸을 맡기고 항암제가 가져다 줄 기적의 치료보다 담담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것이라고 느껴진 대목이었다. 철부지 같은 꿈이었겠지만, 아니, 아마 지금도 원하고 있을지 모르는 나에게 가장 이상적인 죽음은 침대에서 자연스레 잠들며 떠나는 것이었다. 죽음을 미리 아는 것이 너무 두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었다. 준비된 죽음이야말로 가장 온전한 죽음이겠구나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본인에게도 남은 이들에게도 황망하고 서글프다. 암이라는 질병에 걸린 것이, 그리고 그것이 치료될수 없다는 사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어쩌면은 행운적인 죽음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어령 작가처럼 자신의 삶과 생각을 명확히 가지고 그것을 남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이라면 죽음이 어쩌면 그렇게 허무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이상한 부러움을 느꼈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겠다는 선언이구나를 깨닫게 했다. 어렸을 때 부터 줄곧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없는 질문을 가지고 있었던 난, 그 답을 찾아가는게 삶이다라는 자전적 결론을 내렸다. 삶의 이유가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핵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어령 작가의 삶과 나의 삶은 다르겠지만, 단 하나 그의 삶을 보아 내가 원하는바가 있다면, 그처럼 끊임없이 사유하고 호기심을 잃지 않은체 삶을 이어나고 싶다는 점이다. 대학원생이자 취업준비생인 나에게 당장의 불안은, 시험성적과 장학금 그리고 취업이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이 앞에서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과정일뿐일 것이다. 눈을 감기전 나는 그때, 성적을 잘 받지 못해 장학금을 놓친 것을 후회할까? 아니면 성공적인 취업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죽음을 떠올리며 사는 삶이 그 반대말인 살아감을 더 선명히 해준다.

나의 죽음 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할 때 나의 감정을 그려보면 그 대상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도 떠오른다. 그렇게 죽음은 사라지는 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이고 나아갈 길의 나침반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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