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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한국에서만 살아남은 이유

<8> 전세제도의 기원과 의미 100년 가까이 가장 대중적인 임대계약 형태로 자리잡은 전세제도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른 나라처럼 월세가 대세로 자리잡으며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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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탄탄한 금융시스템을 갖춘 나라 중에 전세가 운영되는 사례는 없다. 볼리비아에 안티크레티코(anticretico)나 인도의 보기(bogey)ㆍ거비(girvy)를 비롯해 모로코와 콜롬비아에도 전세와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금융제도가 취약한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드문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없어지는 게 자연스럽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됐음에도 전세가 살아남은 이유를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전세가 아주 희귀한 제도는 아니었다. 전세의 원조는 15세기 메소포타미아 시대 안티크레시스(antichresis)를 꼽을 수 있다. 안티크레시스의 사전적 의미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부동산을 점유하고 원리금 대신 해당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취하는 계약’이다.

 

 

전세(傳貰)라는 말이 본격 등장한 것은 개화기 때였다. 전세의 전신인 가사전당(家舍典當)의 최초기록은 서울대 규장각 고문서에서 발견되는데 조선후기인 1898년 10월 고생원과 이생원의 종들 사이에 체결된 것이었다.

윤대성 창원대 교수는 1876년 강화도계약 체결로 부산, 인천, 원산이 개항하면서 주택수요가 급증해 전세계약이 활발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시골에서 전답을 팔아 서울로 올라온 경우 당장 수입은 없지만 일정한 목돈을 가지고 있었고, 집을 가진 상인들은 월세 대신 전세보증금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쓰는 것이 훨씬 유용했을 것이란 이유다.

조선총독부가 1913년에 발간한 <관습조사보고서>에 공식적인 ‘전세’기록이 나오는데 기간은 지방은 1년, 한성부는 통상 100일이었다고 한다.

 

임대차계약이면서 사금융의 일종인 전세제도가 유독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그 만큼 장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사회초년생 시절 월세로 살며 목돈을 모아 전셋집을 얻은 후 점차 늘어난 전세금을 종잣돈 삼아 내 집 마련을 하는 식이다.

전세가 없는 나라에선 월세로 살다 장기대출인 모기지(Mortgage)를 이용해 자가를 마련하는 것이 보통이다. 명목상 자기집이지만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내야 하므로 시세차익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제외하면 임대주택에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집을 잃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시세차익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전세제도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다. 확정일자제도와 보증보험을 통해 위험을 제거할 수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전세가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엔 확정일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보증보험을 들지 않았다면 전세금 전액을 돌려받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최근 들어서는 전세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원흉이라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갭)가 작은 경우엔 적은 돈으로도 여러 채를 사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갭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전세를 이용한 갭투자는 전세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며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일조하는 순기능도 있다. 다만 갭투자가 많은 상황에서 주택시장에 충격이 오면 임차인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전세가가 폭락하면 전세보증금을 제때에 반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제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유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또 전세가가 오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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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서는 전세가 이처럼 일반화되었을까요? 한국의 집주인들이 바보라서 이런 불리한 전세 계약을 하는 것일까요? 집주인들이 ‘개념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전세 계약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집주인들이 주택가격이 꾸준히 오른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다면,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집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확보한 집을 전세로 돌림으로써 사용가치를 포기하는 대신 집값 상승분을 취하는 것이죠. 만약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없다면 월세를 꼬박꼬박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한국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남아 있는 나라입니다. 역대 통계를 봐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해는 주택 200만 호 공급의 여파로 주택가격의 안정기가 시작되던 1993년, 그리고 외환위기로 나라가 망한다는 절망감에 빠졌던 1998년의 두 해뿐이었습니다.

 

 

1970~80년대는 그야말로 내내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시기였죠. 1970년대 말에는 연간 전국 지가상승률이 50%에 달했고, 3저호황이 한창이던 1980년대 후반에도 상승률이 30%에 가까웠습니다.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 무렵 재테크의 제1원칙은 당연히 부동산이었고, 부동산을 얼마나 잘 확보하느냐에 따라 부자와 빈자가 갈렸습니다. 그러니 돈이 있는 사람은 얼른 집 한 채를 마련하고, 이 집에서 나온 전세금으로 다음 집을 사는 식으로 자산을 불렸습니다.

과거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가계대출에 매우 인색했습니다. 당시 은행은 개인에게 문턱이 매우 높았고 대출 금리도 매우 비쌌기에 은행 대출 대신 전세를 통해서 돈을 마련했고, 이 돈으로 다시 집을 사는 과정을 반복한 것입니다.

 

 

전세는 월세에 비해 비용부담이 적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만, 개인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목돈을 요구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라도 생긴다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사기 등으로 날리는 일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금융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전세가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거액의 전세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유일한 주거 선택지가 월세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임대 시장 진출은 개인에게만 쏠린 시장의 구조를 다양화할 뿐만 아니라 온갖 전근대적인 관행이 판치는 시장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창간 기획]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 어떻게 발전해왔나

두산백과사전에서 ‘전세’를 검색하면 이런 정의가 나온다. ‘전세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고유하게 발달한 관습상의 부동산, 특히 건물의 대차(貸借) 형태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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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된 1960년부터다. 부동산등기법이 만들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제도권 주택금융이 부실했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전세에 관심을 가졌다. 집값이 뛰던 시절이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적잖은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를 통해 집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결과적으로 전세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공공의 역할도 함께 했다. 최근에는 집값 하락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이 줄면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반대로 집주인들은 저금리 시대에 더 돈이 되는 월세를 선호해 앞으로 주택 임대차시장이 월세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래 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져오던 전세가 가까운 미래에는 종말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철&민 부동산백서]우리나라에만 있다?…전세는 왜 있을까

사실 앞에 겸손한 민영 종합 뉴스통신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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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자금이 부족한 서민에게 전세는 고마운 제도입니다. 월세는 다달이 돈을 지불하는 만큼 돈 모을 금액이 줄어드는데, 전세는 목돈을 묶어놓더라도 원금을 손해 보지 않고, 일정 기간의 주거 안정을 보장해주니까요.

그러나 최근 제도 악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전세 제도가 '필요악'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레버리지로 활용, '갭투자'를 위한 수단이 되는가 하면,전세자금 대출을 악용한 '먹튀'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 때문입니다.

 

 

2018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 갭투자로 최소 50여 채가 넘는 빌라를 소유한 집주인이 하루아침에 잠적해버린 '화곡동 빌라 임대차 사건'도 악용 사례죠.

 현금 많은 부자가 일부러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고 세금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전셋집에 들어가서 현금을 쌓아놓고 조세 피난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서 임대인이 굳이 전세를 놓아야 할 이유가 없죠. 차라리 월세를 놓고 적지만 매달 수입을 기대하는 게 낫습니다. 그렇다고 집주인에게 저렴한 전세 내놓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요.

 

 

 최근 정부는 실거주 외 주택 세 부담을 강화하는 등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세 매물의 다수를 차지했던 '갭투자'가 사실상 막혔죠. 전세를 놓을 집 자체가 줄어들게 된 셈입니다.

특히 ‘전세계약’이라는 한국 부동산 시장만의 왜곡을 용인한 채, 또 다른 왜곡을 가하는 정책들로 오히려 화를 더 키울까 우려된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는 전세계약이 없다. 세입자들은 사용가치로 결정되는 일정액의 월세를 매달 혹은 몇달치씩 미리 낼 뿐이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계약하에서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이라는 거액의 돈을 마련하여 집주인에게 전달하고,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재투자함으로써 월세보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상대적으로 덜 부유한 세입자가 거액의 빚을 내어,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집주인의 투자 자금을 지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잇단 신도시 개발 등으로 서울 근교 지역의 전세 수요는 분산되거나 약화된다. 전세보증금으로 4억원을 대출받아 서울 근교에 전셋집을 마련한 흙수저 신혼부부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자비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까지 가입한다. 반면 교육과 교통 등이 잘 발달되고, 더 이상 신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전세 수요가 몰리는 강남지역의 아파트를 증여받은 금수저 자녀들은 전세가를 올리며 수익을 얻는다.

 

 

그렇다면 전세계약이라는 우리만의 구조적 모순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전세제도하에서 세입자는 목돈을 빌려주는 사람이고 집주인은 목돈을 빌려가는 사람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못 돌려받을까 봐 반환보증보험을 가입하는 것보다, 돈을 빌려가는 사람이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 순리다.

또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입자들이 빚으로 떠안은 전세자금대출을,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을 받아서 갚아주도록 해야 한다. 빚의 명의를 그 빚의 실소유주 명의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시장 유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까 우려된다면,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전세자금대출 상계로 그 용도와 금액을 제한하면 된다. 이 밖에 월세계약 시 각종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여 월세계약으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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