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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하게 많이 접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제도인지 그리고 그 핵심이 거래시장은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의해 기획된 포스팅. 특히 최근에 본 다큐에서 탄소배출권 자체가 기업들에게 오염시킬 권리, 즉 돈을 주고 권리를 구매했으므로 혹은 할당받았으므로 이만큼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다.

기업들 스스로가 탄소배출에 대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상품의 포장부터 생산과정 그리고 유통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탄소배출을 감소할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래시장이 책임에 대한 합리화를 부여한다는 의견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한 변화는 소비자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사실 선택권이 놓여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믿고 있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애초에 할당되는데 배출권의 규모가 크다는 점으로 인해 기업들 스스로가 별도의 노력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주요 문제였다. 무역에 경제를 의존하는 한국은 단순히 환경적인 측면 뿐만아니라 경제적이 차원에서 유럽연합을 비롯한 타 국가들의 탄소국경세 도입에 명분과 경쟁력에서 약화될수 밖에 없다.

이번에 관련 내용을 정리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의 탄생배경과 우리나라의 운영현황 그리고 유럽연합의 사례를 통해 거래시장의 작동원리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서 유익한 포스팅이었다. 곧 다가오는 총선에서 기후위기 이슈에 대해서 어떤 정당이나 어떤 정책을 제시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적합한가에 대한 판단에 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탄소배출권 이해하기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체제 기틀을 형성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는 의무감축국의 온실가스 저감 활동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 기반 메커니즘인 ʻ교토메커니즘(Kyoto flexible mechanism)ʼ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탄소배출권거래(Emissions Trading)는 온실가스 배출 권리인 ʻ탄소배출권ʼ을 시장을 통해 사고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ʻ탄소배출권ʼ은 할당량(allowance) 및 크레딧(credit)을 포괄하는 개념으로1), 할당량은 국가 또는 지역 내에서 정한 온실가스 배출총량(cap)만큼 발전 설비나 생산 설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emission source)에 지급된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의미하며, 크레딧은 외부 온실가스 저감 프로젝트에 대하여 기준 전망치(BAU, Business-As -Usual)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다는 증서로서 해당 프로젝트에 지급되는 배출권을 의미한다.

한편, ʻ시장ʼ의 의미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정책에 의해 고정되기보다는 시장 내 탄소 배출권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됨을 의미한다. 이는 재화나 서비스 생산 비용에 기후변화 유발로 인한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반영시키는 한 방식으로, 정책에 의해 비용 규모가 결정되는 탄소세(carbon tax)와는 대비된다.

할당량시장은 총량제한배출권거래제도(cap-and-trade)를 채택한 의무감축국가 또는 지역 내에 형성되는 시장이며, EU ETS:European Union Emission Trading Scheme)를 필두로 형성된 시장이다. 할당량시장 내에서는 기간(phase) 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설정되며, 매년 이에 따른 배출총량(cap)이 설정된다. 배출총량은 다시 각 의무 감축 대상(에너지다소비업종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에게 할당량(allowance) 형태로 무상 지급 또는 경매되며, 각 의무 감축 주체는 한 해 동안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기간 말에 실제 배출량만큼의 할당량(allowance)을 국가에 제출(surrender)한다.

각 의무 감축 주체는 기간 말 보유한 할당량이 실제 배출량 보다 적을 시 부족분을 구매해야 하며, 보유한 할당량이 실제 배출량보다 많을 시 이를 시장에 판매하거나, 다음 해 사용을 위해 예치(banking)할 수 있다. 만일 배출량만큼 할당량을 제출하지 못한다면, 초과 배출량 1톤당 일정 금액의 벌금이 부과된다.6) 이러한 과정에서 할당량은 의무 감축 주체, 거래 중개인,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 사이에 거래되는데, 이러한 거래 시장을 할당량시장이라 한다.

 

한국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의 문제점

발전 부문에서 저감효과가 없었던 데에는 사실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배출권거래제가 발전 부문을 포함하고 있고 온실가스 저감의 유인을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기의 정산체계 때문에 저감할 인센티브를 전혀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발전사가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배출권을 사야해서 비용이 발생했다고 한다면 그것을 비용으로 인식해서 비용원가주의 원칙에 따라 정산을 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발전사가 온실가스 저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습니다.

배출권거래제가 배출량(cap)을 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배출량을 너무 느슨하게 잡으면 저감효과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배출량 설정의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이고요.

그 다음에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의 문제이자 배출권거래제의 일반적인 문제인데요, 거래량이 적습니다. 거래가 일어나면서 탄소 가격이 발견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거래량이 적으면 탄소 가격이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거래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배출권거래제를 이윤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는 단순한 온실가스 저감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GDP의 최소 3% 정도는 저감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온실가스 저감은 소등을 잘 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절약해서 달성할 수 있는 부분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90%는 기술개발에 의해서 가능한데, 민간이든 정부든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또한 너무 배출권 가격을 높게 해서 모든 업종이 높은 탄소가격을 지불해서 국제경쟁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산업인 에너지 다배출 소재산업에 있어서 그 부문을 빨리 저탄소화시킨다고 한다면 전체적으로 제조업의 탄소집약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진단과 개선방안 (에너지경제연구원, 2017)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 할당은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및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정해진다.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는 배출권거래제 하의 국가 전체 배출총량과 부문별 업종별 총량 및 배출권 할당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 국가 전체 및 부문별 업종별 배출 허용총량은 기본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로드맵과 정합성을 가지도록 설정되며, 이번 제 1차 계획기간(2015-17년)의 배출권 할당계획은 2014년 1월에 발표된 바 있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근간으로 수립되었다.

 

환경부, 제3차 국가 배출권할당계획 변경안 공청회 개최, 2023-09-13, 이데일리

"발표자로 나선 환경부 전완 기후경제과장은 “시장 기능 정상화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3차 계획 기간(2021~2025년)에 규정된 이월 기준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배출권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감축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 이월 기준을 완화하되 급격한 시장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단계적 조정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환경부는 배출권 순매도 기업과 순매수 기업에 다른 이월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다.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순매도 기업의 경우 순매도량의 3배 이내로 이월을, 해당 연도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인 순매수 기업은 전량 이월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즉 이는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기업들에 쓰고 남은 배출권 전량 이월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1. 배출권 시장 기능 평가 및 문제점

먼저 지적할 사항은 우리나라 배출권 시장의 거래 기능이 다소 미흡하였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 도입의 근본 목적은 할당량에 비해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이 보유한 잉여배출권이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으로 적절한 시장가격(초과 배출 기업의 온실가스 직접감축비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전되도록 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감축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의 운영 결과를 보면 이와 같은 배출권의 이전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 배출권 시장은 전형적인 매도자 우위의 시장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배출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무엇보다 앞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체 배출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할당배출권의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차 이행연도의 경우 전체 사전할당 배출권의 0.3%에 불과한 할당배출권이 시장에서 거래되었다

할당배출권이 원활하게 시장에 유입되지 않는 이유는 잉여배출권을 가지게 된 업체들 대부분이 잉여배출권을 시장에 판매하기 보다는 미래의 배출권 부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배출권 이월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배출권을 보유하고자 하는 이른바 ‘헷징(hedging) 수요’가 업체들이 잉여배출권 이월을 선택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여기서 미래의 리스크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가격 변동의 위험 혹은 업체 자신의 미래 배출량에 대한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인들에 좌우된다. 통상 향후 정부의 배출량 관리가 더 엄격해지고 그로 인해 사전할당량이 줄어들고 배출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에 잉여배출권을 가진 많은 업체들이 이월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출권 시장은 이러한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최근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제2차 계획기간까지 온실가스 감축경로가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하여 기존 로드맵에 비해 다소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대상업체들이 제2차 계획기간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여 배출권 이월을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보다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잉여배출권 이월을 선호하는 이유로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무상할당 대상업종 선정과 관련한 정책적 불확실성이다. 제2차 계획기간부터는 전체 배출권의 3%를 유상으로 할당하되, 법률에서 정하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전량 무상할당하도록 되어 있다. 아직 제2차 계획기간의 무상할당 대상 업종의 선정에 관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않았다.

따라서 업체들은 현재 잉여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상할당 적용 예외업종(즉, 무상할당업종)으로 선정되지 못할 경우 전체 할당량의 3%는 유상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이로 인해 업체들은 향후 유상으로 배출권을 사야 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배출권 이월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업체 배출권 담당자가 직면하는 주인-대리인 문제로 인해 잉여배출권의 적절한 이월량을 초과하여 보유할 유인이 존재한다. 업체의 미래 배출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배출권 잉여가 발생한 경우를 상정해보자. 이 경우 배출권 담당자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일정 비율은 보유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판매하는 전략을 고려한다. 그런데 배출권 담당자가 부여받은 일차적인 목표가 차질없는 의무이행에 있고 위험기피적인 선호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 최적인 배출권 이월 비율을 초과하여 과도하게 배출권을 보유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 있다.

잉여배출권의 과다한 이월 현상은 단기적으로 시장 수급을 교란시키고 배출권 가격 급등을 가져오고 배출권 부족업체들의 의도치 않은 의무불이행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장기적인 영향은 단기의 경우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잉여배출권의 과도한 축적은 장기적으로 배출권 가격에 대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크다. 낮은 배출권 가격으로 인해 시장에 적절한 탄소가격 신호가 전달되지 못할 경우 감축기술개발 및 감축노력을 저해하는 동태적 비효율성을 낳게 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개선을 위해서는 적절한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배출권 시장에서의 수급 균형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시장 수급 불균형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까닭은 배출량에 비해 많은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이 미래의 의무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대부분의 잉여배출권

을 이월하는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 인해 할당량은 적고 단 시일 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어려운 배출권 부족업체들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서 의무를 이행하려고 해도 적절한 배출권 판매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계획기간 중이라서 차입이나 외부사업실적을 활용해 의무이행에 큰 차질이 빚어지진 않았지만 차입이 불가능한 계획기간 마지막 연도에는 심각한 배출권 부족, 가격급등, 의도치 않은 의무불이행률 증대 및 그로인한 막대한 과징금 부담이라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배출권의 할당이 과거 기준연도 연평균 배출량에 따라 배분되면서 참여업체들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유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할당량이 과거 배출량에 연동될 경우 현재 계획기간의 온실가스 감축이 차기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량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노력의 일부를 미래로 이연시키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가진다. 그리고 이미 높은 효율수준에 도달하여 기존 설비에 비해 추가적인 감축 잠재량이 낮은 고효율 설비에도 동일한 조정계수가 적용됨으로써 설비 신·증설 시 고효율 설비 도입을 꺼리게 만들어 유인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요컨대 현재 우리나라 배출권 시장은 할당배출권의 과도한 이월로 인해 배출권이 적재적소에 공급되지 못함으로써 거래를 통한 감축비용부담 완화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배출권의 할당 방식은 감축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감축투자 촉진을 통한 효율성 확보의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편이다

 

배출권거래제의 유명무실의 원인과 탄소국경세

포스코 557만톤(t), 삼성전자 99만톤 등 국내 산업부문 450개 안팎의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1·2차 계획기간(2015~2020년) 동안 정부에서 할당받은 배출권(배출 가능한 온실가스양) 중 2620만톤을 남겼고, 이를 팔아 약 5600억원의 수익(추정치)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기보다는 정부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한 결과다. 이 영향으로 2015년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후 6년 동안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에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하는 비율과 배출허용 총량을 줄이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출권거래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배경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과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 등이 꼽힌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업종별 또는 부문별 배출허용 총량을 정한 뒤 이를 초과한 기업에는 초과한 양만큼의 배출권을 배출권거래시장에서 사도록 한 제도다. 반대로 할당량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할당량을 높게 설정하고 배출권의 97% 이상을 기업에 무상으로 나눠주면서 제도의 효과가 유명무실해졌다. 정부가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무료로 풍족하게 나눠준다면, 각 가정에서 종량제 봉투를 사지 않아도 되고 쓰레기를 줄일 유인이 사라져 쓰레기종량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은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100%, 2차 때(2018~2020년)는 97%였다. 3차(2021~2025년)는 90%다. 이는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요구를 정부가 반영한 결과다.

이처럼 무상할당 비율이 높다 보니 배출권거래시장에서 기업들의 배출권 수요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배출권 가격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톤당 2만5천원 정도로 낮게 형성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인들도 이와 관련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정부의 ‘추가 할당’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2016년 12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듬해 1월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을 재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에 1200만톤 등 총 1700만톤의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고도 배출권을 줄인 것이 아니라 거꾸로 늘린 것이다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럽연합(EU) 등에 견줘 한국의 유상할당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유상할당 비율은 10%에 불과하지만, 유럽연합의 유상할당 비율은 발전업종은 100%, 유상할당 업종으로 지정된 산업부문은 70%에 이른다. 유럽연합은 산업부문 유상할당을 2032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2027년부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전면 도입한다. 이 제도는 탄소배출 규제가 강한 나라가 상품을 수입할 때 해당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따져 관세를 물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10만원이고 한국이 2만5천원이라면, 유럽연합은 한국 물건을 수입할 때 탄소배출권 차액을 따져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럽에 수출되는 한국 제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단독] 온실가스 뿜어댄 기업들, 그 덕에 되레 5600억 벌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61194.html

 

국내 배출권 가격의 변화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향되어 배출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배출권 가격은 오히려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이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반까지는 주요 배출권거래제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에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되면서 주요 배출권 가격이 2~3배 이상 급격히 상승한 것과 달리, 국내 배출권 가격은 반대로 1/3 수준으로 하락하여 주요 배출권거래제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그림 1).

배출권 가격이 미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낮게 유지됨에 따라, 참여업체들은 온실가스 감축 설비 및 기술에 투자하기보다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또한 배출권 판매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도 축소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향된 상황에서 배출권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 시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배출권거래제의 가격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으며 시장 효율성이 저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배출권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 방안 https://www.kdi.re.kr/research/focusView?pub_no=18034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을 보면, 환경부는 할당 대상 업체가 배출권을 할당받기 전에 설비 투자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인정 받을 경우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투자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플랜1.5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을 너무 높게 설정했다고 봤다. 플랜1.5에 따르면 산업부문의 2015년에서 2021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1억 5000만t이다. 그러나 배출권은 22억t 수준으로 더 많게 책정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활동가는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기가 침체한 와중에도 2021~2025년 배출허용 총량을 전기 대비 3.2% 상향하면서 배출권 과잉 할당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라고 지적했다.

‘유상할당’이 너무 적은 것도 문제다. 플랜1.5에 따르면 명목상 제3차 배출권거래제 계획 기간 동안 할당 대상 업체의 유상할당 비율은 10%지만, ‘예외’에 해당하는 범위가 과도해 실제 유상할당 비율은 4.38%에 불과하다

탄소배출권은 산업계 쌈짓돈?…상위 10개기업 3000억원 챙겼다 https://m.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10091134001#c2b

 

 

탄소국경세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

2022년 6월22일 유럽연합(EU) 의회는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 바깥에서 생산한 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 9개 품목을 유럽으로 수출하려는 기업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만큼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이 수입품에 세금을 더 걷는 효과가 있어 ‘탄소세’라고도 불린다.

구체적으로는 탄소배출량 1t당 ‘탄소국경조정제도 인증서’ 1개를 구매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인증서 가격은 탄소배출권 가격과 연동하는데, 결국 탄소를 배출한 만큼 탄소배출권을 사야 유럽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23년부터 시범 실시되며 이 기간에는 기업들이 수출품의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증서 구매 의무가 시행된다.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당초 5개 품목(철강·전력·비료·알루미늄·시멘트)에만 이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의회 논의 과정에서 규제 적용 품목이 늘어났다.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부터 산업 전환 등으로 탄소감축 전략을 추진해왔다. 기업들이 저탄소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생산원가가 올라가자 정부는 수입품에도 탄소배출 규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유럽 내 규제만 강화할 경우 기업들이 역외로 생산시설을 옮길 수 있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나라의 기업들과 가격경쟁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기술’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화두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해(DAC·Direct Air Capture)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이 있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한다는 것인데 최근 들어 각광받는 기술이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오염시킬 권리’ 시장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26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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