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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라는 단어에 문제가 있다거나 개인의 능력에 따라 그 사람을 평가하고 해당하는 몫을 가져가는 것이 어떤 문제를 가질까에 대해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다만 그 능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증명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 능력을 갖추는 과정이 어쩌면 한국사회를 더 불행하게 맘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자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의 뒷 표지에 적힌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참지 못하는 한국인” 이라는 글귀 때문이었다. 불평등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가졌음에도 최근 10년간의 정치적 이슈와 더불어 늘 함께 화두되는 불공정에 대해서 사회적인 차원에서 두 주제를 연결시켜 생각해보지 못했다.

불평등은 어쩔수 없는 숙명이자 개인의 노력부재로 치부하며 쉽게 납득하는 모습과는 달리 불공정에는 불같이 달려들며 적극적 사회 구성원으로써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대답을 저자는 #능력주의 를 그 배경이자 핵심으로 삼는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조차 능력의 부재로 보기도 하는 한국사회에서 능력주의는 모든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저자는 능력주의가 불평등을 당연시함으로써 줄평등을 재생산하고 이러 인해 민주주의가 악화된다고 지적한다. 매우 도발적인 주장이자 많은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예상되는 발언이지만 책의 첫 말미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버리는 확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책을 읽어가면서 바로 납득할수 있었다.

2021년 출판된 이 책은 최근의 한국사회의 사회적 이슈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그 이슈들이 특히 불공정과 관련한 분노의 기저에 깔린 능력주의를 드러낸다. 특히 우리가 말하는 그 능력이라는 것이 정말 외부의 특별한 개입없이 개인의 온전한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페이지를 찍은 이유도 내가 이 책의 대다수의 이야기들에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단순히 불공정 이슈를 넘어서 시험으로 모든 자격을 부여하고 능력을 측정하는 사회 시스템과 그 틀에 맞춰진 사고를 할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분노는 그 분노를 뿜어내는 주체가 대체적으로는 사회의 기득권 계층이나 권력을 가진 집단이기 보다는 늘 상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정말 본인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의 본질에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닌 원인이 되는 시스템과 제도를 의도와 달리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사회가 늘 긍정적이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대중이라는 집단적 사고와 나도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특권층이 되겠다는 열망이 권력을 가진 이들의 지지와 결합되어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다.

 

이러한 현실은 비단 능력이라는 그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치는 기술과 그 결과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세뇌된 능력주의와 학벌로 이어지는 발언권에 대한 권한 부여로 이어진다.

개인의 재능이 발현되고 그 재능으로 삶과 사회에 함께 기여하는 삶이 없어지고 소수의 재능을 뒷받침해줄 경제적 여력과 시험치는 기술로 모든 이들의 재능을 평가하고 말살하는 시스템이 불행하고 우울한 자살율 1위 국가를 만드는게 아닐까.

학교에서부터는 우리는 늘 시험과 그 결과 스스로를 어떤 사람인가 규정하는데 익숙해져왔고 학벌에 따른 계급화된 상위대학에 진학하지 못할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개인적으로 늘 느끼는 불안감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발언을 할수 있는 기회와 권한 조차 학벌에 따라 정당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시험주의 를 능력주의 최종형태이자 가장 전형적인 능력주의라고 말하는 이 책은 이 능력주의를 철학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심도 있게 다루고 추상적 주장이 아닌 한국의 가장 커다란 현실적 단면을 사례로 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기도 하지만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을 필요는 없다)

 

불공정은 어쩌면 불평등에 분노한 대중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파간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우리는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받을수 있다는 거짓에 녹아든듯 하다. 능력주의와 시험주의로 첨철된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이들이 사회적 생산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가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적 역할론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적 중범죄에 대해서까지도 면제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혹여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대로 이미 한국사회가 매우 심각한 수준의 구고적 문제에 직면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능력주의 관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그리고 나의 행동과 발언들의 배경에 그 능력주의가 바탕이 되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 나는 내 스스로 대부분의 것을 일궈냈다고 믿으며 자부심을 가져왔지만 그것은 내가 노력으로 얻지 않은 것들(당연시해왔던)의 발판으로 일궈진 곳이었다. 실패하면 안된다는 사실과 최소한 이렇게는 살아야 하지 않나하는 압박감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심해지고 오히려 어렸을때 더 선명했던 나의 열정들이 사라지는 듯 하다.

정규직에 대한 한국인들의 간절함은 고용안정성에 기인하겠지만, 노동유연성이라는 이름의 노동자들의 분절화와 그룹 나누기는 기본적으로 고용주에 대한 노동자들의 연대를 저지하고 그들끼리의 갈등을 재생산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해외의 비정규직 사례를 언급하며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비정규직들이 고용 안정성을 포기한 값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지만 우리의 분노는 때론 바보같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이른바 PC라고 불리는 모든 표현에서의 혐오와 차별을 철폐해해야 한다는 사회적 지향성은 종종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이 또다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그 올바름은 어디까지로 한정지을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런 논란이 생길만한 부분은 충분히 다양한 의견의 형성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가장 기본적인 것인 혐오를 할 자유 Hate speech 그 자체가 권리로 인정받을수는 없다는 점이다.

말에는 힘이 있고 그 힘을 사용한 것에 대한 책임이 주어진다. 악플에 대한 처벌과 공동의 이익과 무관한 가십성 거짓 정보 공유에 대한 처벌 또한 이에 기초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공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은 비난과 비판을 구분할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공감의 지능을 높여 차이를 발견하기 보다는 공동과 공통의 분모를 찾아 여러 형태의 해결책을 제시할수 있는 교육이어야 할것이다.

나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나도 특권층이 되기 위한 욕망에 이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발언할 힘을 가지려면 특권층이 될수 밖에 없다고 다수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다.

정말 만약에 내가 특권층이라 불리는 집단에 속하게 될때 나는 과연 얼만큼 불평등에 분노하게 될까 상상에 빠져본다. 불공정은 그 자체로 불평등하기 때문에 생기는 아주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그 공정함이 모두에게 주어지기 위해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

불평등을 해소해야하는 이유를 홍보를 전략적으로 인식시켜야 할 때 혹은 국제개발협력과 같은 재분배적인 국제적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할때, 가장 중요한 지점은 사실 사회적 약자들의 더 나은 삶에 대한 초점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들이 겪게 될 위험을 더욱 드러내는것이 중요한다. 국내의 불평등이든 국가간 불평등이든, 불평등은 그 자체로 불안정한 사회를 만들어 낸다. 평범한 일상이 지속가능하려면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고 재분배의 축소와 불평등의 심화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재앙의 수순이다.

빌게이츠와 워렌버핏 같은 대부호들이 기부에 대해 높은 소득에 대한 세금을 받아들이는 이유또한 단순히 그들이 선하거나 관대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불평등이 자신들의 삶과 자산에 위협이 될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재분배를 위한 세금과 기부가 오히려 더 높은 투자수익율을 가져올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저자의 방대한 자료조사 시간와 그 내용을 배열하는 학문적 깊이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불평등에 대해서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추상적 주장이 아닌 근거와 인용을 하면서 주장을 펼칠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올까싶을 정도로!

부자에 대한 과세 인상 논란은 한두번이 아니지만 자본주의와 시장경쟁 논리로 점철된 현재의 미국의 과거 과세 사례가 매우 놀라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과세 인하과정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미국은 절대 롤모델 국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미국은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으로 만들어 진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 내용에 대한 한국에서의 사례는 너무나 확연히 그 대표적인 인물과 그들을 옹호하는 집단(협회 등)이 너무 투명하게 드러나므로 특별한 언급을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소득에 따른 환경기후 이슈의 관련성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가장 발전한 나라 중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우리가 미국을 떠올리며 만들어 낸 한국의 현실일까. 물론 여전히 난 미국과 비교해 한국이 더 나은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글쎄 역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조금은 두려워지는 최근의 현실이다.

불평등에 대한 묵인과 용인은 성공과 실패를 모두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사회적 배경에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고 실패의 사례를 살펴보면 온전히 개인의 잘못에 기인하지도 않는다.

낮은 자기표현은 우리가 받는 교육과정에 얼마나 공동의 해결을 위한 논리적 주장을 펼칠수 있는 기회와 배움이 있었는가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 주장과 표현에 혐오와 우위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공격적 표현과 본질 흐리기에 매몰된 말하기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에 대해서 크게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한국사회가 현재의 수준까지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감사함이 사회의 발전된 민주주의로 이어지기 보다는 정치 대표성을 선발하는 과정에 대한 민주주의로만 한정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이 한국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하지 못하고 결함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머무르게 된 원인일 것이다. 힘들게 일궈낸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음을 느낀다.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내용은 내가 지난 책에서 읽은 보편적 기본서비스에 대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보였다. 개인적으로 이 정책적 내용을 한국사회에 적용시켜 연구해보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벌주의에 반대하는 말도 학벌 좋은 사람이 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느끼는 심성,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힘을 기른 뒤에 행동하라는 조언 = 사람을 차별하는 능력주의자

격차와 특권을 당연시하는 제도와 문화

지난번 책에 이어서 이번 책까지 내가 만족했던 책들의 대부분은 수많은 국내외 자료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들이다. 한국의 능력주의, 이 책 또한 자료출처만 적어둔 페이지만 35페이지가 넘는 정도.

한국사회를 분석하는 여러 책들을 읽어봤지만 이 책만큼 정확하고 명쾌하게 우리 사회와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배경을 지적한 글을 본적이 없다. 다양한 측면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해체한다는 점에서 매우 추천하는 책이며 다만 아쉬운 것은 여전히 그 능력주의를 대체할만한 선발방법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그 선발의 결과 차별과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선발과정과 방법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시험주의에서 벗어난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사회와 한국인에 대해 궁금하면 필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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